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30

프레데터(Predator)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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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터(Predator)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워야 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포>

영화 「프레데터(Predator)」의 주인공 프레데터는 cloaking(클로킹) 기술을 갖춘 나무랄 데 없는 사냥꾼 중의 사냥꾼이다. ‘클로킹’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은폐 기술로 사람의 은밀하면서도 도발적인 욕망을 안전하게, 그리고 비밀스럽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사냥감보다 우수한 전투 능력을 지닌 프레데터에게 ‘투명화’가 가져다주는 절대적인 능력은 아마도 보험 같은 안전장치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사냥을 즐긴다지만 일단 나 자신부터 살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진흙을 이용한 맞춤형 클로킹은 인류의 뛰어난 기지를 보여준다>

「프레데터(Predator)」 1편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트남 참전용사들조차 프레데터에게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은폐 기술 때문이다. ‘(디텍터Detector 유닛인) 오버로드 하나만 있었어도’ 하는 아쉬움은 한 세대를 넘어서도 속편을 생산해 낼 정도로 성공을 거둔 이 시리즈가 관객에게 남기는 수많은 감상평 중 하나일 뿐이지만, 만약 인류가 진작 그런 기술을 갖추었더라면 그들은 사냥터로써 지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니, 영화도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앞선 아쉬움을 토로한 사람을 묵사발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재미없는 일이다.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마치 다 잡은 것처럼 작전 설명을 하는 CIA 요원들>

그러나 인류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1편에선 아널드 형님을 제외하곤 나머지 전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냥당하지만, 2편에선 이미 프레데터의 존재를 암암리에 확인한 CIA는 그들을 살아 있는 채로 포획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더 프레데터(The Predator, 2018)」에선 생포에 성공한다.

프레데터의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익히 아는 우리로선 C인류의 재기 넘치는 계획이 ‘객기’라는 표현조차 멋쩍게 느껴지는 자살에 가까운 행동임을 단박에 간파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무모함 때문에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으니 손해 볼 일은 없는 셈이다.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사냥 행성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 지금도 생존해있을까?>

2편 이후 한창 뜸을 들이고 나온 (영화 「헝거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프레데터스(Predators, 2010)」에선 외계 행성에 준비된 사냥터에 초대된 지구인들의 정체를 통해 프레데터가 그냥 아무나 데리고 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들은 사냥이 줄 수 있는 재미와 전율, 전투 능력 향상 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나 같은 한 자리 숫자 전투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지구인 중에서도 전투력 높은 자들을 특별히 선별해 자신들의 재능을 즐기고 뽐내고 다지고 (「더 프레데터(The Predator)」에서 프레데터들이 최고의 사냥감에서 얻은 DNA를 합성해 전투력을 끌어올리듯) 향상하는 데 이용한다.

한편으론 그들에게 선택되었다는 것은 최고의 전사라고 인정받은 셈이니 그것 만큼은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우주 최고의 포식자 에이리언을 사냥하는 우주 최고의 사냥꾼?>

이 드넓은 우주에서 가늠할 수 없는 가장 포악한 전투력을 갖춘 최고의 사냥감은, 시거니 위버 누님의 파란만장한 영화 인생에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흔적을 남긴 포식자 에이리언(Alien)이다. 고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AVP: Alien Vs. Predator)」이 탄생한 것은 어쩌면 예견된 운명 같은 것이었으리라.

프레데터들은 영악하게도 이 우주 최고의 익스트림한 사냥감을 성인식(?)을 치르는 데 이용한다. 아마도 인류 전통 사회 중 일부가 유지해 온 과격하고 마초적인 성인식은 그들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소년을 어엿한 전사로 승격시키는 전통 사회의 때론 목숨까지 앗아가는 과격한 성인식은 그만큼 생존하기가 어려웠던 환경에서 조상들이 살았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성인식의 제물로 에이리언을 바치는 프레데터들의 생존 환경은 얼마나 전투적이고 공격적일까?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리뷰 | 프레데터(Predator) 시리즈 | 최고의 사냥감이 된다는 것
<때론 미친 사람이 보통 사람 몇 배의 몫을 해내곤 한다. 이들처럼...>

아무튼, 지구엔 사형수나 무기 징역수가 넘쳐나니 이들을 쌈박하게 훈련해 프레데터들의 돈과 기술과 교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혹시라도 훈련받은 사형수들이 프레데터로부터 탈출해 지구인에게 복수할 걱정 같은 것은 하덜 마라. 그들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에서 자신들의 부주의에 책임질 줄 아는 훌륭한 사냥꾼이라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으니까. 그런 점에선 자신이 싼 똥도 잘 안 치우는 인류보다 낫다.

생각날 때마다 한편 씩 봤던 프레데터 시리즈를 한꺼번에 감상하면서 우후죽순 떠오른 무상과도 같은 상념을 리뷰로 정화시켜봤다. 이렇게 통시적으로 감상하니 이야기 연결이 매끄럽다기보다는 임시방편식으로 덧붙여왔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따로따로 감상할 때와는 다른 묘미가 느껴진다.

이 글을 쓰고자 몇 가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프레데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Skulls」)이 제작 중이란다. 두 편이 될 수도 있고, 삼부작이 될 수도 있다는 「프레데터(Predator)」의 속편 제작 소식은 오늘 리뷰 중에서 상식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언표인 것 같아 조금 겸연쩍으면서도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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