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좀비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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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좀비 동화

'감정을 느끼면 조금은 나아진다. 죽었다는 걸 덜 느낄 수 있거든' - R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류의 종말이 있은 지 어느 덧 8년이 지난 어느 날. 좀비가 된 ‘R’은 동료가 우글거리는 황폐화된 공항 활주로에 버려진 여객기에서 혼자 생활한다. 그러나 그는 단순무식한 여느 좀비들과는 달리 LP 음반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으르렁’ 소리 외에 몇 마디 말도 할 줄 안다. 무엇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하는 진지한 좀비다.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scene 01

하지만, 이런 고상한 좀비 ‘R’도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먹어야 하는 생존과 본능을 아우르는 숙명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기에 어느 날 그는 동료와 함께 공항을 떠나 도시로의 기나긴 사냥의 여정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몇 안 되는 생존자 무리가 사는 요새화된 구역에서 잠시 의료용품을 구하러 요새 밖으로 나온 줄리 일행과 마주친다.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scene 02

좀비가 되지 않으려는 살아있는 사람과 그런 사람들의 신선한 뇌를 먹어야만 하는 좀비들과의 필사적인 사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줄리의 남자친구 페리의 싱싱한 뇌를 한 웅큼 베어먹은 ‘R’은 뭔가에 홀린 듯 줄리를 덮치지 않는다. 그럴뿐만 아니라 그녀를 동료로부터 보호하며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온다. 듣도 보도 못한 좀비의 납치에 공포에 사로잡힌 줄리는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좀비답지 않게 음악을 감상하고 어쭙잖은 말도 몇 마디 할 줄 아는 ‘R’에게 어찌 된 일인지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scene 03

아이작 마리온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지금까지 본 좀비 영화 중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이며, 좀비와 인류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동화 같은 영화다. 감미로운 음악, 존재와 생존 전략의 차이를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감격스런 화해의 마지막 장면까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지금까지의 좀비 영화들이 보여준 어둡고 음침하고 파괴적인 좀비 이미지에 새로운 청사진을 품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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