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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8일 수요일

[책 리뷰]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걷기’ ~ 플래닛 워커(존 프란시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걷기’

원제: Planetwalker - 22 Years of Walking. 17 Years of Silence by John Francis Ph.D.
토머스 머튼은 이렇게 말한다. “공간을 이동하는 순례는 내면의 여행을 겉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행위이며, 내면의 여행은 외적인 순례에서 발견하는 의미와 신호를 토대로 내면을 알아 가는 과정이다. 두 여행 중 하나만 해도 되지만 둘 다하는 것이 제일 좋다.” (『플래닛 워커』, 292쪽)

책 『플래닛 워커』는 존 프란시스라는 한 순례자의 자서전이다. 또한, 존 프란시스라는 한 여행자의 여행기이며 스스로 ‘환경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 부르는 한 환경주의자의 이력이기도 하다. 존 프란시스는 1971년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가 일으킨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현장을 목격한 이후 개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사람이 생태계를 지배한다는 인간 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탈피하여 사람 역시 다른 생명처럼 생태계의 일부임을 깨달은 그는 ‘나를 위한 환경’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동력운송수단을 거부하였고, 7년 동안의 도보 여행으로 미국 땅을 가로질렀으며, 17년 동안 침묵 서약을 지켰다.

한 개인이 동력운송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그저 걷고 침묵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조롱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큰둥한 말투로 마지못해 그의 행동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의 노력과 의도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의 굳센 실천 의지에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그의 행동에 동참할 수 없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의 부모처럼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런 사람들에겐 미국은 워낙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그런 별종 하나 더 있다고 특별할 것도 없었다.

은 사람의 예상과 기대와는 달리 그의 실천은 세상을 바꾸려는 원대한 포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나 자신을 바꾸면 내 주변 사람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에서 시작한 그의 순례와 침묵 서약은 정말로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다. 변화의 힘 덕분에 존 프란시스는 침묵과 도보 서약을 지키는 와중에서도 각종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고,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 1년 넘게 직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말도 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로만 이동하는 사람이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혹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학우나 동료라고 상상해보면 그가 얼마나 괴짜처럼 보였을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남긴 발자취와 이룩한 업적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침묵과 도보 순례 중에 만난 사람 중에는 다짜고짜 존 프란시스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과격한 사람도 있었고, 목을 축일 물 좀 얻고자 내민 수통에 물 대신 1달러 지폐를 넣어주는 친절한 할머니도 있었다. 그가 유명해지기 전에도 기꺼이 그에게 하룻밤 숙식을 제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진지하게 그의 손짓과 발짓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가 침묵과 도보 순례를 떠난 이유에 공감하면서 그가 겪는 시련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했다. 자신을 바꾸려는 부단한 노력과 굳센 의지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전염병처럼 조금씩 전염되었으며,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회고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세상은 분명히 변화하지만, 그 변화의 씨앗은 뜻밖에도 이처럼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 왔다. 지구를 지키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는 따뜻한 계절풍을 타고 민들레 씨앗처럼 사뿐히 날아와 이 작은 한반도에 골고루 퍼져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날을 기대해 본다.

지막으로 존 프란시스는 걷기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공원 같은 한적한 곳을 차분히 산책하다 보면 주변의 리듬과 생체 리듬 등 모든 삶의 흐름이 걷기 속도에 맞추어 느려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내면에서는 평소 바쁜 일상에 쫓겨 감히 끄집어내지 못했던 갖가지 생각들이 샘솟듯 솟아오르며, 어느새 나 자신과의 진지하고 일탈적이기도 한 침묵의 대화는 시작된다. 이로써 내면이 좀 더 영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8년간 미 대륙을 6번이나 걸어서 횡단하며 도보여행을 한 피스 필그림은 내면의 평화가 없이는 다른 어떤 평화도 얻을 수 없다고 역설했듯, 나 자신과의 대화는 격동하는 사회의 파장에 어떻게든 끼워 맞추느냐 힘없이 요동치다 지친 우리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존 프란시스가 『플래닛 워커』를 통해 남긴 침묵과 도보 여행의 생생한 체험에서 알 수 있듯, 그런 나 자신과의 대화는 차분하고 순수한 목적의 걷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진지한 독백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일부 전자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2017년 01월 18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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