2022년, 바이두의 속도 제한에 변화가 올 것인가!
<아무리 무료 사용자라지만, 5G 시대에 100KB/s 이하의 속도는 용납할 수 없다?> |
바이두의 속도 제한에 제동을 건 중국 정부
오늘은 바이두 무료 사용자에겐 꽤 반갑고 기쁜 소식 하나를 가지고 왔다. 2022년엔 드디어 바이두 넷디스크의 속도 제한 정책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정말이지 바이두와 관련해서 오랜만에 들어줄 만한 소식이다. 다름이 아니라 중국공업정보화부(약칭은 산업정보기술부工业和信息化部로 중국 국무원에서 산업과 정보통신사업을 주관하는 부문)에서 지난 11월 1일에 「关于开展信息通信服务感知提升行动的通知(정보통신서비스에 대한 인식개선 조치 시행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걸맞은 ‘다섯 가지 최적화’ 조치를 통해 2022년 3월 말까지 정보통신산업의 종합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사용자의 접근성, 행복감, 안정성이 더욱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이번 발표의 전문은 앞의 링크를 참고하고, 이 다섯 가지 조치 중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다섯 번째 조치다.
• 5. 优化网盘类服务提供方式。相关企业应优化产品服务资费介绍,清晰明示存储空间、传输速率、功能权益及资费水平等内容,不得进行误导宣传。在同一网络条件下,向免费用户提供的上传和下载的最低速率应确保满足基本的下载需求(2021年12月底前完成)。
5. 네트워크 디스크 서비스 제공 방식을 최적화합니다. 관련 회사는 제품 및 서비스 요금 도입을 최적화하고 저장 공간, 전송 속도, 기능 혜택 및 요금 수준 등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홍보를 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네트워크 조건에서 무료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최저 업로드 및 다운로드 속도는 기본 다운로드 요구 사항이 충족되도록 해야 합니다 (2021년 12월 말 이전 완료).
인제야 바이두 넷디스크의 지나친 속도 제한에 대한 7억 인민(+ 최소 한국의 1명)의 불평불만이 공산당에 접수되었나 보다(좀 더 자세한 것은 「经济日报评论:网盘服务不应短视」 기사 참고).
무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속도
사실 바이두 넷디스크의 무료 사용자에 대한 속도 제한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큰 불만은 없다. 태양계에서 무료 사용자에게 무려 2TB라는 클라우드 공간(하나의 휴대 전화번호로 최대 5개 계정 생성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10TB)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바이두 외엔 없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유지 비용도 증가하는 얄궂은, 쉽게 말해 돈 안 되는 대표적인 출혈 서비스다(세계적인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Dropbox가 최근에서야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은 이미 내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했다). 2016년에 서비스를 종료한 360 클라우드의 경우 한 달 유지 비용이 무려 4천만 위안(약 74억)이었으며, 2억 사용자 중 유료 사용자는 겨우 0.1%에 불과했다고 한다(이러니 문 닫을 수밖에). 「개인용 클라우드 속속 철수」 뉴스에서 알 수 있듯 한 때 IT 강국이라 불렀던 한국에서도 지금 당장 돈이 안 되는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거의 전멸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바이두, 알리바바, 구글처럼 재정이 웬만큼 튼튼하지 않으면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대단히 버거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 대기업이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굳이 제공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사용자 유치, 또는 사용자를 묶어두거나 여러 서비스에 종속된 부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속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바이두의 속도 제한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제한된 속도(특히 다운로드)가 과연 시대에 걸맞은 속도인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것. 바야흐로 땅 밑에는 거미줄처럼 광케이블이 매설되고 하늘엔 5G 주파수가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이 시대에 다운로드 속도 100KB/s 이하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당최 말이 되는가? 100K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초창기인 20여 년 전에 언급되던 ISDN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속도다. 물론 바이두는 무료 사용자를 위해 출석과 일일 임무로 획득한 포인트로 24시간 고속 다운로드 쿠폰이나 (「바이두 24시간 고속 다운로드 쿠폰 사용하기」) 3일 SVIP 체험 쿠폰(최근에 추가됨)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해두긴 했지만, 이것조차 일일 발급량이 제한되어 있어 포인트가 있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튼, 이번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의 고시는 수억 바이두 무료 사용자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새로 추가된 3일 SVIP 체험 쿠폰> |
그런데, 기본 다운로드 속도는 얼마야?
그런데 중국 정부도 바이두의 고충(즉,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유지 비용도 증가한다)을 배려해서인지 이번 고시에 큰 허점을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무료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최저 업로드 및 다운로드 속도는 기본 다운로드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에서 ‘기본 다운로드 요구 사항’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정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본 업/다운로드 속도에 대해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다섯 번째 조치는 혁명 시대 공산당의 허울만 좋은 선전 문구처럼, 혹은 민주 선거에서의 보여주기 위한 공약처럼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바이두로서는 천만다행이겠지만, 사용자로선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이두는 정부가 모처럼 내놓은 야심 찬 고시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어렵다. 아직 이번 고시에 대해 바이두는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2022년이면 바이두 무료 사용자의 다운로드 속도는 단 1KB/s라도 증가시켜 정부 체면을 살려주지 못하면 어떤 철퇴를 받을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바이두가 ‘젠장, 더럽게 치사해서 못 해 먹겠네’하고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치는 그런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바이두 사용자는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혹은 땅속에 묻혀 혓바닥이 썩어 문드러져 제 역할을 못 할 때까지 남은 생은 시진핑 욕을 입에 달고 살게 될 것이다.
바이두 넷디스크 서비스가 문 닫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지만, 죽을 때까지 한 사람에 대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피곤하다. 아무쪼록 바이두가 현명하게 대처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참신한 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사실 ‘참신’까지도 필요 없다. 그냥 속도 제한을 지금보다 조금 더 풀어주면 된다. 하지만, 그만큼 바이두의 수익도 줄어든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바이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속도 제한을 조금은 완화할지, 아니면 모르쇠로 버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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