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A Growing Business, 1999) | 인간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그런 짜장면
"아저씨, 짜장면 되기 싫으시면 얼른 도망가세요" - 팔봉
그동안 동네에 중국집은 ‘중화루’ 하나였던 자그만 마을에 새로운 중국집 ‘아방궁’이 들어선다. 그것도 떡 하니 ‘중화루’ 건너편에 말이다. 간판만 빼면 허름한 창고나 다를 바 없는, 그뿐만 아니라 메뉴는 오직 짜장면과 고기만두에 배달도 안 되는, 인상 험악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아방궁’은 신장개업 첫날부터 파리만 날리고 ‘중화루’ 왕 사장은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이지만, 자꾸 주문을 바꿔 성질 더러운 왕 사장의 인내심을 폭발시키는 바람에 드디어 가게에서 쫓겨나게 된 채소장수가 ‘아방궁’에서 짜장면을 먹고 난 후, 매우 맛있어서 한 번에 여섯 그릇이나 먹었다는 채소장수의 경험담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이번에는 ‘중화루’가 파리를 날리게 된 것.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진 왕 사장은 주방장을 ‘아방궁’으로 염탐 보내 짜장면 맛을 보게 하고, '중화루' 주방장은 기가 막힌 맛에 그만 자신의 임무도 잊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보다 못한 왕 사장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적진으로 뛰어들어 짜장면 한 젓갈을 먹는 순간 아니 이게 웬 것! 사람 손가락 아닌가!
중국집 사이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인간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그런 짜장면’ 비법에 대한 애달픈 암중모색을 다룬, 김승우의 억지스러운 발연기가 흠이지만, 지금 봐도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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