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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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책 리뷰] 죽은 자, 죽어가는 자, 죽을 자’에서 제외된 사람들 ~ 콜리마 이야기

Kolyma Tale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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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죽어가는 자, 죽을 자’에서 제외된 사람들

Original Title: Kolyma Tales by Varlam Tikhonovich Shalamov

“사람이 사는 것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랍니다. 삶의 본능이 어느 동물이나 보호하듯 사람을 보호해 줘요.” (『콜리마 이야기』, p197)

안드레예프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 앞의 삶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걸 광산에서 배운 그는 죽음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듯 눈앞의 것을 위해 싸우려고 애썼다. (『콜리마 이야기』, 295)

곳은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가 실재하는 곳이다. 기력이 다한 수인이 따스함을 느끼면 영하 30도, 찬 안개가 끼면 영하 40도, 숨 쉴 때 공기가 소음과 함께 나오지만 아직 숨쉬기가 어렵지 않다면 영하 45도, 숨소리가 요란하고 호흡 곤란이 눈에 띄면 영하 50도, 뱉은 침이 공중에서 얼면 영하 55도 이하다. 뼛속도 얼어붙을 수 있다면 뇌도 얼어붙고 마음도 얼어붙을 수 있으니, 이곳의 혹한 속에서는 모두가 멍청해지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거추장스러운 영혼은 말끔히 소멸한 채 좀비처럼 생존을 향한 육체적 본능만을 불태울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곳. 그곳은 바로 시베리아 북동부로 영구 동토층과 툰드라가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고 연중 9개월이 겨울인 ‘콜리마’이다. 또한, 『콜리마 이야기(Kolyma Tales)』의 저자 바를람 샬라모프(Varlam Tikhonovich Shalamov)가 무려 17년간이나 수용소 생활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전히 스탈린 시대에 노동 수용소로 보내진 사람들의 규모와 그곳에서 죽은 사람의 정확한 수는 미스터리다. 하지만, 적어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부당하게 수용소로 보내졌으며, 그중 동료 수인들이나 수용소 관리들이 행사한 폭력에 희생되었든, 혹독한 추위 속에 얼어 죽었든, 가혹한 노동 착취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든, 아니면 (수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갖가지 원인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열악한 주거와 보건 환경 속에서 빈약한 식사로 병들고 굶어 죽었든, 어찌 되었든 많은 수의 수인들이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종종 펼쳐지는 이루말 할 수 없는 참혹한 상황에서도 결국엔 살아남는 사람들이 씁쓸한 감동으로 역사의 결말을 장식했듯, 대다수 사람은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공포 시대의 산증인이 되었다.

하루 치 식량 이래 봐야 낮은 품질의 500g 빵(무게로만 본다면 보통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빵 한 봉지보다 약간 많은 양, 그러나 품질은?)과 수프라기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가까운 묽은 수프 두세 접시. 여기에 휴일도 없고 보호 장비라고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16시간의 중노동만 해도 끔찍한데, 방한복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말 그대로 뼛속까지 얼어붙는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든 버터야 한다는 끔찍한 상황에서 생존한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했던 것이다.

죽은 자, 죽어가는 자, 죽을 자 등 죽음이 일상화된 수용소에서는 죽기는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죽기는 매한가지기에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모든 요소요소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라는 악에 받친 침울한 투쟁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구를 향한 투쟁인가? 그것은 수용소 관리도, 깡패도, 소비에트 정부도 아닌 바로 ‘죽음’을 향한 투쟁이다. 누군가 바로 코앞에서 내게로 총을 발사하려고 할 때 손바닥이 총알을 막을 수 있든 없든 상관없이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총구를 향하여 방어의 손바닥을 펼치듯, 그들의 투쟁은 곳곳에 만연한 ‘죽음’에 대한 육체의 본능적인 저항이자 무의식적인 몸부림이다.

온갖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하며 비열한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수용소는 필연적으로 도덕과 양심의 진공 상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오랜 굶주림, 희망 없는 미래, 머리와 마음조차 얼어붙게 하는 혹한에서 사람의 정신적 지지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명사회에서는 그 고결함과 순수함으로 추앙되는 사람의 영혼은 수용소 생활을 견디기에는 너무나 나약하고 순진한, 그럼으로써 그 고결함을 조금이나마 유지하고자 자살을 부추기는 장애물일 뿐이다. 사람으로서 마땅한 생각을 하고 보편적인 양심과 도덕에 비추어 수용소 생활을 바라본다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죽은 자를 뒤로하고, 죽어가는 자에서 회복하여 죽을 자에서 벗어나려면 오로지 생존과 삶을 향한 좀비 같은 끈질기고 맹목적인 육체의 본능과 어떻게든 고통을 참고 한계 상황을 견뎌내려는 마조히스트도 울고 갈 정도의 인내심만이 눈앞의 것을 위해 싸우게 할 수 있고, 이러한 하루하루의 필사적이면서도 조용한 노력이 끊기지 않고 영사기에 걸린 필름처럼 이어질 때 그것은 마침내 위대한 ‘생존’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다른 러시아 수용소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by Alexander Solzhenitsyn)』가 보통 세상에서는 보통 사람의 역할을 나름대로 해낼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디까지 비굴해지고 파렴치해질 수 있나 하는 그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로써 수용소의 잔혹한 현실을 다소 해학적으로 그려냈다면, 바를람 샬라모프의 『콜리마 이야기』는 자기가 죽어가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의 정신적 감각과 그 감각을 유지하는 의식 자체를 소멸시키는 혹한의 수용소에서조차 말소될 수 없는 육체에 대한 동물적인 집착과 본능이 어떻게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고 말쑥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또한, 수용소를 둘러싼 툰드라와 타이가의 쓸쓸하면서도 나름의 운치를 자아내는 정경과 그 혹한의 환경에서조차 차분하게 호흡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예찬하는 묘사가 수용소 생활의 삭막함을 조금은 씻겨주고 있다.

수용소라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특별한 서술 기법을 도입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짧은 단편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참혹할 대로 참혹한 수용소 생활이지만, 『콜리마 이야기』에서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처럼 차분하고 단조롭게 이야기된다. 마치 그것이 스탈린 치하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직소 퍼즐 맞추듯 단편들이 이어져 전체의 윤곽을 대충이나마 볼 수 있게 되면 샬라모프를 비롯한 수용소의 수많은 생존자가 도무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그 콜리마의 수용소에서, 미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단 오늘만을 위한 인고와 삶의 본능이 어떻게 생존의 결말로 귀결될 수 있었는지를 얄팍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공포 시대에 무시무시한 생존 본능으로 맞선 그들의 잔혹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어떠한 환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생존을 위한 본능을 어디까지나 뻗쳐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그들의 명확한 증언이기도 해 경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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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7일 목요일

필독! 바이두 무료 사용자 공간 조정에 대한 공지

출처: 没登录百度网盘的,注意了!

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바이두 클라우드는 무료 사용자 공간에 대한 새로운 공지를 발표했다. 2018년 12월 25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한 번도 로그인하지 않은 사용자는 2020년 1월 1일부터 기존에 제공하던 2T 공간을 몰수당하고 100G의 공간만 받을 수 있다는 것! 고로 바이두 사용자는 2019년 12월 31일 전에 반드시 한 번 이상 로그인해야 2T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휴면 정책이 2T가 아닌 1T의 무료 저장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비교적 최근에 가입한) 사용자에게도 적용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이것은 2020년 1월 1일 이후의 바이두 신규 가입자는 무료 저장 공간이 현재의 1T에서 100G로 축소되는 것을 예고하는 사전 공지인지도 모르겠다. 장기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오프라인 다운로드], 휴면 계정에 대한 무료 제공 공간 축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서버 불안정 등 바이두가 서비스 초반 클라우드 경쟁이 심했을 때 일을 크게 벌여놓고 뒷감당을 못 하던 것을 이제야 조금씩 조금씩 수습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바이두 클라우드는 나름 고심하며 구조조정 중이라는 말인데, 더욱 답답한 것은 중국의 만만디 정신에 따라 (정말로 구조조정 중이라면) 이 과정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결국, 이 모든 것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Notice of Baidu free user space adjustment
<시나 파이널스에 실린 바이두 소식>

한편, 이 공지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바이두 휴면 계정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약간 해소할 수 있는 정보를 은근슬쩍 내비치고 있는데, 1년 동안 로그인하지 않아도 계정이 삭제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료로 받은 저장 공간 2T가 100G로 확 줄어들 뿐! 이때 보관된 자료 중 100G를 초과하는 자료 전부가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료는 유지하지만 저장 공간이 100G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는 업로드나 새 자료 추가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무료 공간이 대폭 축소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바이두 클라우드 계정이 없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바이두 계정 한두 개 정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으며, 여러 계정을 사용하는 사람은 각각 한 번 정도 로그인해서 2T 공간을 유지시켜야 한다. 만약 사용하지 않는 계정이 있다면, 버리기는 아까우니 이 기회에 필요한 이에게 양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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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Runtastic 활동 기록을 tcx, gpx 파일로 내보내기

출처: runtastic

혼자, 또는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갈 때 꼭 챙기는 앱이 있는데, 바로 런타스틱(Runtastic)이다. 사실 꼭 사용할 필요가 있는 앱은 아니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으로 남기려는 고무줄처럼 질긴 습성을 타고난 ‘호모 사피엔스’로서는 그냥 간과하기 어려운 앱이다.

아무튼, 요즘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등 꾸준히 야외 운동하는 사람치곤 이런 앱 하나쯤은 사용할 법도 한데, 살다 보면 어떤 이유로든 다른 앱으로 갈아타야 할 번뇌의 순간에 마주칠 때가 있다. 이때 가장 난감한 것이 바로 런타스틱에 저장된 지난 수많은 나날의 추억들이다. 이런 이유로 떠나지 못하고 런타스틱에 발이 묶여 있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아주 간단하게 런타스틱의 모든 활동 기록을 다른 앱에서 불러들일 수 있는 tcx, gpx 파일로 내보내는 방법이 있어 소개한다.

위 출처의 유틸을 사용하면 런타스틱의 활동 기록을 tcx, gpx 파일로 내보낼(export) 수 있는데, 이렇게 내보낸 데이터는 런키퍼(RunKeeper), 스포츠 트래커(Sports Tracker), 스트라바(Strava) 등의 런타스틱과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앱에서 데이터를 불러들일(import)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임의로 추가한 GPS 기록이 없는 활동 기록은 (예를 들어 운동 시간과 거리 정보만 입력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에러를 내며 건너 띄어질 수 있다.

Export Runtastic activity to tcx, gpx files
<Runtastic 활동 기록 내보내기>
Export Runtastic activity to tcx, gpx files
<zip 파일을 풀면 날짜별로 활동 기록이 저장되어 있다>
Export Runtastic activity to tcx, gpx files
<런키퍼는 한 번에 100개의 tcx, gpx 파일을 불러올 수 있다>

사용 방법은 명령 프롬프트 창에서,

runtastic -email user@example.org -password secret123 –format tcx(or gpx)

를 입력하고 몇 분 기다리면 zip 파일 안에 런타스틱 모든 운동 기록이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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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2.6 균열 버전 한글판

출처: 百度网盘 v9.2.6 去广告、不限速、破VIP[安卓版]

SVIP 모드로 크랙된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2.6을 한글화했다. ‘균열 버전’과 '크랙 버전'은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제목에는 그냥 심심풀이로 중국어를 그대로 따라 해봤다. 얼마 전부터 신기하게도 내가 한글화한 바이두 앱 균열 버전이 공유 금지 파일로 분류되어 바이두 공유가 자동 취소되었다. 원본 균열 버전을 불법 파일로 지정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내가 한글화한 앱까지 차단되었다. 원본 균열 버전을 한글화하면서 응당 파일 해시값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바이두가 내가 제작한 한글 앱의 존재를 어찌 알았을까? 누가 신고했나? 아니면 바이두에서 인터넷에 유포된 바이두 앱 개조 버전을 쥐새끼처럼 열심히 뒤지는 중인가, 참으로 묘한 일이다.

내가 한글화한 바이두 균열 버전 앱이 불법/금지 파일로 분류되어 공유는 취소되었지만, 내 클라우드에서 영구 삭제된 것도 아니고 계정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징후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앞으로 한글화한 바이두 앱은 바이두가 아니라 스택(stack)을 통해 공유해야겠다.

Baidu Cloud app v9.2.6 crack version Korean 01
<슈퍼맨 의상에 새겨진 문자를 연상시키는 'S'라는 회원 등급 표시가 보기는 좋다>
Baidu Cloud app v9.2.6 crack version Korean 02
<그럭저럭 봐줄 만한 속도>

▲ 9.2.6 균열 버전 특징

• SVIP 다운로드 가속 기능 사용(검은 색 효과 없음)

• 영상 보기 전 15초짜리 광고

• 비디오 및 오디오 가변 속도 재생 제한 해제

• 인터페이스에서 쓸모없는 배너 제거

• 작은 빨간색 점 제거

• 업데이트 확인 금지

이번 앱도 지난번에 소개한 앱처럼 Mrack란 사람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며, SVIP 모드로 크랙되어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다운로드 속도는 어제 저녁에 테스트했을 때 50k~300k/b 정도 나와준 것으로 보아 그럭저럭 쓸만한 녀석으로 보인다. 별거 아닌 속도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것마저 막힐지도 모르는 일이니 후딱 체험해 보자.

마지막으로 9.2.6 버전을 번역하다 보니 [오프라인 다운로드] 관련된 문구가 지난번에 한글화한 9.0.2 버전보다 많이 추가된 것으로 보아 여전히 말썽도 많고 탈도 많은 이 기능을 바이두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희망을 가져본다.

바이두 앱 svip v9.2.6 한글판 다운로드(업데이트: 2018년 12월 25일):

baiduNetdisk_v9.2.6_svip_ko.apk암호: 114466

바이두 앱 svip v9.2.6 v2 한글판 다운로드(업데이트: 2018년 12월 31일):

baiduNetdisk_v9.2.6_SVIP_v2_ko.apk암호: 20181231

다른 바이두 앱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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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책 리뷰] 두려워서 말하지 못했고, 두려워서 듣지 못했다 ~ 속삭이는 사회(올랜도 파이지스)

The Whisperer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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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서 말하지 못했고, 두려워서 듣지 못했다

Original Title: The Whisperers: Private Life in Stalin's Russia by Orlando Figes by Orlando Figes

말하기는 가장 좋은 시절에도 위험할 수 있었으나, 대숙청 시기에는 누군가가 영원히 사라지는 데 분별없는 말 몇 마디면 충분했다. (『속삭이는 사회 1권』, p418)

어머니는 딸에게 노동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결코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너무 두려워서 말하지 못했고, 나는 너무 두려워서 묻지 못했다.”고 마리나는 회고한다. (『속삭이는 사회 2권』, p229)

숨 막히는 사회

선 이 책 『속삭이는 사회(The Whisperers: Private Life in Stalin's Russia by Orlando Figes)』 에 등장하는 놀랍고 충격적이며 한편으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그들의 ‘삶’이 단지 나에겐 그저 극적인 ‘이야기’일뿐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린다. 이런 나 자신이 가증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들이 토해내듯 힘겹게 뱉어내는 ‘속삭이는 사회’를 듣고 있노라면 약간의 상상력만 발휘해도 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삶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비록 내가 그들이 겪은 불행과 고통에 통탄해하고 비탄에 잠겨 그들이 겪은 모든 것에 대해 동정할지라도 한편으론 나 자신이 그런 불행의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나의 파렴치한 양심은 변명한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내가 그 시대, 혹은 그와 비슷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 지금의 내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끝까지 견지할 수 있을까? 동시대인의 눈에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하지만 훗날 누군가가 봤을 때는 공포정치의 압제와 부당함에 저항하고 굴복하지 않는 용감하고 꿋꿋한 나의 반항은 일찌감치 나를 총살장으로 인도하거나, 운이 좋으면 시베리아로 끌려가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혹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든 아니면 단지 살아남으려는 방편으로 그런 것이든 내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에 맞추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다면 생존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아무튼, 용감하게 시베리아로 끌려갔든 자신을 기만하며 공포정치에 순응했든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두려움, 의심, 거짓말, 배신이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를 지배하는 숨 막히는 사회는 누구에게든 견디기 어려운 가혹한 삶이라는 것이다.

인민의 최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생존’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조선인을 독립운동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반항하지 않은 ‘조용한 삶’을 살아간 소련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을 짓누른 공포와 정부, 그리고 이웃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에 미칠 정도로 삶을 압박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그들의 영혼과 육신에 하느님의 가르침보다 더 깊이 새겨진 행동 교훈이었을지도 모른다.

‘인민의 적’, ‘망가진 이력’, 무엇이 이것들을 유지시켰을까?

의 규칙과 이데올로기를 준수하는 한 사적 생활이 허용된 나치즘이나 파시즘 운동과는 달리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의 경계가 무너진 스탈린 치하의 공포정치에서는 분별없는 말 몇 마디면 그 누구라도 지금까지 영위하던 삶의 궤적에서, 그리고 그를 알던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기에 충분했다. 집단통제체제의 상징이던 비좁은 공동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을 사소한 분쟁에 노출시키는 평범한 시기심에, 코딱지만 한 방 한 칸에 한 가족 이상이 사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자 하는 간절함에, 혹은 선수를 치지 않으면 자신들이 고발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리고 얼마 간은 소비에트 이상에 봉사하고자 하는 시민적 의무감에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웃과 친구, 심지어 가족과 친척까지도 ‘인민의 적’으로 고발했다. 소비에트가 선전하는 ‘인민의 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선전을 믿는 사람들은 가족이 ‘인민의 적’으로 끌려가도 국가가 가족을 잡아간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었으며, 설령 가족의 결백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인민의 적’을 체포하다 보면 간혹 실수로 체포되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정부를 두둔하며 가족의 체포마저 합리적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소비에트 선전을 의심하는 사람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민의 적’의 존재를 믿는 척해야 했으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를 고발해야만 했다. 반면에 소심한 사람들은 밤늦은 시간에 낯선 자동차가 집 앞에 주차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도 잡혀갈 것에 대비하며 침대 옆에 미리 짐을 싸둔 채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만 했다.

고발당한 자들은 총살당하지 않으면 거대한 ‘굴라크(gulag) 제국’의 일원으로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의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다. 고발당한 자의 가족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인민의 적’을 고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굴라크 제국’의 일원이 되거나, ‘인민의 적’을 가족으로 둔 ‘망가진 이력’ 때문에 스탈린 사후 해빙의 시기에 복권이 진행될 때까지 사회적 차별을 감수해야 했다. ‘망가진 이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야심을 미처 저버릴 수 없는 사람은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힌 부모를 부정하거나 ‘망가진 이력’을 숨긴 채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에 헌신하는 충직한 시민으로 보이게끔 노력함으로써 생존과 함께 출세를 도모했다. 이들 중엔 볼셰비키 교육으로 세뇌당한 결과로, 혹은 국가가 선전하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진심으로 믿었기에 스탈린 체제를 옹호한 사람들도 있었고, 생존을 넘어 개인적 야심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그런 척한 사람들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수많은 사람이 스탈린 체제의 공포정치에 짓밟히고 억압당하고 기만당했음에도 스탈린 체제는 그가 죽기 전까지 그럴듯하게 잘 유지되었다. 무엇이 그러한 소비에트 사회를 유지하게 했을까. 봉건제도를 만들어놓고 농노들에게는 천국의 보상을 약속한 중세 교회처럼 현실의 궁핍과 고통이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에 대한 필수적인 희생이라고 설득당한 소련 사람들의 낭만적인 믿음과 이상적인 희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체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비롯한 수동적이고 순응주의적 태도 때문이었을까. 올랜도 파이지스는 후자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스탈린 체제를 경험했던 사람 중 일부는 고르바초프 개혁 이후에도 (우리 중의 누군가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여전히 스탈린을 숭배하고 그 시절을 향수에 젖어 회상했다는 기록을 보면 전자도 전자 역시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인지부조화적인 체제가 양산한 ‘도덕의 진공’

랜도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는 스탈린 체제의 공포정치가 개인과 가족생활에 끼친 영향을 깊이 탐구하는 최초의 책으로써 불신, 배신, 고발, 악의, 중상이 판을 치고 소비에트가 선전하는 사회주의 유토피아 이상과는 터무니없이 동떨어진 현실이 보여준 모순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한 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답을 진지하게 파헤치는 본격적인 연구다. 그래서 한 개인의 도덕적 영역은 이 책의 주요 무대다. 체제가 제시한 소비에트 유토피아를 믿었든 안 믿었든 한 개인으로서 생존하려면 보편적 양심과 도덕적 가치는 기회주의적 타협에 맞추어 적절하게 변형될 수밖에 없었으며, 생존에만 만족하지 않고 개인적 야심을 이루고자 소비에트 시민으로 거듭나고 출세하고 싶다면 그 도덕적 변형을 기형적으로 과도하게 일그러트려야 했던 사회, 즉 올랜도 파이지스(Orlando Figes)가 언급한 ‘도덕의 진공 상태’가 바로 스탈린 체제가 보통 사람들에게 선물한 무겁고 냉혹한 짐이었다. 생존자들의 구술 위주로 진행된 이 연구에는 일기와 편지 등이 포함된 가족문서고 자료도 활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그들이 ‘도덕의 진공 상태’에서 어떻게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변형시키고 억압함으로써 공포정치에 적응하고 생존에 성공했는지를 독자가 지닌 나름의 가치 판단과 경험에 비추어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연구가 진행되던 2000년대 초반에도 ‘인민의 적’ 생존자 가족들은 여전히 두려움 가득한 시선으로 과거를 회상했으며, 일부는 이 연구를 계기로 다시 떠올리게 된 과거가 끌어온 두려움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문서고를 폐쇄해야 했을 정도로 그 시대가 남긴 두려움, ‘인민의 적’과 그 가족들로 대물림된 ‘정신적 외상’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이 글 서두에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까.

마치면서...

무튼, 이 책은 체제를 생산하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권력중심적인 입장에서 다룬 역사가 아니라 그 체제가 발산하는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서 어떻게든 구조에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는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세밀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스탈린 체제가 제시하는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지자로 걷다 조용히 사라진 사람도 있고, 대놓고 체제를 비판하다 비명횡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봉건시대의 농민들처럼 참고 견디는 수동적이고 운명에 순응하는 미덕을 견지한 덕분에 살아남았다. 스탈린 치하에서도 그랬고, 같은 시기에 벌어진 파시즘과 나치즘 운동 밑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 마오쩌둥의 또 다른 공포정치 속에서도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든 결국 살아남았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인고의 인고를 거듭하며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한 끝에 살아남은 보통 사람들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은 찬탄할 만하지만, 단지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에게 가혹한 시련의 삶을 제공한 체제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언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떨떠름한 뒤끝을 남긴다. 물론 나라고 그러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저항의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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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초심으로 돌아온 바이두 오프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오매불망 기다리던, 바이두 클라우드의 [오프라인 다운로드(离线下载)] 기능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기대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토렌트나 마그넷 링크로 오프라인 다운로드를 추가하면, 기존에는 추가된 오프라인 다운로드의 파일 해시값을 확인해서 바이두 클라이두 서버에 보관된 파일과 일치하는 파일이 있다면 바로 다운로드 완료가 되었지만, 지금은 원래의 취지로 돌아가서 토렌트 파일을 내 컴퓨터 대신 받아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이런 연유로 [오프라인 다운로드(离线下载)] 기능을 이용해 시드 파일이 없는 자료를 받는 일은 어려워졌다. 그냥 내 컴퓨터 대신 바이두 서버가 토렌트 자료를 받아주는 기능으로 만족해야 한다.

Bidu-Offline-Download-Back-to-Beginner's-Heart
<이제 바이두 서버가 내 컴퓨터 대신 토렌트 파일을 직접 받는다>
Bidu-Offline-Download-Back-to-Beginner's-Heart
<바이두 서버의 대역폭을 활용하는 놀라운 속도>
Bidu-Offline-Download-Back-to-Beginner's-Heart
<시드가 많다면 95G짜리도 금방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두 서버가 내 컴퓨터 대신 토렌트 프로그램을 돌려주는 방식이라 바이두 서버의 대역폭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크린샷에서 보듯 시드가 많은 자료의 다운로드 속도는 가히 혁명적이다. 엄청난 속도 덕분에 저녁을 준비하고 먹는 동안 95G짜리 자료의 다운로드가 후다닥 완료되었다. 문제는 이 자료를 다시 내 컴퓨터로 다운로드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것에는 여러 꼼수가 있고 일단 내 클라우드에 저장된 이상 언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토렌트로 자료를 업로드/다운로드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 감시 대상이 되는 무시무시한 현실에서 [오프라인 다운로드(离线下载)]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오늘 언급한 기능조차 현재로선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명 시드가 많은 파일임에도 다운로드가 안 되는 파일이 태반인 것으로 보아 [오프라인 다운로드]는 여전히 ‘보수 중’인 것 같다. 만약 이 기능만이라도 확실해진다면, 저작권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없는 것보단 나은 서비스다.

아마 저작권 문제 때문에 기능이 축소된 것 같은데, 앞으로 이런 식으로라도 [오프라인 다운로드(离线下载)]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또 어떤 변수가 우리의 억장을 무너트릴지는 알 수 없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정말로 현재 [오프라인 다운로드]가 시스템적인 문제로 보수 중이라면,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참고:「바이두 오프라인 다운로드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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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YY FineReader OCR 작업 중 유의해야 할 것

ABBYY FineReader에서 OCR 작업을 돌리면 사용자가 프로젝트로 저장할 때까지 윈도우 임시폴더(윈도우 기본값은 C:\Windows\Temp)에 ‘무제 프로젝트’로 저장된다. ABBYY FineReader가 상당히 안정적인 프로그램이고 설령 중간에 컴퓨터가 (정전이던, 블루스크린이던) 강제로 종료되었다고 해도 저장하지 않은 OCR 작업은 임시폴더에 ‘무제 프로젝트’로 저장되어 있기에 다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저장하지 않은 기존의 작업을 불러올 것이냐는 친절한 질문과 함께 진행 중인 작업을 온전하게 복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는 녀석을 발견했다. 바로 PortableApps 포맷으로 제작한 포터블 프로그램이다.

Things to watch out for during ABBYY FineReader OCR
<ABBYY FineReader 프로젝트가 임시로 저장되는 위치>
Things to watch out for during ABBYY FineReader OCR
<이런 경고를 보기 전에 ABBYY FineReader 프로젝트는 반드시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포터블 프로그램이 어떤 이유로든 비정상적으로 종료되고 나서 다시 실행시키면,

EmEditor Portable did not close properly last time it was run and will now clean up. Please then start EmEditor Portable again manually.

이런 경고 메시지가 뜨는데, 여기서 유의해서 봐야 할 것은 ‘will now clean up’이다. 뭔가를 정리하리라는 것인데, 알고 보니 윈도우 임시폴더를 정리한다는 것! 즉, ABBYY FineReader OCR 작업 프로젝트를 저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 문구가 뜬다면, 그것은 바로 ABBYY FineReader 작업 내용을 전부 다 잃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OCR 편집까지, 그리고 PDF 저장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프로젝트를 저장하는 안일한 습관이 결국 뼈저린 후회를 만들고야 말았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책을 스캔하고 편집하는 등의 몇 시간 동안의 OCR 작업을 몽땅 잃고 말았다. 곧바로 PE로 부팅해서 파일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지만, 임시폴더 위치가 SSD이고 트림이 켜져 있는 상태여서 복구는 불가능했다.

참고로 ABBYY FineReader 무제 프로젝트 위치는,

임시폴더\ABBYY\FineReader\(버전)\FineReaderShell\Untitled.FR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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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6일 일요일

깔끔한 인터페이스의 바이두 무제한 속도 다운로더 ~ BND

출처: BND(Baidu Netdisk Downloader)

오늘 바이두 무료 사용자를 위한 또 하나의 다운로드 가속 프로그램인 BND(Baidu Netdisk Downloader)2를 소개해 줄 수 있게 되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웹하드에서 다운로드하는 것처럼) ‘포인트 차감 방식’이라는 다소 불편한 제약이 따르는지라 망설여지기도 한다. 또한, BND2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깃허브(Github) 아이디로 로그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바이두 다운로드 가속과 관련된 많은 써드파티 프로젝트가 이 깃허브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렇게 생소한 이름은 아니지만, 개발자를 제외하고는 깃허브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Baidu unlimited downloader BND2 technical architecture introduction
<Baidu 무제한 속도 다운로더 BND2 기술 아키텍처 소개>

아무튼, BND2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Github 아이디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깃허브라 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 포럼인 HacPai 아이디도 필요한데, 다행인 것은 깃허브 아이디로 HacPai 로그인이 가능하다. 다운로드에 필요한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HacPai에 로그인해 커뮤니티 활동을 해야 한다. 자세한 것은 BND2로 로그인하고 나서 포인트가 표시되는 화면의 링크를 클릭하면 포인트 제도에 관련된 도움말 페이지로 이동한다.

BND2는 64bit 윈도우(참고로 32bit 윈도우는 실행 안 됨)와 Mac을 지원하며, 「Baidu 무제한 속도 다운 로더 BND2 기술 아키텍처 소개」 문서를 보면 다운로드 가속 방식은 ‘PCS 링크 + Aria2’ 조합 방식임을 알 수 있다. PCS 링크 사용법은 「스피드판(SpeedPan)에서 원격 aria2c RPC 서버 사용하기」을 참고하자.

Baidu unlimited speed downloader with clean interface BND
<BND2를 사용하려면 깃허브 아이디가 필요하다!>
Baidu unlimited speed downloader with clean interface BND
<다운로드 속도는 만족스러운>
Baidu unlimited speed downloader with clean interface BND
<그러나 포인트 차감이라는 함정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결국 ‘PCS 링크 + aria2c RPC 서버’ 조합을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깔끔한 GUI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프로그램된 것인데, 이것에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으니 조금은 난감하고 짜증도 난다. 그렇다고 포인트를 적립하는데 돈이 드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일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활동에 필요한 시스템인 댓글, 추천, 글쓰기, 출석 등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댓글 한 개 다니까 5 포인트 적립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다운로드 속도인데, 주말 밤임에도 내 인터넷 환경의 최고 속도를 뽑아주었다. 포인트는 800M 조금 넘는 동영상 파일을 받았을 때 10 포인트가 차감되었다.

BND2 다운로드: https://share.weiyun.com/5Z32JP8

BND1 다운로드: https://share.weiyun.com/57zViCm

(현재 BND1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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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현실 감각을 마비시키는 언어의 독 ~ 기억을 파는 남자

O vendedor de passado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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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감각을 마비시키는 언어의 독

Original Title: O vendedor de passados by José Eduardo Agualusa
잘 생각해보면, 꿈이 있는 것과 꿈을 꾼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는 꿈을 꾸었다. (『기억을 파는 남자』, p221

력을 속이는 연예인, 과거를 부정하는 정치인, 과거를 날조하는 역사학자, 과거를 왜곡하는 국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과거를 지우고 잊으려는 사람들과 그와 다른 이유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기리는 사람들 등 이 모든 작태는 아름답든 추하든 과거는 존재하며 또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삶과 함께 머물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그런데 여기 장터에서 물건 팔듯 과거를 파는 남자가 있으니, 황당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의 과거가 추하다면 아름다운 것으로, 당신의 과거가 현재 지위나 명예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다면 고귀하고 전통 있는 내력을 갖춘 명망 있는 일가의 일원으로, 화려하고 주목받는 삶에 싫증 난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과거로, 주제 에두아르두 아구아루사(José Eduardo Agualusa)의 소설 『기억을 파는 남자(O vendedor de passados)』에 등장하는 백색증을 앓는 흑인 펠릭스 벤투라는 마치 논문을 대필해 주듯 과거를 팔고 기억을 매매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 2005)」에서 장기 대체용으로 생산되는 복제인간에게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과거를 심어주듯, 펠릭스는 한 사람의 완전한 과거를 재창조해내고 그것을 사들인 사람은 지우고 싶은 과거 위에 기꺼이 새 과거를 덮어씌운다.

지만, 단지 매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뀐 과거가 현재의 삶과 그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변화시킨다는 『기억을 파는 남자』의 테마는 사람이 얼마나 과거에 집착하고 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떤 토양에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식물의 발육 정도가 제각각이듯 한 사람의 인성과 현재의 삶은 과거에서 기인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데, 소설에서 새 과거를 산 사람은 재창조된 과거에서 마치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것처럼 재창조된 과거에 걸맞은 성격으로 서서히 변화해 간다. 이것은 사람은 자신이 맡은 사회적 역할이나 자신이 입은 제복의 영향력으로 언행이나 심리가 변화될 수 있음을 연구해 온 사회심리학자들의 오랜 노력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튼, 그럼으로써 그 사람의 진짜 과거는 묻히고 대신 그 자리에 재창조된 새 과거가 들어선다. 만약 그의 진짜 과거를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헌재 살아가는 그의 삶이 진실한 과거에 기반을 둔 삶인지, 아니면 거짓된 과거에 기반을 둔 삶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한 기억 대부분이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으로 유지되듯 설령 한두 사람이 그 사람의 진짜 과거를 안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의 재창조된 과거를 진짜로 여긴다면 누가 한두 사람의 말을 믿어줄까. 아마도 이때는 그 사람의 진짜 과거를 밝히는 한두 사람의 말이 거짓이 되고 다수가 믿는 재창조된 과거가 진짜가 되는, 진실과 거짓이 자연스럽게 뒤바뀌는 상황을 목격하리라.

학은 진실을 추구하고 과학은 사실을 추구하지만, 두 학문의 상호간섭적인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거짓과 진실, 허구와 실재, 꿈과 현실의 경계가 생각만큼 명확하게 딱 그어져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때론 우리 자신이 그 경계를 뭉개면서 서로 대치되는 것으로 뒤엉킨 모순적 삶이 가져다주는 환상적이고 아찔한 매혹에 좀비처럼 끌려가게 된다. 『기억을 파는 남자』는 그러한 현실을 사람이 아닌 도마뱀붙이 에울랄리우라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펠릭스 집에 거주하는 한때 사람이었던 에울랄리우라의 눈과 의식, 전생에 대한 기억, 그리고 꿈으로 그려진 이 소설을 읽노라면 자신의 꿈은 언제나 현실보다 더 생생하고 사실적이라는 도마뱀붙이의 당돌한 의견에 공감하거나, 아니면 묵묵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을 파는 남자』를 읽는 동안만큼은 거짓과 진실, 허구와 실재, 꿈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독자의 인지 감각은 도마뱀붙이가 내뱉는 관조와 사색의 퀴퀴한 향기가 은은히 묻어나오면서도 강아지가 누워 있다가 막 떠난 자리의 따스함이 나른하게 전해져 오는, 도마뱀붙이의 갈라진 혀끝이 부리는 마술적 조합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의 독에 자신도 모르게 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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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9개의 검색 엔진을 지원하는 바이두 템퍼몽키 스크립트

출처: Baidupan-Search-Engine-Group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의 ‘템퍼몽키 확장 프로그램 + 사용자 스크립트’ 조합으로 무려 59개의 바이두 검색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 기본적인 사용 방법은 「템퍼몽키(Tampermonkey)와 사용자 스크립트 조합으로 바이두 다운로드 가속」에 소개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템퍼몽키 설치.

2. ‘百度网盘搜索引擎聚合’ 스크립트 설치.

3. 바이두의 ‘내디스크’, 또는 아무 바이두 공유 자료 링크로 이동.

4. 브라우저 주소창 바로 밑에 새로 생긴 바이두 검색 엔진 이용.

Baidu Tampermonkey script to support 59 search engines
<현재 59개의 검색 엔진을 지원한다>
Baidu Tampermonkey script to support 59 search engines
<공유 암호 검색도 당연히 지원!>

사실 바이두 사용자의 가장 큰 고심 거리 중 하나는 자료를 구하는 (당연히 누군가에 의해 공유된 자료) 것인데, 바이두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한국인이 꽤 많음에도 한국어 공유 사이트는 지금까지 바이두 공유 게시판을 따로 제공하는 곳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만, 일부 업로더들이 개별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아쉽게도 무료 사용자의 불만족스러운 속도와 불안정한 서버 상태, 그리고 조금은 까다로운 사용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유 자료를 바로 내 클라우드로 복사할 수 있고, 1테라 무료 공간과 무료 사용자라도 살짝궁 노력하면 속도 제한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바이두 자료를 검색하는 방법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원하는 자료를 얻고자 ‘랜섬웨어’라는 독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와레즈 사이트에서 더는 눈먼 장님처럼 헤맬 필요가 없다. 바이두를 이용해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는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 검색 엔진이 사용하는 59개의 사이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공유 사이트들로 VIP(혹은 특권, 쉽게 말하면 유료 계정) 사용자에게만 열람이 허용된 자료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바이두로 공유된 모든 자료를 다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공유 암호도 같이 검색된다. 이 스크립트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바이두 자료 검색 방법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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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재설치 없이 온라인 게임 폴더를 이동하는 방법

보통 PC용 패키지 게임은 한 번 인스톨하면, 윈도우 재설치 후에도 바로 게임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웹브라우저에서 로그인 후 게임사에서 따로 제공하는 런처를 이용해 실행되는 온라인 게임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을 재설치 없이 바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윈도우 재설치 전에 레지스트리 백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레지스트리에 게임이 설치된 경로가 등록되어있기 때문이다. 고로 보통은 온라인 게임이 설치된 폴더를 다른 하드디스크, 예를 들어 HDD에서 SDD로 이동하고 싶을 땐, 이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게임 설치 경로를 수정해주면 되고, 내 컴퓨터에 설치된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레지스트리 키를 찾는 간단한 방법은 레지스트리 편집기의 [찾기]에서 게임이 설치된 전체 경로명으로, 예를 들어 “Y:\Game\ArcheAge”을 입력하면 된다.

재설치 없이 게임 폴더를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구글링하면 이 방법이 가장 많이 검색되고, 또한 편리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나 내가 사용하는 다른 방법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다름이 아니라 윈도우 NTFS 파일 시스템의 고유 기능인 정션 포인트(junction points)를 이용한 방법인데, 리눅스/윈도우 계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심볼릭 링크(Symbolic link)와 기능이 매우 비슷하다. 다만, 링크 삭제 시 심볼릭 링크는 대상 항목은 유지되지만, 정션 포인트는 대상 항목도 삭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심볼릭 링크나 정션 포인트는 여러 하드디스크에 분산된 폴더를 한 폴더 안에서 관리하고자 할 때 사용하면 매우 편리한데, 특히 GoodSync 같은 동기화를 지원하는 백업 프로그램의 백업/동기화 폴더 관리를 편리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링크 기능을 이용하면 동기화 및 백업해야 할 폴더가 C, D, E, F, G 등 여러 하드디스크에 분산되어 있을 때 일목요연하게 한 폴더에 모아놓을 수 있다.

<Easily create junction points>
<윈도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정션 포인트들>

아무튼, 정션 포인트나 심볼릭 링크를 이용하면 재설치 없이 온라인 게임 폴더를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정션 포인트 링크는 ‘Easily create junction points’라는 유틸을 사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링크를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Y:\Game\ArcheAge’ 폴더에 설치된 아키에이지를 ‘M:\Program Files (x86)\ArcheAge’ 폴더로 이동하고 싶다면 (로딩 속도 향상을 위해 HDD에서 SDD로) 일단 Y 드라이브의 ArcheAge 폴더를 M 드라이브로 이동시킨 다음, 명령 프롬프트 창을 열어서, (둘 중 하나만 사용!) 아래와 같이 입력하여 온라인 게임 런처가 'Y:\Game\ArcheAge' 폴더를 (이 폴더가 이동 과정 중 없어졌다면 빈폴더만 생성) 통해 'M:\Program Files (x86)\ArcheAge'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주면 된다.

정션 포인트의 경우,

mklink /j "Y:\Game\ArcheAge" "M:\Program Files (x86)\ArcheAge"

심볼릭 링크의 경우,

mklink /d "Y:\Game\ArcheAge" "M:\Program Files (x86)\ArcheAge"

두 링크 모두 하드디스크 구조나 배치에 변동이 없는 이상 윈도우 재설치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며,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 윈도우는 시스템과 관련된 폴더 관리에 정션 포인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방법은 응용 프로그램을 언인스톨/인스톨 과정 없이 설치된 폴더를 이동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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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9일 일요일

[책 리뷰] 한국 추리소설 계보의 시작을 알리는 ~ 마인(김내성)

Demon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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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 계보의 시작을 알리는

Original Title: 魔人 by 김내성

그러나 아아, 그 사흘 동안이야 말로 유탐정에게 있어서는 실로 여러가지 의미로 초조와 번민의 연쇄였다.

첫째로는 사건을 하루 바삐 해결해야 되겠다는, 말하자면 탐정으로서의 초조였고 둘째로는 한개의 연애자(戀愛者)로서의 번민이었다.

더구나 오상억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주은몽의 눈 앞에 나타난 이 즈음,

그리고 전과는 달라서 주은몽의 태도가 지극히 애매하여진 이 지음이 아닌가. (『마인(魔人), 下권 中에서』

시대를 떠나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잘 쓰인 소설

제나 난 (작품성이니 문학성이니 등의 전문적 비평은 제쳐두고 단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의 시점에서) 잘 쓰인 글은 시대를 초월하여 재미나게 읽힐 수 있다는 지론을 묵묵히 머릿속에 담아왔는데, 김내성의 추리소설 『마인(魔人)』이 바로 그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마인』은 거의 100여 년이나 지난 소설임에도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멋들어지게 잘 쓰인 추리소설이다. 그렇다고 『마인』에서 요즘의 읽을만한 추리소설이라면 당연시하는 과학적 엄밀성이나 치밀한 트릭, 아니면 어떠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사회파 미스터리’ 같은 것을 기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반드시 갖춰야 할 첫 번째 재능이 ‘트릭’이 아니라 ‘추리’에 있다고 보는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줄 만한 소설이다. 무엇보다 요즘 쓰레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소위 ‘라이트 노벨’이라고 불리는, 하지만 내가 보기엔 ‘소설’이라는 딱지조차 가당치도 않은 졸렬한 텍스트로 가득한 책들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는 품격을 갖춘 책이 『마인』이며, 요즘의 잘 나가는 추리소설보다 트릭의 구성이나 범죄의 치밀한 면은 뒤질 수 있지만, 문장삼이(文章三易)를 고루 갖춘 유창한 문장과 민첩한 재기가 돋보이는 필치는 이들보다 한 수 위다. 아마 내용만으로 평가한다면 다소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장르 소설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텍스트 읽기의 재미가 스펀지에 스며든 감로수처럼 촉촉이 스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한 고전 추리소설

전이니만큼 변칙과 응용에 능한 요즘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기본에 충실한 면이 있는데, 그것은 독자가 ‘모든 불가능한 일을 제하고 남는 것이 그 수수께끼의 해결’이라고 하는, 추리소설을 제법 읽어본 독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법칙으로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다시 말해 『마인』에서 펼쳐지는 ‘세계범죄 사상에 잊을 수 없는 일’ 들 중에서 가능성이 없는 경우, 혹은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제거해 가면서 범인을 유추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사건 A에서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사람이 ‘가’, ‘나’, ‘다’이고,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은 ‘라’, ‘마’이며, 사건 B에서는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사람이 ‘가’, ‘나’, ‘마’이고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이 ‘다’, ‘라’일 때, 그리고 두 사건의 범인이 한 사람이라면 두 사건 모두에서 알리바이가 없는 ‘라’가 범인이라는 추리다. 물론 현대 추리소설에서는 알리바이 트릭으로 사건 정황을 교란시켜 추리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알리바이 트릭이 간파된다면, 역시 앞서 거론한 방법으로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최후의 1인, 즉 범인을 추리하는 것은 비단 『마인』에서뿐만 아니라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라는 (이 역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명제가 성립되는 추리소설에서 두루 써먹는 익숙한 추리이기도 하다.

『마인』에서 독자가 범인을 솎아낼 수 있는 실마리이자 ‘세계범죄 사상에 잊을 수 없는 일’ 이란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조선 최초의 가장무도회에서 주은몽을 해치려 하던 어릿광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일, 주은몽에게 버림받은 연인 김수일 화가를 대신하여 무도회에 나타난 이선배란 화가가 주은몽 살해 미수 사건 직후 막다른 골목에서 사라진 일, 세계적인 무희 주은몽과 백만장자 백영호와의 결혼식장에 나타난 (주은몽과 어렸을 때 잠깐 알고 지내던) 해월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춘 일, 그리고 백영호와 그의 두 자녀의 잇따른 죽음이다. 나 같은 경우 이중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커텐에 비친 두 그림자’라는 인상적인 장면을 남겨놓고 살해당한 백영호의 사건 정황을 듣고 범인을 정확히 유추해냈다.

반면에 범죄 동기는 셜록 홈스라도 절대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이 제공될 뿐이며, 이후 탐정들의 활약을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과거로부터 서서히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게 된다. 동기는 탐욕과 증오, 원한과 복수라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간의 지독한 감정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숙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진부하기도 하다. 다만,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마인』에는 여러 탐정이 등장하고, 다른 추리소설에서는 금기시되는 탐정의 연애도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이 연애 감정으로 (그것도 삼각관계에 빠진 탐정의 질투!) 말미암아 추리와 판단에 혼선을 빚기까지 하는 초풍할 일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탐정 유불란은 사랑과 질투에 빠진 나머지 사건 해결에 지리멸렬했던 자신이 못 미더웠던지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는 다시는 범죄사건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천명하지 않았던가.

한국 추리소설 역사에서는 독보적인 존재

느덧 오늘의 리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간이 왔다. 『마인』은 무려 100여 년 전에 제법 괜찮은 추리소설을 내놓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 문단을 새롭게 보게 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그때 소설들을 일일이 다시 읽어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과 오해 속에 묻혔던 일제강점기 시절 작품 중에서 지금 꺼내 읽어도 제법 재미가 쏠쏠한 작품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한국 추리소설의 잠재성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후 한국전쟁의 비극을 다룬 ‘한국식 사회파 미스터리’의 첫 작품이라 여겨지는 김성종의 대표작 『최후의 증인』을 거쳐, 지금은 어떤 이가 이들 대가의 계보를 잇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치밀한 트릭이 돋보이는 일본 추리소설과 이야기가 풍부한 서양 추리소설의 장점을 어떤 식으로든 소화해 낸 한국 추리소설만의 특징이 새겨진 작품이 나올 때도 된 것 같다. 벌써 나왔는지도 모르고, 벌써 나왔다면 반드시 나에게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소설이 있다면, 죽기 전에 꼭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인』이 요즘의 추리소설처럼 정교하고 치밀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바늘에 실 가듯 추리소설에 반드시 따라붙어야 할 논리성마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물며 트릭이나 반전의 치밀함은 떨어질지라도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만큼은 그물망처럼 잘 짜여 있다. 여기에 톡톡 튀는 필치가 옹골지다. 마지막에 범인이 애드벌룬을 타고 도망치는 액션 장면은 영화로 봤다면 (실제로 1957년에 개봉한 한형모 감독의 영화 ’마인‘이 존재하지만, 분노스럽게도 필름은 소실된 모양이다!) 그야말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로라도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일제강점기 시기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동기가 완전히 숨겨져 있고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공정하지는 않지만, 베일에 싸인 과거와 의혹으로 똘똘 뭉친 동기의 실타래를 성실하게 풀어나가는 맛은 제법이다. 다만, 그 동기에 얽힌 사연이나 내막이 (그 당시로는 신선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러한 사정을 소재로 한 것들이 여기저기에 질리도록 넘쳐난다는 점에서) 신파극처럼 유치하고 진부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자, 그렇다면 읽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만약 당신에게 그것이 문제라면, 정말로 그것이 문제라서 갈팡질팡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여기서 약소하게나마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겠다. 나는 『마인』이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읽을 생각을 못 했다. 왜냐하면, 그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단박에 찾아 읽었다. 왜냐하면, 최소한 한국 추리소설 계보의 시작을 온 세상에 알렸던 독보적인 존재니까. 꼭, 그것만은 아니더라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의 탐정이 되어보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과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시원하게 톡 쏘는 뜻밖의 청량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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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4일 화요일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0.2 vip 모드 한글판

출처: 百度网盘v9.0.2加速去广告清爽共存版 v2版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버전 9.0.2를 VIP 모드로 크랙한 앱을 한글화했다. 출처 설명에는 VIP 모드로 크랙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다운로드 속도는 변함없다. 굼벵이처럼 느린 속도지만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고, 그다지 실망스럽지도 않다. 그저 그러려니 한다(혹은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내 계정이 '블랙리스트'에???). 한편, 기능 설정에서 VIP 회원 전용 기능인 [동영상 자동 백업]과 [파일 자동 백업]이 활성화되니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이 녀석도 무늬만 VIP 버전이다.

Baidu Cloud Android App v9.0.2 vip Hangul
<하얗게 바뀐 인터페이스>
Baidu Cloud Android App v9.0.2 vip Hangul
<역시 저조한 다운로드 속도>

이번 버전은 전체적으로 인터페이스가 하얗게 바뀌어 요즘 바이두의 막장 정책 때문에 시커멓게 속이 타들어 가는 사용자들의 속마음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몇 자 끄집어 내보면, 구글 막장 번역이지만, 번역하다 보면 새로 추가된 기능이나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능들의 존재감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한국 사용자는 클라우드 파일 관리와 업로드/다운로드 기능 외 다른 기능들은 별로 마주칠 일이 없겠지만, 사실 바이두 앱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다. 로또 같은 게임도 보이고, 얼굴 인식 기능도 있다. 또한, 전자책/도서/독서와 관련된 기능도 강화되는 추세로 보인다. 도서 구입도 바로 가능하다. 놀랍게도 사진에서 텍스트를 인식할 수 있는 OCR 기능도 있고, 번역도 가능하다. 쇼핑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다재다능한 앱인데,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 다운로드 속도만큼은 별 볼 일 없다. 물론 다른 사용자/다른 환경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바이두 앱 vip v9.0.2 한글판 다운로드(마지막 업데이트: 2018년 12월 4일):

baiduNetdisk_v9.0.2_v2_VIP_ko.apk암호: ngfz

baiduNetdisk_v9.0.2_v2_VIP_ko.apk암호: 114455

기타 바이두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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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일요일

[책 리뷰] ‘리뷰’는 정직해야 한다 ~ 사신의 술래잡기(마옌난)

In the name of sin book cover

‘리뷰’는 정직해야 한다

Original Title: 以罪为名 by 罪恶倾城
“한 사람을 죽이는 데는 품이 많이 들지. 하지만 이렇게 수십번 찌르면서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모삼, 느껴봐라. 내가 찌른 칼자루의 깊이와 그 각도를.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하지만, 너는 모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육의 미학이다. 『사신의 술래잡기(以罪爲名)』, p9”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 리뷰’

가 되지도 않는 글 실력으로 재미는 없고 뻣뻣하기만 한 ‘책 리뷰’를 굳이 쓰려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읽어볼 만한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추천하기 위해서다. 자식이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어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처럼 누군가 내 리뷰를 읽고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어 의식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그런 연고로 최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하면서 내가 소개하는 책을 읽어볼 요량은 생기도록, 혹은 내가 소개하는 책의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도록 하고픈, 그런 갸륵함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횡설수설 같으면서도 나름 진지한 마음으로 주절주절 늘어놓게 된 것이다. 이런 ‘책 리뷰’ 쓰기에는 좋은 ‘책 리뷰’는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용이 풍족하고 책의 핵심이 잘 요약된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도록 호기심을 부추기는, 그래서 그 책을 읽어볼 마음이 無에서 불쑥 솟아오르도록 만드는 글이라는, 아무리 잘 쓴 리뷰라도 책을 읽는 것에 비교해서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나의 철학이 담겨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목적만 보면 책 파는 장사꾼 같은 상술과 다를 바 없지만, 그 속마음은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배움과 앎에 굶주린 사람이 책을 훔친 것은 배고픔에 굶주린 사람이 생존을 위해 음식을 훔친 것처럼 용서해줘야 한다는 옛사람의 관용에 담긴 깊은 속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한 사람이라도 책을 더 가까이했으면 하는 간절함과 그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시민 사회로 거듭났으면 하는 포부다. "누군가 큰돈을 훔치면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뜻이지만, 누군가 굶주림에 음식을 훔쳤다면 그것은 그 사회가 잘못됐다는 뜻입니다."라는 어느 중국 시민의 지당한 말씀처럼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빈곤에 시달리는 것 역시 사회의 책임이다. 고로 난 누군가의 육체적 굶주림에 하등 보탬은 되지 못할지라도, 정신적 빈곤을 해갈하는 데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작은 바람에서 ‘책 리뷰’를 쓴다.

굳이 리뷰를 남기지 않아도 될 책인데도, 굳이 리뷰를 남기는 이유

런데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책은 최소한 추천할만한 장점이라든가, 아니면 내세울 만한 뭔가가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말발도 서고, 할 말도 더러 있게 되는데, (매우 드문 경우지만) 간혹 내 선택의 잘못으로 영양가가 전혀 없는 책을 읽을 때도 있다. 작가나 번역한 사람에게는 미안하게도 마옌난(馬燕楠)의 『사신의 술래잡기(以罪爲名)』가 그러한 경우다. 삼류 소설로 분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오합지졸에 불과한 텍스트, ‘영혼’, ‘개성’ 등등을 운운하는 것이 매우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진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두 주인공, 산책하는 사람의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바짝 마른 낙엽처럼 독자가 책장을 넘기는 가냘픈 손짓에도 부서질 것 같은 버석버석한 구성, 마지막으로 오 팀장이 두 주인공 모삼과 무즈선을 대하는 말투가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는 등 번역상의 오류 등 이런저런 짧고 굵직한 흠들이 대뜸 마음속을 휘젓다 보니 책에 대한 흥미도도 떨어지고, 책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니 장르 소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긴장감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읽는 도중에 중도하차하고 싶은 뻐근한 간절함이 독자를 능히 괴롭히고도 남는, 그런 소설이다.

그런 연유로 양심상 이 책을 차마 추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인터넷 서점에서 별 4개 수준의 평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명한 N 영화 사이트에는 ‘평점 알바’가 평점과 댓글을 조작한다는 비난과 조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긴 한데, 도서 쪽도 이런 비열한 상업주의에서는 벗어날 수 없나 보다. 정말 별점 알바는 존재했던 것이다. 참고로 구글과 바이두에서 저자 이름인 ‘馬燕楠’의 검색 페이지가 달랑 두 페이지인 것을 보면 마옌난은 그렇게 많이 알려진 작가도 아니고, 바이두에서 ‘以罪爲名’로 검색하면 ‘罪恶倾城’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 텍스트로 공개되어 있는데, 구글 번역으로만 봐도 『사신의 술래잡기』와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로 보아 아마 (중국에서는 종이책으로 출판된 것 같지는 않은) 인터넷 소설을 중국인이 한국어로 번역해 종이책으로 출판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첫 시작이 있고, 또한 유명세가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읽는 소중한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보통 수준 이상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 독자의 욕심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책을 번역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판사 역시 이러한 점을 응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 책을 한국어로 옮겼을까? 그것도 출판사의 첫 작품으로? 거의 무모한 시도에 가까운 도전이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여기서 남의 비즈니스까지 간섭할 이유는 없고, 간섭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 마디 충고한다면, 앞으로는 번역할 책을 선택함에 좀 더 신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그런고로 평점은 정직해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볼 때 『사신의 술래잡기(以罪爲名)』에 대한 평점은 정직하지 못하다. 보통 인터넷 평점은 나보다 후할 때가 많기는 하지만, 이것은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다. 그래서 굳이 리뷰를 남기지 않아도 될 책인데도, 굳이 리뷰를 남기고 있다.

마치면서...

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읽었던 중국 장르 소설 계통을 개척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은 참신한 작품들 때문이었다. 굳이 언급하자면, 찬호께이(陳浩基)의 『기억나지 않은, 형사(遺忘.刑警)』, 류츠신(劉慈欣)의 『삼체(三體: The Three-Body Problem)』, 등등.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내 ‘책 리뷰’ 사상 최고의 가혹한 리뷰가 되었지만, ‘정직’을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최고의 미덕 중 하나로 믿는 나로서는 도저히 입에 침을 바르면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또한, 이 책이 평점 4점을 받았다는 황당한 작태가 나의 앙상한 손가락을 자극해 키보드 워리어로 만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반드시 한마디라도 남겨야 한다면 무엇이라고 써야 할까? 중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 파일과 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호기심을 넉넉하게 자극할 수 있는 책 뒤표지의 문구가 그나마 무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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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일 토요일

스피드판(SpeedPan)에서 원격 aria2c RPC 서버 사용하기

[원격 aria2c 사용]으로 다운로드 가속

내가 스피드판(SpeedPan) 한글화를 시작한 이후 스피드판은 적어도 매 주 한 번 이상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내겐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 업데이트는 없다. 그래서 짬이 생긴 김에 최근 스피드판 설정에 새로 등장한 설정인 [원격 aria2 사용]을 이용하는 방법에 관해 간락하게 몇 자 설명해 보련다.

aria2는 명령 프롬프트 기반의 HTTP/HTTPS, FTP, SFTP, BitTorrent and Metalink를 지원하는 매우 가벼운 멀티 스레드 다운로드 도구인데, 지금까지 선보인 바이두 써드파티 다운로드 가속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이 aria2를 이용했으며, 스피드판도 마찬가지다. 그런 연유로 윈도우에서 스피드판을 처음 실행하면 aria2.exe의 인터넷 접속을 알리는 방화벽 경고창이 뜨는 것이다. 물론 스피드판을 이용해 바이두 자료를 내려받을 때도 aria2를 사용하고, 스피드판 폴더에 있는 aria2.exe 파일은 aria2 공식 홈페이지에서 받은 파일과 같다. 그런데, 굳이 [원격 aria2 사용]을 따로 [설정]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나로서는 이것의 활용 가능성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혹은, 누군가 자신의 컴퓨터를 aria2 RPC 서버로 무료 공개한다면 (우리가 무료 VPN/프록시 서버를 이용하듯)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VPN/프록시 서버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무슨 장점이 있을까? 다만, 스피드판 폴더에 있는 aria2.exe 32비트이고, aria2 공식 홈페이지에는 64비트도 존재한다. 요즘 대부분 64비트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기에 [원격 aria2 사용] 설정을 사용하면 64비트 aria2.exe를 사용할 수 있다.

Using Remote aria2c with SpeedPan
<aria2 RPC 서버 시작>
Using Remote aria2c with SpeedPan
<스피드판 [원격 aria2 사용] 설정>
Using Remote aria2c with SpeedPan
<config.ini>

아무튼, aria2 홈페이지에서 받은 aria2.exe를 경로에 한글 이름이 없는 적당한 폴더에 압축을 푼 다음 aria2.exe가 있는 폴더에서 바로 명령 프롬프트 창을 열어,

aria2c --enable-rpc --rpc-listen-all

('enable'과 'rpc' 앞에 '-(빼기)' 두 개!)

를 입력하면, 우리의 컴퓨터는 aria2 RPC 서버로 작동하게 된다. 기타 자세한 옵션은 aria2 –h로 알 수 있다.

그 다음 스피드판 [설정] -> [원격 aria2 사용]에서 IP 주소를 localhost로 변경해야 하는데, 아마 입력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스피드판을 종료한 다음 스피드판 폴더에 있는 config.ini 파일을 메모장으로 열어 스크린샷처럼 편집해주면 된다.

이것이 다 완료되면 바이두 로그인해서 자료를 받으면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직 [원격 aria2 사용]의 활용성에 대해 잘 모른다. 다운로드 속도가 더 빠른 것도 아닌 것 같고, ‘블랙리스트’를 피해간다는 확증도 없다. 다만, 개발자가 이 설정을 넣어 둔 이유가 있을 듯하니 알아두면 훗날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Using Remote aria2c with SpeedPan
<[원격 aria2 사용]를 사용해 다운로드>
Using Remote aria2c with SpeedPan
<RPC 서버에 접속 안 되었을 때(좌)와 성공적으로 접속되었을 때(우)>

aria2 RPC 서버로 인터넷 다운로드도 가속

또, 한 가지 팁은 aria2.exe RPC 서버 + Camtd - Aria2 Download Manager(크롬 확장) 조합으로 IDM, 이글겟(EagleGet) 같은 인터넷 다운로드 가속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이두 http 다이렉트 다운로드 링크인 PCS 링크 다운로드는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baidu-dl + aria2 RPC 서버 + Camtd' 조합으로 바이두 다운로드 가속

이 글을 쓰고 나서 깨닫게 된 사실인데, 바이두 PCS 링크를 추출해주는 (내가 오래전에 한 번 소개한 바 있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 baidu-dl를 바로 위 조합에 응용하면 이 역시 바이두 다운로드 가속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바로 ‘baidu-dl + Camtd - Aria2 Download Manager + aria2.exe RPC 서버’ 조합인데, 물론 이때에도 내 클라우드 디스크 페이지에서 바로 받을 수는 없고, 공유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baidu-dl 대신 탬퍼몽키(Tampermonkey)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리스 포크(greasy fork) 스크립트인 ‘百度网盘直接下载助手 直链加速版’를 사용해도 된다.

<baidu-dl aria2 RPC 서버 설정>
<공유 링크 다운로드 화면에서만 가능>
<괜찮은 다운로드 속도>

기타 바이두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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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바이두 오프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불능에 대한 유치한 고찰

내겐 2테라(지금은 1테라)라는 엄청난 무료 클라우드 저장 공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짜고짜 중국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1테라 무료 공간도 흡족하지 않을뿐더러 1테라를 무슨 개인정보 빼가려는 음모의 미끼 정도로 비약해서 보는 협잡꾼도 더러 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바이두 서비스를 불신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바이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바이두 클라우드만의 (그리고 115 클라우드 정도?) 특별한 기능이 있다. 바로 마그넷 링크와 토렌트 파일을 지원하는 [오프라인 다운로드(离线下载)]다. 토렌트 공유는 시드가 많을 때, 즉 한창 공유 중일 때는 매우 빠른 다운로드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유 파일의 유행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지고, 그렇게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되어 시드가 사라지면, 영영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바이두 [오프라인 다운로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컴퓨터 속에서 영원히 삭제된 파일일지라도 그 파일이 만약 바이두 클라우드 서버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다시 말해 수억의 바이두 사용자 중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면, 설령 그 사람이 파일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해당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이렇게 되어야 정상!>

하지만, 저작권자 처지에서는 매우 불쾌한 기능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영화 같은 동영상 파일을 누군가가 굳이 공유하지 않더라도 토렌트 파일이나 마그넷 링크만 있으면, 파일을 아무나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오프라인 다운로드]로 찾아낼 수 있는 파일이 예전만큼 포괄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중국을 불신하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바이두 회원가입을 하게 할 정도로, 간혹 득템의 짜릿함을 만끽시켜 줄 정도로 유용한 기능이었다. 또한, 내 컴퓨터를 웹서버로 만들면 [오프라인 다운로드]로 기능으로 4G 이상 파일을 업로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이 고자처럼 아예 불능이 되었다. 간혹 먹통이 될 때는 있었지만, 그것은 주말이나 휴일만 되면 바이두 클라우드가 거북이처럼 느려터지는 일처럼 비일비재한 일이면서도 하루 이틀이면 정상으로 돌아왔기에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百度网盘磁力链接、种子下载功能暂停使用」 기사에서 보듯,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바이두가 막아 놓은 상태다. 이유는 서비스 최적화에 따른 일시적 기능 정지처럼 말하고 있지만, 복구 시간에 대한 공지도 없고, 아직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다른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 정지에 대한 뉴스 기사>

그런데, 내 생각엔 저작권 단속이나 음란물 단속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도 한국처럼 주기적으로 음란물 단속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데, 바이두 같은 경우 음란물을 공유하다 걸리면 계정 삭제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공유 규모가 정도를 넘어서면 형사 입건까지 간다. 하지만,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이용하면 마그넷 링크만으로도 음란물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바이두의 음란물 자동 차단 시스템에 의해 음란물임이 확인된 동영상은 공유 여부에 상관없이 자동 삭제되지만, 모든 음란물이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사용자가 파일의 해시값을 변경하거나 압축해서 올리면 음란물 차단 시스템도 간단하게 피해갈 수 있다. 이런 파일을 바이두의 공유 기능으로 공유하지 않고, 마그넷 링크나 토렌트 파일로 만들어 [오프라인 다운로드]로 배포한다면 단속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두로서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이런 악용의 소지가 있으므로 잠시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꺼둔 다음 재계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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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책 리뷰] 마오처럼 크나큰 실수들을 저지른 중요한 인물 ~ 장제스 평전

Chiang Kai Shek book cover
review rating

마오처럼 크나큰 실수들을 저지른 중요한 인물

Original Title: Chiang Kai Shek: China's Generalissimo and the Nation He Lost by Jonathan Fenby
이 모든 점을 고려할지라도, 그의 가장 위대한 공적은 나날이 통일되어 가는 중국의 최전면에서 그토록 오래 생존했다는 것이다. 중국 통일이 최종적으로는 그의 가장 큰 적수의 무대가 되었더라도 말이다. (『장제스 평전』 , p617)

‘부재’로써 그의 역사적 의의를 추론하다

사가 승자의 전리품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실패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굳게 자리 잡은 장제스(蔣介石, Chiang Kai-shek)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역사라는 학문에 객관성과 엄밀성을 중시하는 과학적 탐구 방법이 접목될 수 있다면, 아무리 잘못이 크고 결점이 많더라도 어찌 되었든 그는 격동과 혼돈의 시대에 (잠시나마) 우뚝 선 지도자이자, 타이완으로 도망하기 전까지 중국을 대표하면서 실재적으로도 명목상으로도 중국을 통치한 지배자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장제스의 역사적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장제스의 역사적 사명과 중요성, 그리고 그가 끼친 영향이 무엇인가를 더욱더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좋든 나쁘든 만약 그가 부재했더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를 고려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일은 없다.

조너선 펜비(Jonathan Fenby)의 『장제스 평전(Chiang Kai Shek: China's Generalissimo and the Nation He Lost)』은 그의 부재를 가상했을 때, 역사의 진로가 어떻게 방향을 바뀌어 지금과 다른 세상을 그려냈을지를 독자의 머릿속에서 추론하고 유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스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하고 광범위한 자료를 기반으로 (저자가 밝힌 바대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전격적인’ 장제스 평전이다. 저자 조너선 펜비가 참고한 수많은 자료 중 최초로 장제스의 일기를 참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데, 왜냐하면 장제스는 매일 여명 전에 기상해 체조했던 것처럼 날마다 일기에 자기 생각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목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로 일기는 그의 외면적 언행 뒤에 숨은 진의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료다.

만약 중국에 장제스가 없었다면?

너선 펜비는 만약 중국에 장제스가 없었다면, 군벌 시대와 중국의 분열은 지배 범위를 놓고 끝없이 싸우는 봉건 할거 국면으로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또한, 1936년 장제스가 동북군 총사령관 장쉐량에게 납치되었던 시안에서 그대로 피살되었다면, 국민당 정부 내의 친일파가 도쿄와 동맹을 맺고 중국 군대가 일본에 편입되었을 가능성이 짙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히틀러가 서쪽으로부터 소련을 침공할 때 일본군은 동쪽으로부터 소련을 침공해 제2차 세계 대전의 역사는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는 조너선 펜비의 의견에도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예상해 본다. 만약 반일감정보다 반공감정이 더 압도적이었던 장제스가 없었다면, 상하이 대숙청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공산당 봉기도 국민당이 진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국민당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대중 세력의 지지를 얻게 해줄 장제스라는 구심력이 없었다면, 국민당 세력은 쑨원(孙文, Sun Yat-sen) 사후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중국공산당이 국민당 대신 주도권을 잡는 시간이 더 빨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누군가 우격다짐으로 국민당을 이끌어갔더라도 극단적으로 공산당을 혐오했던 장제스가 없었고, 세력 확장보다는 수성에 더 큰 가치를 두었던 군벌들의 특성이나 동족끼리의 전쟁을 혐오했던 청년 원수 장쉐량(張學良,Zhang Xueliang) 등을 고려하면 국공합작이 큰 파탄 없이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조로운 국공합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엄청난 비극을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와 유사한 상황으로써 일본의 패전 후 제기될 수 있는 중국의 분단 가능성이다. 양쯔강을 경계로 북쪽의 공산당과 남쪽의 국민당으로 예상할 수 있는 중국의 분단은 이후 냉전의 역사를 통째로 바꿨을 것이며, 어쩌면 이로 말미암아 한국전쟁이 중국전쟁으로 불똥이 튀어 세계 3차대전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조너선 펜비가 내린 결론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최전선에서 장제스가 그토록 오래 생존했기 때문이고, 그러므로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위대한 공적이다.

철학처럼 논리적이고 명징하게, 문학처럼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심이 깃들기도 하고 특별한 목적도 없고, 개인적 혹은 역사적으로 억압된 감정이나 분노를 분풀이하여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하는 치졸한 상상력에서 기인한 역사에서의 ‘만약’이라는 가정(假定)은 시간과 사고력의 낭비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만약 역사의 이해와 통찰력 증대라는 합목적성과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적 자료에 기반을 둔 가설은 역사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하고 그에 비추어 현실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역사를 논함에서 ‘만약’이라는 가정(假定)이 꼭 금단의 열매가 될 필요는 없다. 또한, 곁에 있으면 그것의 소중함을 인지하기 어렵고 막상 그것이 사라져야 그것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이 드러나듯, 그동안 간과해 온 장제스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현실감 있게 부각시키고자 그의 부재를 가상한 것은 참신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장제스의 부재를 상상함으로써 그의 중요성이 드러나더라도 그와 그가 이끌었던 국민당의 부정, 부패, 혼란, 무능, 무지 등의 부정적 평가가 희석되는 것도 아니다.

『장제스 평전』은 장제스의 부재를 가정함으로써 그의 역사적 의의를 밝히고자 하는 책이지 그러한 재조명 속에서 부각될 수 있는 장제스의 중요성으로 그의 정책적 오류나 개인적 결점을 변명하거나 슬쩍 덮어보려는 그런 불순한 의도로 쓴 책은 아니다. 자신이 보편적인 도덕을 강조했음에도 친인척뿐만 아니라 당원들의 부정부패를 눈감아 주었던 장제스의 치명적 결점과 모순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등 철저하게 비판적으로 장제스와 그의 국민당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장제스를 변호하거나 미화하고자 나온 책이 아님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서방 기자로는 최초로 옌안 시절의 공산당을 방문한 에드거 스노(Edgar Snow)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공산당이 아편을 취급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등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는 공산당도 비껴갈 수는 없다. 이런 균형 잡힌 날카로운 시각은 장제스에 대한 면죄부나 영웅화에 대한 약간의 가능성조차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굳이 장제스의 부재를 들먹임으로써 그의 영향력을 반추해 보는 것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장제스에 대한 가혹한 평가를 동정한다거나 그것의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역사를 서술하고 한 인물을 평가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조너선 펜비의 현명한 고집이다. 그럼으로써 15세에 장제스와 결혼해서 장제스가 쑹메이링(宋美齡, Soong May-ling)를 만나고 나서 그로부터 버림받을 때까지 장제스의 아내였던 천제루(陳潔如, Chen Jieru)가 자신의 회고록에 기록한 것처럼 평범한 한 남자가 어떻게 하늘이 준 기회를 끈질기게 부여잡고 마침내 한 나라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올라섰는지를 철학처럼 논리적이고 명징하게, 그리고 문학처럼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면서...

지막으로, 조너선 펜비에게 총사령관의 고향 마을을 안내해 준 어느 대학원생은 장제스를 크나큰 실수들을 저지른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말하고 나서 잠깐 머뭇거리더니 마오 주석(毛泽东, Mao Zedong)처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과거와 사뭇 다른 이러한 평가가 이제 어느 정도 살 만한 해진 경제적 여유에서, 또는 승자의 관용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역사의 오류와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역사 이해의 발전적 과정과 그로 말미암은 역사 인식 변화의 일부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패배자’, ‘실패자’라는 어둡고 깊은 무덤 속에 묻힌 채 퇴보도 전진도 없이 고정되어 버린 장제스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뒤로하고 새로운 자료와 새로운 방법으로 재평가를 시도하는 이 책이야말로 역사의 부단한 정진이 일구어낸 소중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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