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생활에 대한 권태, 그리고 포스팅 의뢰...
원래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소통’을 위해서도 아니고 ‘이웃 놀이’도 아닌 별로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 뭔가를 남기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뭔가 거창한 뜻을 품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내가 읽은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에서 리뷰를 써왔고, 그 뜻은 여전히 내 블로그의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왠지 모르게 네이버 블로그 생활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시도때도없이 기계처럼 ‘NAVER ME’를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많은 글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성적이라) 이웃놀이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기에 심각한 ‘블로그 중독’ 증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더라도 중독, 혹은 집착의 징후가 보였다. 사실 내 블로그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댓글도 일주일에 기껏해야 몇 개 안 달리지만, 이렇게 블로그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게슴츠레 떠오르다 보니 그 몇 개 안 되는 것을 확인하고자 수시로 체크하는 얼마 간의 시간조차 너무나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 사용자에겐 광활한 사막의 외로운 늑대 같은 구글 블로거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고독하고 외로움 속에 파묻혀 고독을 추구하려는 음울한 본능이 슬며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소통보다는 누가 읽든 안 읽든 내가 쓴 글을 세상에 남긴다는 자족적인 의미로서 블로그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내가 죽은 후라도) 문 닫을 것 같은 네이버보다는 구글이 더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한국사람이 각종 연줄에 집착하는 것처럼 자신들 서비스에 편향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네이버 검색도 싫다. 작년에 네이버 검색 점유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진 것을 보면 네이버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구글에게 검색 시장을 내주는 날도 얼마 남 남았다. 구글이 빅데이터 시장의 왕초로 성장하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편향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네이버를 굳이 지지할 필요는 없다. 뭐 구글 검색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블로그 생활에 뭔가 변화 좀 주고, 다롱이 사료/간식 값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포스팅 알바를 시작했다. 사실 블로그 대여/판매 문의는 몇 년 전부터 쪽지나 서로이웃 신청을 통해 줄기차게 들어왔지만, 금액(한 1억 정도 주면 당장 팔겠지만)이나 블로그 대여/판매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들의 요구 내용을 담은 텍스트 자체가 천편일률적이기에 읽어볼 가치조차 없었다. 그러다 그런 것들과는 뭔가 다른 포스팅 의뢰 쪽지를 받았고, 의뢰자의 카톡 아이디나 전화번호를 구글링 해보니 검색 결과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리고 포스팅 의뢰 키워드인 자격증 쪽은 비록 광고지만, 학교 다닐 때 산업기사 자격증 따려고 새벽같이 몇 달 동안 성내동에서 영등포에 있는 학원에 다녔던 것을 떠올려보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주의에 알량한 내 양심이 타협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블로그에 넋두리를 길게 쓴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블로그 생활에서 쌓인 권태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조악하고 졸렬하고 딱딱하고 부실한 글쓰기 실력에, 그래서 별로 찾는 사람 없는 내 글들의 신세가 가엾기도 하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내 실력이 원망스러워 푸념을 늘어놓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언젠가는 네이버에 올린 리뷰(독서/영화)를 전부 구글 블로거로 옮긴 다음 네이버의 글은 삭제할 계획이다. 그래서 아주 먼 훗날,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지고 한국어도 사라진 날, 지구를 발견한 어느 외계인 언어학자가 ‘한글’의 독창성에 흥미로움을 느껴 구글이 남긴 자료에서 내 글을 찾아내 준다면 이 얼마나 크나큰 기쁨이 아니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꿈을 꾸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이쯤에서 마친다. 마지막으로 광고글이 마음에 안 들면 일찌감치 절교 부탁한다. 어차피 곧 품질 낮은 블로그임이 탄로 나서 의뢰도 끊기겠지만 말이다.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