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6

이블 데드 라이즈(Evil Dead Rise, 2023)

이블 데드 라이즈(Evil Dead Rise, 2023)

영화 포스터
review rating

'이블 데드' 시리즈의 리부트?

특히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비상계단이 무너지면서 생긴 고층 아파트 밀실

샘 레이미가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이블 데드 라이즈(Evil Dead Rise)」는 ‘이블 데드’ 시리즈 중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는 악마를 불러오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샘 레이미의 3부작과는 큰 관련은 없어 보이는 리부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장소도 숲속 오두막에서 도시 아파트로 옮겼다. 등장인물도 ‘친구들’이 아니라 ‘가족’이다. 오두막을 낡은 아파트 건물로, 친구를 가족으로 대체한 셈이다.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을씨년스레 한 밤은 음침하고 음울한 것이 악령이 등장하기 안성맞춤이고,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듯 영화의 화면 밝기 또한 눈이 살짝 침침할 정도로 어둡고 색감 역시 물에 헹군 듯 살짝 바랜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화면만 보면 모니터 수명이 다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에 딱 좋다.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비상계단이 무너지면서 생긴 밀실은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어찌 되었든, ‘공포영화는 여름에 봐야 제맛이다’라는 통념에 어긋날지라도 으스스한 분위기와 아낌없는 피의 향연과 통쾌한 분쇄 액션은 꽤 볼만하다.

시작이 모든 것을 말핸준다

영화 타이틀 화면

영화 제목이 등장하기 전,

‘낡은 목조 저택이 있고, 호수가 있고, 남자와 여자가 있고, 드론이 있고, 장난이 있고, 사악한 목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이미 본편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찌 된 일인지 악령이 활개 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대충 감이 잡힌다. 누가 봉인된 악령을 다시 불러들였나? 그리고 그 대가는 어떻게 치를 것인가?

악령의 소환

죽은 자의 책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본의 아니게 모습을 드러낸 ‘죽은 자의 책(Book of the Dead)’. 그리고 책을 감시하고 있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그리스도는 성육신과 수난을 통해, 악마의 세력을 쳐부수고 인류를 그의 손아귀에서 구원했다. 어떻게 그리스도의 구원 이후에도 악마가 계속해서 사악한 짓을 행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신의 권능으로 우주의 경계 밖으로 추방된 악마를 누군가가 피의 제물과 사악한 주문으로 다시 불러들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희생자, 구원자

아이들의 엄마 엘리와 엘리의 여동생 베스

안타깝게도 「이블 데드 라이즈(Evil Dead Rise)」에서 악령의 첫 번째 희생자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엘리(사진 왼쪽)이다. 그녀는 종교가 없어서 첫 희생자가 된 것일까?

과거 이블 데드 시리즈에선 친구가 친구를 잡아먹는 괴물로 변한다면, 이번엔 엄마가 자식을 삼키는 무서운 괴물로 변한다. 그리고 때마침 언니네 집에 방문한 베스(사진 우측)가 조카들을 구원하는 구세주 임무를 완수한다. 다만, 조카 모두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괴물로 변한 어머니

대니, 캐시, 브리짓, 세 아이들

처음엔 좀 이상한 사람에서 시간이 갈수록 정신 나간 사람, 완전히 미친 사람, 그리고 급기야 죽었다 되살아난 괴물로 서서히 변해가는 엄마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절망과 공포와 놀람은 영화이니만큼 말보단 그들의 표정에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과연 이 중에서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끝낼 수 없는 이야기

전기톱을 들고 괴물과 맞서는 베스

이블 데드 3부작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상망측한 괴물들은 칼로 찌르거나 도끼로 내려찍거나 망치로 부수기보다는 전기톱으로 썰기 좋은 형태로 등장한다. 얼굴과 몸통과 팔다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괴물들은 위잉위잉 전기톱으로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하게 썰어야 제맛이고, 통쾌하다.

끝으로 악마는 멈추지 않는다. 고대 기록에 의하면 ‘죽음의 책’으로 부활한 악마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기도도 안 먹힌다. 이대로 가다간 이블 데드 시리즈도 안 멈출 것 같다.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악마가 활개를 치듯 악마도 영화 ‘이블 데드’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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