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헌터(City Hunter, 1992) | 아직도 고막을 울리는 ‘고르도 파이슨’
"처형 전에 마지막 소원 말해도 되나?" - 맹파
"말해봐." - 맥도널드
"국수 한 그릇 먹고 싶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 맹파
‘시티 헌터’로 불리는 사립 탐정 맹파에겐 절친한 친구이자 많은 일을 함께한 동료 중천이 있었다. 중천은 자기가 슈퍼맨이라도 되는 듯 혼자 활개치다 악당들의 습격으로 무려 20발이 넘는 총알세례를 받게 된다. 절친이 악당들에게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맹파가 도착했을 땐 중천은 절명하려는 찰나였다. 중천은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 짜내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맹파에게 하나뿐인 여동생 혜향을 꾀지는 말고 그저 잘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하겠다는 맹파의 맹세를 받고 나서야 중천은 편안히 눈을 감는다.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 어느덧 어엿한 숙녀가 된 혜향은 조수로서 맹파를 도우면서 남모르게 맹파를 좋아하게 된다. 맹파는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맹파는 그저 늘씬한 여자만 보면 한 바가지나 되는 침을 흘리면서 사족을 못 쓰는 호색한으로 행세한다. 혜향은 늘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애간장만 태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중천은 일본의 저명한 신문사를 경영하는 거부로부터 가출한 딸 시즈코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맹파는 한 미모하는 시즈코를 추적하고자 화물칸에 몰래 잠입하는 수법으로 호화 유람선에 탑승한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맹파에게 화가 난 혜향은 홧김으로 자신을 끈덕지게 따라다니는 능글맞은 사촌 오빠와 함께 맹파 몰래 유람선에 탑승한다. 한편, 유람선에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 계획으로 ‘맥도날드’ 갱단이 숨어들어 있었고, 이들의 계획을 저지하고자 비밀경찰 사에코도 유람선에 오른다. 처음에는 별일 없는 듯하다가 시즈코가 갱단들의 계획을 몰래 엿듣던 것이 탄로 나면서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하는데….
‘북두신권’, ‘슬램덩크’, ‘드래곤 볼’ 등과 더불어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이콘 중 하나였던 일본만화 ‘시티 헌터’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나도 친구 따라 만화방을 다니면서 ‘시티 헌터’와 ‘드래곤 볼’, ‘이나중 탁구부’, '천재 유교수의 생활' 등을 본 기억이 난다. 그중 시티 헌터는 OST와 애니메이션이 녹음된 테이프로(성우가 굶직하게 내뱉는 '고르도 파이슨(콜트 파이슨)'이라는 음성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어딘가에 아직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원작에 등장하는 ‘시티 헌터’ 이미지와 영화 「시티 헌터(City Hunter, 1992)」 속 성룡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여자 뒤꽁무니를 발정이 난 개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을 빼고는 판이하지만, 성룡의 코믹 액션과 더불어 역시 그 당시 남학생들뿐만 아니라 뭇남자들의 밤잠을 못 이루게 했던 왕조현과 구숙정의 완숙한 미모도 볼 수 있어 참으로 기분 좋은 영화다. 한편, 영화에는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남학생들에게서는 절대 잊힐 수 없는 또 다른 아이콘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대전 액션 게임의 전설 ‘스트리터 파이터 2’이다. 전기에 감전된 성룡은 악당과 대결하는 혼전 중에 혼다, 가일, 달심 등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는데 그중 춘리가 압권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춘리 역할만은 구숙정이 맡았으면 (「스트리트 파이터(初級學校覇王, 1993)」에서 구숙정이 춘리로 변신한다!) 정말 끝내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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