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Recent Comments

2/19/2020

장치 관리자 USB Flash Drive 노란 느낌표 해결 방법

마우스 같은 기본적인 드라이버조차 못 잡을 때

오래간만에 Windows 7을 사용해서 그런지 별 시답지도 않은 문제가 날 괴롭힌다. 바로 USB 메모리 장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다. 인식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아예 장치 관리자에서 드라이버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Nexus 7 2013과의 MTP 연결도 안 된다. USB 저장 장치 인식 문제를 해결한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유선 광학 마우스조차 드라이버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 즉, 윈도우가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장치에 대한 드라이버를 ─ 윈도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드라이버조차 ─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윈도우를 꼬이게 만든 것일까? 하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은 예전부터 늘 사용하던 것이라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프로세스 목록을 봐도 딱히 수상한 녀석은 없다. 윈도우 7 설치 직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VGA, 무선 마우스, 블루투스 등 기타 장치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윈도우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것이길래 마우스 같은 아주 기본적인 드라이버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황당한 문제는 윈도우 3·1 이후 처음 겪는 문제다.

이번처럼 윈도우 기능 중에서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뭔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가장 의심해볼 만한 것은 윈도우를 설치할 때 사용한 윈도우 이미지(ISO)다. 현재 인터넷에 공개된 윈도우 7 최종판(2020년 1월 업데이트까지 통합된) ISO 이미지는 아래 두 파일이다.

Windows_7_Ultimate_K_x64_with_IE11_hotfix_2020-01-15.iso

Win7 Ent x64 2in1 Remiz 200119.iso

이 중에서 내가 사용한 것은 첫 번째 윈도우 이미지다. 하지만, 윈도우를 처음 설치하고 나서 얼마 동안은 장치 관리자의 드라이버 설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녀석이 문제였다고 꼭 집어 말하기도 어렵다. 좀 더 사용하다가 백업할 생각이었던 탓에 중간에 트루이미지로 백업하지도 못해 복구도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Remiz님의 이미지로 윈도우 7을 재설치했다.

장치 관리자 노란 느낌표 해결하기

이번 경우처럼 분명히 윈도우에 기본으로 내장된 장치조차 드라이버를 설치 못 할 때 해결하는 방법은 해당 장치의 드라이버 파일인 inf 파일을 찾아서 수동으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하면 된다. 하지만, 테스트해 본 결과 이 방법이 모든 장치에 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엔 윈도우가 기본으로 지원하는 장치(마우스, 키보드, USB 장치 등)는 문제가 없는 것 같고, 프린터처럼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드라이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는 실패할 수도 있다(실제로 캐논 복합기 드라이버 설치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윈도우를 재설치했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오늘의 숙제, ‘USB Flash Drive’를 해결하라>

오늘은 USB 플래시 드라이브(Lexar 제품)를 예를 들어 장치 관리자에 노란 느낌표가 뜬 장치의 드라이버를 제대로 잡는 법을 설명할 것인데, 노란 느낌표가 뜬 장치의 드라이버를 설치하려면 기본적으로 해당 장치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한다. USB 메모리의 경우 드라이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노란 느낌표가 뜨면 장치 관리자에 ‘USB Flash Drive’라고만 뜬다. 보통은 장치의 [속성] > [자세히]의 [장치 설명]이나 [하드웨어 ID] 정보를 가지고 구글링(혹은 driversguru에서 검색)하여 드라이버 설치에 필요한 정확한 장치 이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만약 장치 이름을 영 못 찾겠다면, Windows PE나 다른 윈도우로 부팅하면 알 수 있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FindInFiles는 여러 소스의 텍스트 검색이 가능하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FindInFiles로 찾은 inf 파일을 이용해 수동으로 드라이버 업데이트하자>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USB 메모리를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 통과!>

USB 메모리 같은 경우는 총 세 번의 장치 드라이버 설치 과정이 진행되고 ‘USB Flash Drive’는 그 중 첫 번째일 뿐이다. 세 번이란, [USB Mass Storage Device], [Disk drive], 그리고 마지막으로 [Generic volume]까지 설치되어야 윈도우 탐색기에서 USB 메모리가 제대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USB Mass Storage Device나 Generic volume 같은 장치 이름만으로 어떻게 드라이버(inf) 파일을 찾는단 말인가? Windows 폴더 안에 있는 수많은 inf 파일을 일일이 다 뒤져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이 바로 FindInFiles이다. FindInFiles는 소스(inf, xml, html 등등) 안의 텍스트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이후 모든 과정도 경고를 무시하고 드라이버 강제 설치>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두 번째 관문, USB 메모리 제조사 이름으로 검색하면 뭔가가 나온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Lexar'로 검색했더니 역시 뭔가가 나왔다>

우리가 찾는 장치의 드라이버 설치 파일(inf)은 보통은,

C:\Windows\winsxs

폴더 안에 있다. 고로 FindInFiles에서 찾을 폴더를,

C:\Windows\winsxs

로 설정한 다음 ‘USB Mass Storage Device’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해당 장치가 포함된 inf 파일을 찾을 수 있고, 장치 관리자에서 수동으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할 때 [디스크 있음]에서 앞에서 찾은 inf 파일을 찾아서 선택해주면 된다(드라이버 버전에 따라 두 개 이상 검색될 수 있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이로써 두 번째 관문도 통과>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마지막 관문답게 힌트가 없다, [속성]에서 [하드웨어 ID]나 [장치 설명]을 뒤지자>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마지막 관문의 힌트는 'Genenic volume'이었다>

이때 [이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의 게시자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우가 나와도 무시하고 드라이버를 설치하자.

이 세 번의 드라이버 수동 설치 과정을 마치면 USB 메모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이로써 USB 메모리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드라이버 설치 과정은 끝났다>
Device-Manager-Yellow-Exclamation-Mark-Solution
<적절한 inf를 찾는데 필요한 정보는 바로 여기에>

혹시 ESU 업데이트가 문제였을까?

이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윈도우에 기본으로 내장된 드라이버 파일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서명되지 않은 드라이버입니다.]라고 나온다. 이로써 오늘의 문제는 윈도우 디지털 서명과 관련된 뭔가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미 윈도우를 포맷하고 재설치해버렸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어찌해 볼 도리가 없지만, 갑자기 의심이 가는 녀석이 떠올랐다. 혹시 Bypass로 설치한 첫 ESU 업데이트 중 하나이자 유일하게 내가 설치한 ESU 업데이트인 KB4539602가 원인은 아닐까? 이 녀석이 Bypass가 설치된 윈도우의 드라이버 설치 기능을 마비시킨 것은 아닐까? 알 수가 없다.

Share:

2/18/2020

MP3를 대체할 128k 손실 오디오 압축 인코딩의 신예 Opus, 그러나

MP3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Opus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스테레오 등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장치에 두루 쓰였던 손실 오디오 압축 포맷의 대명사 MP3(MPEG-1 Audio Layer-3)가 대중화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재개발 • 재건축이 필요 없는 무형의 디지털 세계는 오죽할까. 그런데도 MP3는 여전히 대중적인 오디오 포맷이다. MP3의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었다던 AAC(Advanced Audio Coding) 포맷이 꽤 오래전부터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음원 서비스 업체에서는 여전히 MP3로 인코딩된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 용량 대비 뛰어난 음질을 보여주는 AAC의 장점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MP3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은 어떤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에서도 재생할 수 있다는 뛰어난 범용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손실 오디오 압축 포맷 시장을 개척했다는 이 무시하지 못할 인지도가 MP3의 수명을 근근이 연장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원 추출을 위한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는 MKV, 그리고 Opus」이란 글에서 봤듯 128k 비트레이트에서만큼은 AAC도 능가하는 Opus(오푸스) 오디오 포맷의 위력을 알게 된 이상 디지털 음원 시대의 한 획을 장식한 MP3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오디스 스펙트럼 테스트는 실로 묘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 테스트에 사용한 인코더 버전

─ LAME MP3 v3.100.1

─ OggEnc v2.85

─ Opus v1.3

─ Qaac v2.68

(인코딩 옵션은 기본값)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FLAC Audio spectrum>

128k Opus vs AAC vs Ogg vs MP3

지난번 글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추출한 음원을 가지고 글을 썼다면, 오늘은 내가 즐겨듣는 ‘Eagles - Hotel California(Remaster)’라는 노래(설마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의 무손실(FLAC) 음원을 Opus, AAC, Ogg, MP3의 128k VBR(MP3는 CBR) 포맷으로 변환한 것을 spek 오디오 스펙트럼으로 간단하게 분석 • 비교해 보는 자리다. 오디오 스펙트럼이 음질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비전문가가 어떤 오디오 포맷을 선택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고 본다.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Opus 128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AAC 128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MP3 128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Ogg 128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MP3 320k Audio spectrum>

오디오 스펙트럼 결과는 예상했듯 Opus 128k가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320k로 인코딩한 MP3와 엇비슷할 정도다. 확실히 128k에서는 Opus 코덱을 따라올 자가 없다.

256k Opus vs AAC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Opus 256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AAC 256k Audio spectrum>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28k에서 256k로 비트레이트가 2배 이상 높아진 만큼 더 좋은 음질을 보여줘야 하는데, Opus는 배짱 좋게도 128k에서 만족하다는 듯 더는 변화가 없다. 128k에서의 압도적인 용량 대비 높은 음질도 놀랍지만, 비트레이트가 2배 이상 높아졌음에도 거의 변화가 없는 것도 놀랍다. 여러모로 놀라운 오디오 코덱이다.

한편, 표준으로 자리 잡은 256k 비트레이트에서의 AAC는 역시 명성대로다. 거의 무손실(FLAC)에 근접하는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128k Opus vs AAC vs OGG vs MP3, CPU 사용량 비교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관계로 좀 더 세밀한 측정은 하지 못했지만, 일단 128k 비트레이트로 인코딩된 음원(Opus, AAC, OGG, MP3, 그리고 FLAC)를 foobar2000 앱으로 재생했을 때의 CPU 사용량을 Top(adb shell) 명령어로 측정해봤다(테스트에 사용된 스마트폰은 LG G6).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안드로이드 foobar2000 CPU 사용률>

오랫동안 표준으로 자리 잡은 MP3가 가장 낮은 CPU 사용량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FLAC > AAC > Opus >= Ogg 순으로 CPU 사용량이 많았다. 낮은 CPU 사용량은 적은 전력 소모량을 의미한다. 어느 기기를 막론하고 MP3가 왜 대중적인 손실 오디오 코덱으로 자리 잡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예전부터 전력 소모가 높기로 악명 높은 Ogg의 명성도 확인했다. 사실 OGG와 Opus의 CPU 사용량은 엇비슷하다. 압축률이 높다는 것은 그 높은 압축률을 해제하는데도 많은 연산 능력을 소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Opus가 넘어야 할 산이다.

소비 전력에 예민한 사용자라면 Opus와 Ogg 코덱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한 셈이다. 물론 앞으로 저전력의 고성능 CPU가 계속 등장하리라는 것을 예상하면, 이런 차이는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말이다.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YouTube에서 받은 음원 Opus 128k Audio spectrum>
128k-lossy-audio-compression-encoding-Opus-to-replace-MP3
<인코딩된 파일 크기>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Opus

고용량의 메모리와 저장 장치가 보편화한 요즘 시대에 128k로 인코딩된 음원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높은 비트레이트에서 품질 향상이 거의 없는 Opus는 스트리밍 용도(음원 서비스, 인터넷 라디오, 유튜브 등)로 사용하는 128k 수준의 영역에서는 ─ 용량 대비 품질 향상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 MP3나 AAC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고음질을 지향하는 음원 다운로드 시장에서 사용되는 AAC을 대체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울 것 같다. 애초 Opus가 개발된 목적이나 지향하는 바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왜 높은 비트레이트에서 품질 향상이 거의 없는지에 대한 원인이나 이유 같은 것 역시 모른다. 지금으로선 Opus 코덱은 스마트폰에 담아 둔 무손실 음원들의 파일 용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AAC을 대체하기에는 확실히 망설여지는 어설픈 녀석이다. 하지만, MP3(320k, 혹은 그 이하의 비트레이트) 사용자는 사용 중인 디지털 기기가 Opus를 지원한다면 당연히 대대적인 교체를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나처럼 청력이 떨어질 나이에 들어선 사람들이 128k Opus로 인코딩된 노래와 256k AAC로 인코딩된 노래의 음질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에겐 욕망이란 것이 있다. 이왕이면 더 좋고 더 나은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만약 Opus의 인코딩 성능과 음질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래서 AAC이나 MP3 같은 다른 손실 압축 포맷처럼 비트레이트가 높을수록 음질도 높아질 수 있다면, 그땐 Opus가 높은 비트레이트에서 어떤 스펙트럼을 펼쳐 보일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거린다.

• 2020/02/20: 좀 더 알아보니 Opus 코덱의 개발 목적은 실시간 인터넷 음성 통신과 같은 저 비트레이트 상황에서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개발된 포맷이라 위 스펙트럼에서 본 것처럼 일부러 20kHz 이상의 음역은 자르기 때문에 높은 비트레이트로 갈수록 음질의 효율성이 대단히 떨어진다고 한다. 사실 20kHz 이상의 음역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영역이고, 그래서 많은 헤드폰 • 스피커의 헤드폰 주파수 응답 특성도 최대 20kHz로 맞춰져 있다. 인코딩 기본값으로 20kHz 제한을 둔 것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그랬다 치더라도 사용자 옵션으로 그 제한을 풀 수 있게 해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Share:

2/17/2020

[영화 리뷰] 정적을 깰 생각일랑 꿈에서조차 하지 마라 ~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

Dead-Silence-2007-movie-scene
review rating

정적을 깰 생각일랑 꿈에서조차 하지 마라

'꿈에서 그녀를 보더라도...

결코 비명을 지르지 마라'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은 복화술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복화술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생소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복화술사의 어원이 기원전 6세기에 죽은 자의 영혼이 사람의 배를 통해 말할 수 있었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감상한 공포영화 중에서 복화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처음인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괴이하다. 기원전의 복화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혹시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빙의의 일종일까?), 이해할 수 현상이나 기술을 쉽게 초자연적이거나 미신적인 것과 결부 지었던 옛사람들의 순진한 상상력도 엿보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에서 여경이 학생들에게 인형을 이용한 복화술로 교통 교육을 한 장면과 일본 애니메이션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복화술이 등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이 방면으로 무관심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복화술이 꽤 대중적인 유흥거리인가보다.

Dead-Silence-2007-movie-scene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여타 공포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인과 관계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으스스한 멋에 지적인 품격을 더해주는 듯하다. 얼마 전에 소개한 공포영화 「두 개의 영혼(雙魂, Walk with Me, 2019)」처럼 ─ 범인이든, 악령의 정체든 ─ 객관식 시험이라도 풀 듯 뭔가를 맞추려는 의지에서 기인한 상상력이 다분한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추천하고픈 영화다.

Dead-Silence-2007-movie-scene

이 영화를 보면서 더듬이처럼 곤두세울 필요가 있는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각이다. 보통의 공포영화가 예상치 못한 큰 소리로 관객의 심장을 철컥 내려앉게 하는 놀람을 주는 것에 비해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점프 스케어 같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갑작스러운 정적(靜寂)으로 연출한다(‘Dead Silence’를 구글 번역하면 ‘쥐죽은 듯한 고요함’이다). 악령은 먹잇감을 덮치기 전에 빗소리, 음악 소리, 주전자 물 끓는 소리, 시계추가 똑딱거리는 소리 등 먹잇감 주변을 흐르는 배경 소리의 볼륨을 0으로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영화에서 정적은 악령을 위한 전주곡이나 다름없으며, 또 다른 의미에서 정적은 그것에 둘러싸인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악령이 놓는 최초의 덫이다. 하지만, 진짜 죽음은 정적을 보란 듯이 깨는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져야 완성된다. 하물며 경솔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기를...

Dead-Silence-2007-movie-scene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현실적인 사연과 초현실적인 사연이 적절하게 조화된 공포영화로써 막무가내로 덤비는 맛보다는 사건에 얽힌 사연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개연성과 복화술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반전이 볼만하다.

나로서는 Rotten Tomatoes의 낮은 평점이 이해할 수 없으며, 흥행 실패로 속편이 잠정적으로 취소된 것은 무척 아쉬운 결정이다. 그만큼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다는 뜻이며, 그것은 공포심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와 경험, 그리고 그날그날 변덕스러운 기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아쉬운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볼만한 공포영화를 찾지 못해 지루함을 곱씹고 있는 당신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16/2020

[책 리뷰] 극야 같은 길고도 긴 어둠에 갇힌 진실 ~ 동트기 힘든 긴 밤(쯔진천)

Long-night-book-cover
review rating

극야 같은 길고도 긴 어둠에 갇힌 진실

Original Title: 長夜難明 by 紫金陳
“개소리하네! 그따위로 따지자면 사건은 어떻게 해결하나? 모두가 싸우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내려고만 하면 누가 고인을 대신해 진실을 밝히고, 누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느냐고!” (『동트기 힘든 긴 밤』, p195)

잘 쓰인 사회파 추리소설

이런저런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가끔은 자기가 방금 읽은 것이 단지 소설 속 이야기로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소설 속 이야기가 심장을 도려내는 날카로운 아픔과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 그리고 분통을 금할 길 없는 기가 막힌 사연으로 독자의 심금을 사정없이 짓밟는다고 해도, 또한 독자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소설 속에 빠져있다고 해도, 독자가 끝내 오열을 터트리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이 결국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는 자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그런 바람이 순진한 이상주의자의 비현실적인 꿈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것은 소설이 단순히 현실과 작가의 상상 속 나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어두운 면과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타수 같은 역할로서도 본분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쯔진천(紫金陳)의 『동트기 힘든 긴 밤(長夜難明)』은 중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와 부정을 폭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로서의 직분을 백 퍼센트 이상 완벽하게 수행함으로써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독자의 울분을 화산처럼 분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묵은 부정부패를 폭로하기 위해 가짜 살인사건을 꾸민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추리 • 범죄소설 마니아의 엉큼한 호기심도 십분 만족시켜주는, 아주 잘 쓰인 사회파 추리 • 범죄소설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만났다.

극야처럼 길고도 긴 어둠 속에 갇힌 진실을 파헤친다는 것

술은 10년을 묵으면 명주가 되어 뭇사람들을 기분 좋게 취하게 해주지만, 오심이나 오판이 10년을 묵으면 뭇사람들을 원한과 원통함에 치를 떨게 하는 처절하고 애통한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 라는 사실을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라도 쉽게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10년간 오판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그들이 걸어온 길은 통한의 눈물 없이는 감히 마주할 수 없는 비극의 길이었다. 만리장성은 끝이라도 있고, 대장정은 함께 할 많은 동료라도 있었지만, ─ 단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했을 뿐인 ─ 어느 올곧은 대학생에게 씐 누명을 벗겨내기 위한 여정은 우주의 심연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고독하고 위험한 길이었다.

권력과 재력으로 무장한 조직의 견고함은 철의 장벽과도 견줄만하지만, 그것보다 자신들이 저지른 온갖 더러운 악행을 은폐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함과 비열함은 범죄가 범죄를 낳는 악의 온상이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치부에 한 발자국 다가올 때마다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영악함을 보이기도 했으며, 그들에게 맞서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사연을 풀어야 하는 것이 직업이고 의무인 사람들조차 그들의 보복이 두려워, 혹은 개인적 출세에 눈이 멀어 그들을 외면했다.

아무도 진실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데, 어떻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진실은 많은 사람이 알수록 감추기 어려운 법이지만, 진실을 듣기 위해선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용기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의만큼은 수호하겠다는 의지도 필요한 법이다.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할 때, 그 행동하지 않는 악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살찌우는 영양제가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동트기 힘든 긴 밤’이라는 책 제목이 시사하듯, 진실은 극야 같은 길고도 긴 어둠에 갇히게 될 것이다.

책 제목조차 한 번 어둠 속에 파묻힌 진실에 광명의 빛이 비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를 표현하고 있듯, 소설 속에서 소수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대장정만큼이나 길고도 험난한 이야기는 처절하고 눈물겹다. 성난 황소처럼 덮쳐오는 긴장감과 분노가 갈마돌며 나의 연약한 영혼을 지속해서 강타하는 바람에 읽는 내내 입술이 바짝 마르고 속이 다 타들어 갔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엔 거의 녹다운 상태였다. 나도 이 정도인데 엄연히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한 중국인에게는 어떠했겠는가? 아마도 이 이야기가 중국 인민에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한눈을 판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몰입감 높은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국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부정부패를 10년 묵은 체증을 뚫어주듯 시원하게 폭로하는 그 통쾌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가졌을까?

『심리죄: 프로파일링(心理罪: 画像)』의 레이미(雷米)와 『사악한 최면술사(邪惡催眠師)』의 주하오후이(周浩暉), 그리고 『동트기 힘든 긴 밤(長夜難明)』의 쯔진천을 중국 추리 소설계의 3대 인기작가라고 하는데, 이 세 권을 모두 읽어본 나로서는 앞선 두 소설을 이 책과 비교한다는 것은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동트기 힘든 긴 밤(長夜難明)』은 종잡기 어려운 이야기 전개부터 명확한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폭발적인 플롯과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문장삼이(文章三易)까지 갖춘 뛰어난 소설이다. 이렇게 인상적인 감명을 준 추리소설은 찬호께이(陳浩基)의 『기억나지 않은, 형사(遺忘.刑警)』 이후로는 오래간만이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내고 그곳에 진실의 빛을 밝히는 일은 소수의 용기 있는 결단과 소수의 단호한 의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소수는 사회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누군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면서도 그 누구도 하려 들지 않는 위험하고 고생스러운 일을 기꺼이 떠맡았을 뿐만 아니라 때론 자신의 젊음, 일, 명예, 미래, 가정,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치는 이 사회의 진정한 숨은 영웅이다. 오로지 악으로 치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막장 사회가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그들의 혁혁한 공로 때문이리라. 하지만, 소설은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소수의 영웅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마무리되는 데는 대중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말해주고 있다.

한두 사람이 던지는 돌멩이는 기껏해야 창문 한두 개 깨트리는 보잘것없는 수준의 무기지만, 수천수만이 던지는 돌멩이는 한 정권을 굴복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지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리고 ‘민주화 운동’이라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뼈저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진실도 이와 마찬가지다. 성폭력은 한두 사람이 알고 있었을 때는 그저 개인적인 상처와 아픔 정도로 취급되었지만,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일으킨 파장과 그 영향력을 보면 진실은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공감할수록 그 진실을 억누르는 어둠의 세력을 이겨낼 힘도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불편한 진실’을 포함하여 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이고,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은 그 진실을 억누르는 어둠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어둠의 힘은 범죄 집단이나 부패 조직처럼 거대한 세력일 수도 있고, 세상에 불평등과 불공정함을 낳고 그것을 지속시켜온 우리의 시스템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우리의 나약함일 수도 있고, 악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려는 우리의 비겁함일 수도 있다. 그것이 단지 나약함과 비겁함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 정도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는 것 외에 내가 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사람인 것을.

중국의 고질병, 부정부패

만약 중국이 스탈린 시대의 소련 같은 억압적인 독재 체제였다면, 체제의 치부를 드러내는 『동트기 힘든 긴 밤』 같은 책은 당연히 출판되지 못했을 것이며, 책을 쓴 작가도 당연히 ‘굴라크’라는 악명 높은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을 것이다. 이 책이 금서 목록에 오르는 영광을 얻지 못한 이유는 철저한 부정부패 척결을 표방한 시진핑 정부의 노선과도 무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암처럼 번식하는 ‘갖가지’ 부정부패에 경악했다면, 이 책은 그 ‘갖가지’에 세밀함을 더한 것뿐이다. 아무리 큰 ‘호랑이’라도 결국엔 낙마하고 만다는 이 책의 통쾌한 결말은 중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도 일치하니 일말의 선전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으로 이 책의 출판과 성공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심각성을 중국 정부나 인민이 암묵적으로나마 인정하는 것이며, 작가는 이런 분위기를 잘 이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와 그들 밑에서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는 한심한 자들이 야합하여 온갖 추태를 저지르는 것은 일상다반사라지만, 부정부패의 엄청난 규모와 그 수단과 방법의 기상천외함에서 중국을 능가할 국가가 또 어디 있을까? 중국은 국가 일인자가 부정부패 척결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풍운동을 벌어야 할 정도로 여전히 정치적인 면에서는 후진국이다. 하지만, 전직 두 대통령이 연달아 감방에 갇히고 대법관까지 구속되는 마당에 우리라고 뭐 나은 것 있나?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않을까? 아니면, 더 심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교활함에서 앞서고 오랫동안 단련해 온 은폐 기술이 좋은 덕분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Share:

2/15/2020

음원 추출을 위한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는 MKV, 그리고 Opus

음악만큼이나 즐겨듣는 빗소리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내가 사용하는 화이트 노이즈 앱들>

나 같은 경우는 중국인이 만든 (안드로이드와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무손실 음원 다운로드 프로그램 덕분에 음원 추출만을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다운로드할 일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들어왔던 화이트 노이즈(비, 파도, 시냇물, 천둥, 개구리 등 자연의 소리나 일정 볼륨의 잡음) 앱이 재생하는 빗소리와 ─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된 ─ 사람이 직접 자연에서 녹음한 빗소리의 차이가 꽤 크다는 점에 각성하여 유튜브 동영상에서 음원을 추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때마다 늘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왜 화이트 노이즈 앱은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실감 나는 빗소리를 재현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특히 화이트 노이즈 앱이 발생하는 빗소리는 가운데로 뭉치는 경향이 있어 입체감이 떨어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유튜브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환경의 빗소리를 녹음해서 올린 동영상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화이트 노이즈 앱이 재생하는 빗소리가 영 탐탁지 않으면 이런 동영상에서 음원만 추출해서 들으면 된다.

MKV 파일에 포함된 낯선 오디오 코덱, Opus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전부터 인터넷 다운로드 가속용으로 사용하던 IDM(Internet Download Manager)도 해당 기능을 지원하기에 굳이 새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유튜브 동영상은 MP4와 MKV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려받으려고 보니 확장자가 MP4와 MKV 두 개가 있다. 유튜브 동영상은 비디오의 화질 차이는 존재하지만(1080p, 720p 등등), 음질은 AAC 128K 수준으로 통일된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좀 의아했지만, 일단 두 확장자를 다 받아 무슨 차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MP4는 AAC 코덱을, MKV는 Opus(오푸스)라는 낯선 코덱을 사용하고 있었다.

Opus 코덱에 대해 대충 알아보니 MP3를 대체할 차세대 손실 포맷이며, 특히 낮은 비트레이트에선 AAC보다 뛰어난 음질을 보여준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128K 정도 수준으로 제한된 유튜브 음원 소스는 AAC에서 Opus로 대체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무손실 음원이 보편화한 시대에 유튜브의 음질 제한은 불만의 이유가 될 수 있으나, 해당 음원의 저작권 보유자 처지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구글조차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를 막지 못하는 판국에 만약 유튜브 동영상 음원을 320K 수준으로 올린다면 온라인 음원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다.

낮은 비트레이트에서 놀라운 음질을 보여주는 Opus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MP4와 MKV 파일에서 음원만 추출하기>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는 IDM으로 간단하게 해결했고, 이제 내려받은 동영상에서 음원을 추출하는 일만 남았다. 다행인 것은 내가 예전에 DVD 리핑을 했더라는 것이다. 당연히 MKV 파일은 MKVToolNix라는 프로그램으로 어느 정도 편집이 가능한 것 정도는 떠올릴 수 있었고, MKVToolNix 프로그램 역시 아직 내 컴퓨터에도 남아 있었다. 오늘의 작업을 위해선 굳이 최신 버전까지는 필요 없었고, 기존에 사용하던 버전으로 MKV에서 Opus 음원 추출이 가능했다. MP4 파일은 ShanaEncoder를 사용해 AAC 음원을 추출했는데, 알고 보니 MKVToolNix에서도 MP4 파일을 사용할 수 있더라는 것이다.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Opus와 AAC>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128K AAC CBR>
YouTube-video-downloads-for-music-extraction-MKV-and-Opus
<126K Opus VAR>

M4A(AAC) 파일이 MKA(Opus) 파일보다 용량은 좀 크지만, Spek로 오디오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Opus와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볼 수 있다(이 밖에도 두 음원은 샘플링 주파수와 CBR/VBR 차이가 있다)AAC 음원은 AAC 음원은 16kHz 살짝 못 미치는 구간에서 확실하게 커팅된 것에 반해, Opus 음원은 머리가 쭈뼛 곤두선 것 모양처럼 소리가 20kHz까지 근근이 살아있다. 정말 소름 돋는 차이다. 그렇다면, 내 귀는 그 차이를 느끼는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참고로 ShanaEncoder를 통해 Opus 음원을 AAC 192k로 변환했을 때의 스펙트럼은 원본 AAC와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에서 MKA(Opus)를 재생할 수 있느냐이다. 제트오디오 앱은 버전(v6.6.2)이 낮아서인지 재생이 안 되었고, 안드로이드 기본 음악앱은 재생이 되긴 했지만, 백그라운드 재생은 불안했다. 결국, 대표적인 동영상 재생기인 MX Player로 해결했다. 윈도우 같은 경우는 팟플레이어나 Media Player Classic 등으로 재생 가능했다.

음원 추출을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다운로드할 땐 현재로선 MKV 파일이 최상의 선택이다.

MP3를 대체할 128k 손실 오디오 압축 인코딩의 신예 Opus, 그러나

Share:

2/14/2020

홧김에 지원 종료된 윈도우 7을 다시 사용하다

지긋지긋한 프리징

프리징 때문에 두 시간 넘게 공들이던 작업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그래서 홧김에 수년 만에 윈도우 7을 다시 설치했다. 감회도 새롭지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마치 새로 출시한 윈도우를 설치하는 것처럼 약간의 설렘임이 곁들여진 윈도우 설치 과정과 이후의 이런저런 설정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약간의 기분 전환이 된 듯하다. 홧김에 윈도우를 갈아엎기는 했지만, 사용하던 윈도우 10(정확히는 Windows 10 2016 LTSB)을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Acronis True Image)로 백업할 멘탈은 남아 있었다. 자칫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한편으론 「윈도우 7 업데이트 3년 연장 도구 ~ BypassESU」에 소개한 BypassESU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구글링해보면 알겠지만, SanDisk X110 SSD의 프리징 문제는 나만 겪는 것은 아니다. 고질인 문제고 완벽한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윈도우 7에서 SSD로 말미암은 프리징 문제가 아예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기억도 확실치 않다. 아마 SSD를 구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윈도우 10 인사이더 프리뷰 버전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윈도우 7에서 SanDisk X110 SSD 인한 프리징 문제가 발생했는지와 발생했다면 윈도우 작동이 멈췄다가 잠시 후 풀리는 정도였는지, 아니면 ─ 이번에 나의 분노를 일으킨 것처럼 ─ 컴퓨터를 강제 종료해야 할 정도로 완전히 멈춘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확실치가 않다. 그래서 이 문제도 확실히 매듭을 지을 겸 겸사겸사 윈도우 7로 실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사용한 윈도우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자세한 것은 구글링)

Windows_7_Ultimate_K_x64_with_IE11_hotfix_2020-01-15

Reuse-Windows-7-which-has-been-deprecated
<배경 화면 검은색 버그를 해결한 KB4539602 ESU(확장 보안 업데이트)>

벌써 등장한 ESU(확장 보안 업데이트)

윈도우포럼의 글을 보면 2020년 2월 12일 날짜로 윈도우 7 ESU(확장 보안 업데이트)는 3개가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정보는 윈도우포럼 글 참고). 그중 하나는 예상했듯이 BypassESU를 무력화시키는 KB4537829 업데이트다. 일단 ESU(확장 보안 업데이트) 중에선 배경 화면이 검은색으로 표시되는 문제를 해결한 KB4539602만을 설치한 상태다. 업데이트는 Microsoft 업데이트 카탈로그에서 받은 파일을 이용해 수동으로 설치했고, 아무 이상 없다. 기타 필요한 업데이트를 완료했고 문제가 없다면 Windows Update Clean Tool로 공간을 정리하자. 무려 6GB를 확보할 수 있었다.

Reuse-Windows-7-which-has-been-deprecated
<Windows Update Clean Tool로 마무리>

보안 관련 프로그램은 앱체크(AppCheck)와 Privatefirewall을 설치했다. Privatefirewall의 [Process Detection] 기능만 잘 활용한다면, 랜섬웨어 방어는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윈도우 업데이트는 수동으로 설치하면 되니까, 기본적으로 모든 윈도우 서비스의 In/Out 트래픽은 차단한 상태에서 필요한 프로그램만 허용하면서 평소보단 다소 조심스럽게 사용 중이다. Privatefirewall가 아쉬운 것은 Comodo Firewall처럼 네트워크 패킷을 분석하여 악의적인 패킷을 차단하는 지능적인 방어가 안 된다는 점이다. Comodo Firewall에 Privatefirewall의 [Process Detection] 같은 기능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참으로 아쉽다.

Reuse-Windows-7-which-has-been-deprecated
<아직은 믿음직스러운 Privatefirewall의 [Process Detection]>

새로 설치한 윈도우 7을 사용한 지 이제 하루 지났으며 아직 프리징 문제는 겪지 않았다. 윈도우 10의 지능적인 마우스 휠 작동이 그립기는 하지만(비슷한 기능을 구현하는 KatMouse 사용 중), 프리징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마치 맨 뒷줄에 서서 매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조금은 조마조마하긴 하지만, 여차하면 백업한 이미지로 복구하면 그만이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인터넷엔 지원 종료된 윈도우 7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연결하지 말라는 참으로 성의 없는 대답들이 즐비하다(윈도우 95도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으면 안전하긴 할 것이다). 윈도우 7을 꼭 사용해야 하는 사람, 혹은 사용하고 싶은 사람, 아니면 나처럼 객기를 부리고 싶은 사람은 탁상공론에서나 쏟아져 나올법한 충고 같지도 않은 충고에 너무 마음 졸일 것 없고, 또한, 당분간은 BypassESU도 있으니 3년은 걱정 없이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익스플로러는 절대 사용하지 말자.

Share:

2/13/2020

[영화 리뷰] 머릿속이 사나울 때 공허하게 감상하자 ~ 데이 오브 더 데드(Day Of The Dead, 2008)

Day-Of-The-Dead-2008
review rating

머릿속이 사나울 때 공허하게 감상하자

"당신을 좋아하고 있잖아. 좀비가 대쉬하는거야?" - 살라자

「데이 오브 더 데드(Day Of The Dead, 2008)」는 나처럼 좀비 영화에 굶주린 사람이라면, 마음 오지게 단단히 먹고 딱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는 영화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그래도 아주 오래간만에 보는 좀비 영화이고, 왠지 모르게 영화 선택 시부터 큰 기대감을 주지 않는 겸손한(?) 영화라서 그런지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좀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정신없이 사납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 미쳐버리지 않으려면 가끔은 머리를 텅 비워줄 필요가 있다. 그런 각오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면 마음과 머리를 비우고 감상해보자. 이런 영화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찾아내는 인류의 영묘한 정신력에 영탄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상영 시간이 비교적 짧다는 것이지만, B급 영화(혹은 그 이하)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탱탱한 유방 한 번 보여주지 않는 쓸데없는 청교도적 분위기가 우리를 다소 실망스럽게 한다. 뭇 남자들의 시기심만 잔뜩 불러일으키는 유방을 힘껏 움켜쥔 남자의 손만 카메오처럼 잠깐 등장하는 것이 전부이니, 그래도 명색이 공포영화인데 너무 밋밋한 것 아니냐고 뿌루퉁해 있으면 변태가 되는 건가?

Day-Of-The-Dead-2008

영화는 감히 좀비 영화계의 전설 조지 로메오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 - 시체들의 날(Day Of The Dead, 1985)」을 모방했다고 선언한다. 그 발끝에도 살짝 미칠까 말까 한 것이 말이다. 그래도 꿈과 목표는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 그 점은 가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결과물이 너무 신통치가 않으니 곤란한 것이다.

Day-Of-The-Dead-2008

그렇다고 이쯤에서 희망의 줄을 놓는 우는 범하지 말자. 공포영화에서만큼은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앞서 언급한 모든 실망과 좌절을 절반 정도는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남자라면, 사라 역을 맡은 미나 수바리(Mena Suvari)의 눈부신 금발과 숨을 잠깐 멈추게 하는 매혹적인 파란 눈동자에 퐁당 빠지는 순간 영화의 모든 것을 용서해 줄 관대함이 어딘지 모르는 심연으로부터 불쑥 솟아오르는 기적을 느끼게 될 것이다. 「플래닛 테러(Planet Terror, 2007)」에 나왔던 마리 쉘톤(Marley Shelton)도 그렇고, 난 파란 눈동자를 품은 금발에게 약한가 보다.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도 말이다.

Day-Of-The-Dead-2008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점은 차별화된 좀비를 만들려고 한 노력이다.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면 진화한 좀비? 이보다 조금 더 앞서 나온 영화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에서 좀비가 각성한 결과라서 그런가?

아무튼,「데이 오브 더 데드(Day Of The Dead, 2008)」의 좀비는 도구도 사용하고, 라디오도 청취하고, 사람의 공격도 피하고, 나름 방어 자세도 취한다. 군인이었던 좀비는 방아쇠를 당기고, 채식주의자였던 사람이 좀비로 되니 스님처럼 육식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 냄새에 이끌린 좀비들이 ─ 아무리 육체를 함부로 굴려 먹어도 문제 없다지만 ─ 창문 밖으로 몸을 내동댕이치는 장면은 그 정도로 사람 고기가 좋다면 기꺼이 이 한 몸 바치리라는 말도 안 되는 연민이 들게 할 정도로 처절하다. 또한, 좀비가 되어서도 뽀뽀 한 번 못해본 고참(사라)을 위해 연정을 불사르는 사연은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초창기 좀비들로부터 차별해 나가면서 변덕스러운 대중의 요구에 맞게 날렵하고,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영리해져 가는 좀비들이 기특하다.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에 와서는 좀비와 사람이 사랑까지 나누지 않겠는가? 오~ 할렐루야! 마지막에 등장하는 좀비는 프로토타입답게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숭숭 날라오는 총알을 휙휙 피하면서 시종일관 한일자로 야멸차게 다물어져 있던 시청자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압권 중의 압권을 연출한다. 이래도 안 보고 배길 수 있나?

끝으로 「데이 오브 더 데드(Day Of The Dead, 2008)」가 화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좀비들을 화끈하게 불로 조지는 것이다. 그것도 화염방사기처럼 늘 보던 것이 아닌 미사일 추진 연료를 사용해서 말이다. 좀비물은 그냥 한바탕 야단법석만 제대로 치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아니었던가?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데이 오브 더 데드(Day Of The Dead, 2008)」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12/2020

[드라마 리뷰] 누가 과연 진정한 급식마니아인가? ~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

review rating

누가 과연 진정한 급식마니아인가?

"나는 급식을 좋아한다

급식 때문에 학교에 와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야 할,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급식을 사랑할 뿐

그런 나에게 도전해오는 남자" - 아마리다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한 회가 30분도 안 되는 단막극 같은 10편으로 구성된 드라마로, 오로지 급식을 위해 학교로 출근하는 아마리다 선생(市原隼人, 이치하라 하야토)과 아마리다 못지않은 열정으로 급식을 열렬히 기다리는 카미노 학생(佐藤大志, 사토오 다이시) 사이의 불꽃 튀는 대결을 과유불급을 무시하는 일본 특유의 연출로 급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드라마다(어쩌나, 난 급식 세대가 아닌 걸).

급식을 사이에 두고 일으키는 대결(?)이라고 하니, 맛있는 반찬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나 하는 탐욕스럽고 무식한 대결로 오해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기가 막히게도 두 사람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대결이란 누가 더 급식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맛있게 먹느냐이다. 오직 급식 때문에 출근한다는 선생도 있을 수 없지만, 급식을 두고 학생과 이상한 경쟁을 하는 선생은 더 있을 수 없으므로 두 사람의 대결은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물론 우리 같은 시청자는 예외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본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끄집어낸 다음 요란법석 포장해 그럴싸하게 내놓는 재주는 가히 따라올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정말 창의적이다.

School-Meals-Time-2019-Drama

하지만, 동물애호가들은 첫 편부터 기겁할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첫 편 급식 메뉴는 바로 고래고기이기 때문이다. 요즘도 일본 학교 급식 메뉴로 고래고기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배경으로 설정된 1984년에는 학교 급식에 고래고기가 무려 한 달에 한 번이나 나올 정도로 꽤 자주 , 그리고 고정적으로 등장했나 보다. 쌀밥(한때의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분식 먹기 운동을 했었나?)이 아니라 빵이 주식으로 나오는 점도 신기하다. ─ 한창 먹을 나이임을 고려하면 ─ 식사량이 적다는 점도 눈에 띄고, 일본 전통 요리보다는 양식과 중식의 비중이 높은 것도 뜻밖이다. 여기서 예상할 수 있듯 드라마는 한국의 맛집 광고나 먹방과는 달리 ‘양’에는 별 관심이 없는 오직 ‘맛’에 중심을 둔 경쟁이 펼쳐진다. 한정된 자원에서 어떻게 최상의 맛을 끌어낼까, 역시 일본답다고 봐야 하나?

급식을 먹기 전에 교가를 제창하는 것도 신묘하다. 노래방 가서 한바탕 부르고 나면 허기지는 것처럼 교가 제창이 밥맛 돋우는데 꽤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한데, 과거 일본 교육을 그대로 모방했던 한국 학교도 급식 전에 교가를 부르나?

School-Meals-Time-2019-Drama

음식량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 것 때문에 한국의 먹방은 생물학적인 돼지가 아니라 문화적인 돼지(먹는 괴물의 표상이 된 돼지)가 판을 치는 징그럽고 더티하고 추잡한 방송이 되어버렸다. 먹방 같은 것은 혐오스러워 보지 않지만(보는 사람도 혐오스럽다!),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일본 특유의 과장된 코믹 연기와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본의 급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볼만했다. 물론 음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 중에서 「심야식당(深夜食堂)」을 따라올 만한 것은 아직 못 봤지만 말이다.

School-Meals-Time-2019-Drama

적게 먹는 습관과 ─ 먹거리가 너무 흔하다 보니 ─ 소홀히 넘어갈 수 있는 한 끼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일본 교육은 여기저기 음식쓰레기가 넘쳐나는 우리로서는 배울만하다. 너무 흔한 데다가 공짜다 보니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먹방의 홍수 속에서 한 끼 식사의 소중함과 한 끼 식사에 올라온 각각의 반찬과 요리에 소비된 재료들이 의미하는 공생의 법칙을 깨우칠 기회를 잊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식습관이란 것은 참 고치기 어렵다. 편식이 어렸을 때 결정되는 것처럼 식습관 역시 어렸을 때 부모와 학교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음식을 적게 먹는 것, 그리고 ─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 붉은 살코기 역시 적게 먹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임을 알면서도 실천으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식탐은 성욕보다 강하다. 섹스보다는 접근이 쉽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또한, 식탐은 나이를 먹어서도 쉽게 수그러들지가 않는다(사람에 따라선 식탐만 남는 경우도 있다!).

급식에 눈이 먼 두 사람, 즉 우악스러운 선생과 새침해 보이는 학생 사이에서 펼쳐지는 ‘급식 맛나게 먹기 경쟁’을 감히 중재하지는 못하고, 두 남자 사이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줄 귀여운 미소노 선생(武田玲奈, 타케다 레나)도 나오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심심풀이로 적당히 보기 좋은 드라마다. 물론, 약간의 식욕 증가는 감내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난 급식 세대가 아니라서 요즘 학교 급식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한번 먹어보고 싶기는 하다. 기차역에서 정기권을 끊듯 교육부에서 급식권을 구매해 전국에 있는 학교 급식을 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름하여 '급식 일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드라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헌혈 팁? 전혈 이벤트로 받은 정체 불명의 유무선 보조배터리

헌혈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철분제 정도는 고려해볼 만

엊그제가 생애 17번째 헌혈이었다.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사회에 뭔가 기부할 수 있는 게 이 정도뿐이라, 헌혈은 3개월마다 하려고 열심히 체력 관리 중. 뭐, 다른 사람들처럼 돈이라도 많으면 돈으로 때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렇지가 못하니 ─ 가능할 때 ─ 몸으로라도 때우자는 다소 무식한 심보라고 할까나? 보통 전혈은 2개월마다 할 수 있지만, 전혈에 필요한 혈액비중 검사 결과가 최소 요구 수치인 12.9g/dL에 미달한 경우가 몇 번 있어, 친절한 헌혈의집 간호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나름대로 조절 중(3~4개월마다 한 번)이다. 전혈 용량도 320mL로 낮춤. 참고로 약간 미달자는 성분 헌혈은 가능하지만, 시간도 좀 걸리고 옌롄커의『딩씨 마을의 꿈』이 떠올라 좀 꺼려지긴 한다.

사실 그전에도 이 수치가 간당간당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따로 적어두진 않았지만 보통 13~13.5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헌혈 전날 철분 약을 먹었더니 당일 혈액비중 검사 값이 15를 넘어섰다. 참말로 신기한 (생리학적으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이다. 철분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헌혈을 하는 날 별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이 한 몸 아니었던가? 그런 고로 살아생전에, 그리고 할 수 있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헌혈한다.

아무튼, 헌혈은 하고 싶은데, 혈액비중 검사 수치가 나처럼 간당간당할까 봐 걱정이라면, 헌혈 이삼일 전부터 철분 약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헌혈 후에 철분 약을 먹으면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타 전혈과 함께 진행되는 소소한 혈액 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점도 좋고, 이벤트로 받는 선물을 모으는 재미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혈액 검사 항목을 거의 병원 검사 수준으로 늘린다면 참여자도 ─ 요즘 사람들이 건강에 쏟아붓는 관심을 고려하면 ─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An-unidentified-and-wireless-auxiliary-battery-from-a-blood-donation-event
<내가 먹는 철분제>

요즘은 A형도 부족할 정도로 혈액 공급이 수월치 않은 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쳤으니 말 다 했다. 이 기회에 헌혈 좀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철분에 자신 없는 체질이라면, 나처럼 철분 약이라도 먹으면서 말이다. 쓴소리 좀 하자면, 죽기 전에 좋은 일 좀 해라!

헌혈 후 받은 기념품 5000mAh 보조배터리

An-unidentified-and-wireless-auxiliary-battery-from-a-blood-donation-event
<보조배터리 구성품>

헌혈로 받은 기념품은 전부 시중에서 판매하는 약소한 것들이지만, ‘헌혈’과 관련된 특정 문자가 프린트되어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 USB 가습기,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 키보드 등등 모두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보조배터리(5000mAh)는 구글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품이다. 물론 삼일렉트로닉스라는 제조자와 SEC-WB50이라는 모델명이 분명 프린트되어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곧 나올 신품인가? 아니면, 헌혈 이벤트 전용 상품?). 더불어 설명서 한 장 없다. 아무리 설명할 것이 없는 단순 명확한 상품일지라도 보통은 종이 쪼가리 한 장 정도는 동봉되어 있는데 말이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보니 보조배터리 증정은 전국구는 아닌 것 같고, 특정 헌혈의 집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인 것 같다. 참고로 헌혈로 받은 보조배터리의 자세한 스펙은 아래와 같다.

An-unidentified-and-wireless-auxiliary-battery-from-a-blood-donation-event
<헌혈 기념품에만 새겨지는 문구>
An-unidentified-and-wireless-auxiliary-battery-from-a-blood-donation-event
<입력 및 출력은 이렇다>

SEC-WB50 Specifications

Capacity : 5000mAh

Input : DC 5V / 2A

Output : DC1 : 5V /2A DC2 : 5V/2A

Wireless output : 5W

(보조배터리 충전은 USB 타입C 및 구 타입 둘 다 지원)

Share:

Category

팔로어

Recent Comments

Blog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