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2020(Pitch Black, 2020) | 우주 역사 최악의 범죄자, 리딕
<에이리언과도 맞짱뜨는 우주 최강의 범죄자, 리딕> |
우주 역사상 가장 최악의 범죄자라는 악명을 훈장처럼 명예롭게 달고 다니는 ‘리딕(Riddick)’이라는 범죄자형 주인공을 탄생시킨 영화다. 알다시피 리딕은 훗날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에서 박진감 폭발하는 액션을 보여줄 빈 디젤(Vin Diesel)이 연기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B급 액션 영화나 찍을법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으로 보였다. 쉽게 말해 고만고만한 무명 배우?
그렇더라도 마치 레슬링 경기를 하듯 에이리언과 서로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때부터 액션 배우로서의 싹수가 환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까나?
<세 개의 태양, 춥지 않아 좋을 것 같긴 한데...> |
저예산으로 완성된 영화지만,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바람에 속편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리딕은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눈 때문에 살아남고, 할리우드 영화인은 치열한 경쟁에서 수익을 찾는 더듬이가 발달해야 살아남는다.
정의를 대변하듯 악당을 쳐부수는 영웅 캐릭터가 도로를 가득 채운 자동차만큼이나 흔한 영화 시장에서 ‘정의’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생존’하고는 그 누구보다도 밀접한 범죄자 캐릭터 리딕은 생존 경쟁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출구 없는 분노를 슬라이드 치즈처럼 얇게나마 한 꺼풀 벗겨주는 청량제 같은 존재다.
<그녀의 무엇이 얼음장 같은 리딕의 마음을 돌린 것일까> |
한편, 조종사 프레이(Radha Mitchell)는 미지의 척박한 행성에 불시착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율을 높이고자 승객도 버릴 독한 마음을 품는다. 비록 부조종사의 만류로 그녀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영화 막판에 그녀는 다시 한번 타인의 생명과 자신의 목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정말 얄궂은 설정이지만, 에이리언과의 전투에 정신을 팔린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보기만 해도 맛없는 국물이 나올 것 같은 저 뼈다귀들의 정체는?> |
리딕의 죄명은 살인과 탈옥, 그리고 기타 등등이다. 그가 살인 외에 어떤 범죄를 더 저질렀는지 아는 검사나 변호사가 전혀 없는 인맥 거지인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살인’이라는 죄명 하나만으로도 그를 꺼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당장 내일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는 혹독한 상황이라고 해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흉악한 범죄자를 믿고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굴곡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사람을 죽여야 할 정도의 극한 상황을 하나라도 더 겪은 범죄자가 생존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리딕을 믿는 것은 당신의 자유지만, 한국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듯 영화도 끝까지 봐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지 않고 리딕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꼴 사나운 내 사견이야 어찌 되었든, 무엇이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행성에 보통 사람 몇 사람과 우주 최고의 범죄자 한 명을 내동댕이쳐놓고 마치 사회학 실험을 관찰하듯 어떻게 생존해 나가는가를 지켜보는 재미와 빈 디젤의 걸쭉한 음성, 선이 굵은 액션이 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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