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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책 리뷰] 불꽃처럼 일어났다 한 줌의 재로 사라진... ~ 영자의 전성시대(조선작)

불꽃처럼 일어났다 한 줌의 재로 사라진 영자

"이걸 달고라면 골목길에 나가 설 수가 있겠어. 누구라도 암, 어떤 싹수없는 자식도 꼼짝없이 속아 넘어가고 말 거야." 영자는 의기양양해서 이렇게 말했다. 영자는 나무팔뚝이 든 소맷자락이 대롱거리는 원피스를 한 팔로 치켜들고 바라보며 또 한 번 깔깔거리고 웃었다. 기뻐하는 영자의 모습을 보자 덩달아 나도 기뻤다. 나는 기쁨과 열적은 표정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영자의 전성시대』 중에서)

1973년 발표한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는 소설보다는 원작의 선정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한 동명의 영화가 더 인기를 끈 작품이며 지금도 ‘영자의 전성시대’하면 원작보다는 영화(김호선 감독 「영자의 전성시대(1975)」 리뷰 보기)가 먼저 떠오른다. 영화나 소설 둘 다 아직 못 본 필자 역시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제목에 먼저 떠오른 것은 부끄럽게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은 선정적인 장면이었다. 실제로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는 선정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수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딱지가 붙었을까. 용접공 영식과 창녀 영자로 대변되는 하층민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가식적인 대중에게는 선정적으로 보였을까. 그러나 그것은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이며 소리없는 절규에 가깝다. 그것보다는 위선과 가식이라는 두툼한 가면을 쓴 배부르고 등 따스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향한 무언의 항의처럼 보이는 하층민의 몸부림과 절규가 불쾌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작품 일부분만을 끄집어 내 과대 포장한 다음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작품이라는 경고 문구를 달아 사회에서 매장해 버린 것이다.

설 속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꿈은 참으로 소박하다. 무교동의 한 화려한 술집에서 보타이를 매고 일하는 것이라든지 명동의 한 소문난 양복점에서 재단사로 일해보는 것이 어렸을 적 꿈이었던 영수, 배불리 먹는 것을 꿈으로 안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온 영자. 불행한 그들의 어린 시절은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조차 주지 못했기에 꿈도 소박할 수밖에 없다. 아는 것이 많은 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으며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는 조그만 사글세 방도 감지덕지하다.

그렇다면 ‘배불리’ 먹기 위한 영자의 투쟁은 성공했는가.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의 제목은 한때나마 영자가 몸을 파는 창녀로서 잘 나갔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수가 철공장에 있을 때 주인집의 식모였던 영자는 영수가 월남에서 돌아와 보니 청량리 역전에서 몸을 팔고 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로 외팔이가 된 영자는 손님 받기도 어려웠다. 매일 허탕만 치는 영자를 보다 못한 영수가 의자 다리 조각으로 영자에게 의수를 만들어 주고부터 ‘영자의 전성시대’는 시작된다.

그러나 제목 『영자의 전성시대』에는 또 다른 뜻도 숨어 있었다. 바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같은 역설적 의미이다. 영자는 사글세 방을 얻어 영수와 살아보겠다는 조촐한 꿈조차 이루지 못한다. 가진 자들은 지나친 탐욕 때문에 망하고, 영자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그런 가진 자들의 탐욕을 위해 망한다. 순진한 영자는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포주에게 맡기지만 정부의 일제 단속으로 포주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돈을 찾으려고 무리하다 그만 불의의 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영세자영업자 밑에서 말도 못할 열악한 생활을 했던 어린 직공들의 희망 없는 삶과 다를 바 없다. 짓궂은 아이들의 새총을 피해 달아나는 참새처럼 끊임없이 고동치는 그들의 소박한 꿈이 담긴 가냘픈 심장은 기적처럼 모든 시련을 참고 참으며 일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조금이나마 뭔가 이룰 순간이 오면 세상은 그들의 꿈을 여지없이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그들의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나 많은 영수, 영자가 있었던 것 때문인가. 아니면 무정한 사회는 그들의 소박한 꿈조차 못마땅했을까.

당시 독재 산업자본주의 국가적 가훈은 ‘하면 된다’였고, 많은 영자와 영수는 이 말만 곧이듣고 실천에 옮겼지만, 어느 교수의 말마따나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될 일도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강행하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을 밀어붙이니 부작용과 부조리는 사이좋게 쌍쌍 파티를 열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이 이렇게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오로지 돈과 출세를 향해 내달리니, 한정된 돈과 출세의 자리를 두고 끊임없는 충돌과 치졸한 아귀다툼은 반복되고 그 결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생존투쟁에서 수많은 영수, 영자는 탈락할 수밖에 없다. 성실과 정직만이 유일한 무기였던 직공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대책 없이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무책임한 정부 앞에서 쓴 고배를 마시고 좌절하지 않고 배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는 독재적 산업화 개발 논리에 매몰차게 파묻혀 소외된 하층민의 삶,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억눌린 욕망을 때밀이 영수와 창녀 영자의 일상을 통해 표출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두 사람의 직업 다 사람의 ‘묶은 때’를 벗겨주는 직업이다. 영수는 육체의 겉 때를 벗겨주고 영자는 육체 속의 묶은 욕정을 벗겨준다. 이것은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반복되는 삶의 굴레이다. 결국, 몸을 파는 창녀든 목욕탕의 때밀이든, 배웠든 못 배웠든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어엿한 구성원이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듯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철저하게 계산적인 인간 사회에서 이러한 주장은 패배자의 구차한 발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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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넥서스 7 2013 안드로이드 내부 저장소(external storage) 접근 문제 해결

출처: android-developer-preview - issue #899

롤리팝(lollipop)과 킷캣(KitKat) 사이를 오가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되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넥서스의 내부 저장소(/storage/emulated/0 )가 사라진 것이다. TWRP 리커버리 모드로 진입해서 보니 자료들은 그대로 살아있고, 넥서스(Nexux 7 2013)에서만 보이지가 않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Source : Pixabay.com>

구글링 끝에 겨우 찾은 해결법은,

1. 일단 루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 아마도 내부 저장소를 날려 먹을 정도의 사용자라면 어느 정도 중급 사용자라 생각하고 기본적인 것은 생략한다.

2. 파일(cwm-sdcard.Fix.Permissions.zip)을 TWRP 리커버리 모드(CWM에서는 안 될 수도 있다)에서 sideload 방식으로 설치해준다. 필자의 경우 이것이 성공적으로 적용되면서 구글 플레이에서 어플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전에는 아예 다운로드조차 안 되었다. 아마도 내부 저장소 문제로 말미암아 인터넷 임시 폴더조차 사용 불가능해서 그랬던 것 같다.

3. 마지막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받은 [터미널 에뮬레이터]로 아래 명령어를 입력하고 내부 저장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su restorecon -FR /data/media/0

필자는 이와 같은 순서로 해결이 되었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위의 3번만 TWRP 리커버리 모드의 터미널 커맨드에서 입력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갑자기 내부 저장소가 사라지는데 바람에 얼마나 당황하며 진땀을 뺐는지, 또 순간 덜컥 내려앉은 가슴의 충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무튼, 이렇게 해결이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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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300dpi 스캔 이미지를 600dpi로 업샘플링하여 가독성 높이기

보통 스캔 속도는 300dpi로 스캔할 때가 600dpi보다 빠르다. 필자의 캐논 복합기 MG2270의 스캔 속도 역시 300dpi로 스캔하면 600dpi로 스캔할 때보다 대략 40% 정도 빠르다(300dpi라도 '디스크린' 설정을 켜면 600dpi와 스캔 속도가 같아진다). 그러나 품질이나 가독성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00dpi로 스캔을 한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서나 책의 경우 300dpi로 스캔한 다음 포토샵에서 600dpi로 업샘플링한 다음 추가 보정하면 스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가독성(이 점은 사용자의 관점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도 좋아진다. 업샘플링 작업(다른 필터 작업에 비해 시간이 좀 더 걸린다)은 액션으로 저장하여 [Image Processor]를 통해 일괄처리해 놓고 다른 볼일을 보면 된다.

300dpi 이미지(문서)를 600dpi로 보정하는 포토샵 작업 과정은 아래와 같다.

[Levels] 작업할 때 우측 슬라이더(White Point Slider)를 조절하는 이유는 너무 굶어진 글자의 획을 보기 좋을 정도로 가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아래는 아무 작업도 하지 않은 원본, 위 예시처럼 이미지 리사이징과 레벨, 샤픈 등의 보정 작업을 거친 결과물, 그리고 전체 업샘프링 작업 중 [Image Size] 작업 전 [Gaussian Blur]를 생략했을 때의 결과물을 순서대로 나열한 사진이다.

전체 보정 작업 중 [Image Size] 전에 [Gaussian Blur]를 적용하지 않으면 글자 획들이 울퉁불퉁 거칠어진다.

아래는 테스트에 사용한 원본 이미지와 보정 작업을 거친 최종 결과물의 사진들이다.

스캐너의 스캔 품질이 좋은 경우 굳이 이와 같은 작업을 하지 않아도 300dpi에서 충분한 품질과 가독성을 보장하거나, 업샘플링 과정을 거치더라도 [Gaussian Blur]를 하지 않고 [Image Size]에서 dpi만 조절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내 스캐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글자 획에 고르게 굵은 선을 입히기 위해 굳이 [Gaussian Blur] 필터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스캔 이미지의 상태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Levels] 값과 [Unsharp Mask] 값을 적당히 조절해서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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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일 월요일

OCR 프로그램 인식 속도 간단 벤치마크

OCR 프로그램 인식 속도 간단 벤치마크

테스트에 사용한 스캔 이미지는 「ABBYY FineReader 12 vs 11 - OCR 속도 단순 비교」에 사용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이미지를 불러들인 프로그램이 OCR 작업 들어가기 전에 자체적으로 이미지 보정을 하는, 즉 ABBYY FineReader의 [전처리] 설정 같은 것은 가능한 한 끄고 시험했다.

유일하게 멀티 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하지 않는 Acrobat이 가장 느렸다(AMD A6-4400M). 평균적으로 OminiPage 18이 인식률과 속도 면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기타 부가적인 기능이나 편리성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OminiPage 18는 OCR 작업할 때 한국어와 영어의 혼합(한자도 인식된다)은 가능하지만 한국어와 일본어의 조합은 불가능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혼합된 이미지 문서를 한국어로만 OCR 하면 (당연히) 일본어는 인식이 안 되고 한국어만 인식이 되지만,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선택하면 일본어만 인식되고 한글은 전부 다 깨진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일본어와 한국어 동시 OCR이 가능한 것은 ABBYY FineReader 버전 10과 11 정도이다(▶ 2017년 11월 16일 추가: ABBYY FineReader 12 버전도 한국어/일본어 혼용 인식할 때 일본어 인식이 불가능했으나 14 버전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또한, OmniPage는 무손실 PDF로 저장할 때 원본 이미지 파일 크기보다 용량이 훨씬 크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OmniPage와 ABBYY FineReader와는 달리 Acrobat은 OCR 후 사용자가 따로 교정을 할 수 없거나 불편해 보인다.

Readiris 14는 가장 빠른 OCR 속도를 보여주었지만, 이미지 해상도가 300dpi로 강제 다운되었으며(이와 관련된 설정을 아무리 찾아봐도 해결할 수가 없었다) 인식률도 고만고만했다.

▶ 2017년 11월 16일 추가: 비슷한 벤치마크를 최근에 테스트한 자료가 있다. 「뛰어난 한글 인식, 손쉬운 교정 ~ OCR 프로그램 Abbyy Finereader 14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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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8일 토요일

윈도우 [색 보정] 기능으로 블루라이트(blue light)를 줄여보자

모니터 청색광 ‘블루라이트’는 과연 눈에 해롭나?

위 기사에서 보듯 블루라이트(blue light: 청색광)의 유해성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컴퓨터를 사용해 온 필자에게 눈에 가장 편한 모니터 색온도는 푸른빛이 어느 정도 제거된 낮은 색온도이다. 그래서 색온도 조절을 위해 f.lux를 사용해왔지만, 혹시 윈도우 자체에서 조절하는 방법은 없나 하고 찾아보다 [개인 설정] – [디스플레이] – [색 보정]을 발견했다. (▶ 2017년 12월 4일 추가: 앞의 경우는 Windows 7의 경우고 Windows 10은 바탕화면의 마우스 우클릭 메뉴에서 [디스플레이 설정]->[고급 디스플레이 설정]->[색 보정]으로 들어가면 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저 윈도우의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

블루라이트는 "380∼500나노미터 사이의 파장에 존재하는 파란색 계열의 빛"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의 시사상식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고로 위의 [색 밸런스 조절]을 통해 블루라이트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보는 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확실히 파랑값을 내렸을 때가 눈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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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드림위버 CC에서 CSS 규칙 정의(CSS Rule Definition) 상자를 사용하는 방법

약간의 드림위버 사용법을 배우고자 『맛있는 드림위버 CS6』을 보면서 연습은 CC 버전을 사용하다 보니 버전의 차이로 하나의 불편이 생겼다. 바로 [CSS 규칙 정의(CSS Rule Definition)] 창을 열기가 CC 버전에서는 까다롭다는 것이다. 도움말을 보면 CSS 디자이너 패널에서 간단하게 편집하고자 하는 규칙을 더블클릭하면 [CSS 규칙 정의] 창이 떠야 하는데, 버그인지 안 된다.

위 사진처럼 눈에 보이는 규칙은 [속성] 패널의 [규칙편집]으로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규칙은 속성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입력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구글링해서 찾은 방법은 [Ctrl + Alt +Shift + P] 단축키로 CS6 패널을 불러오는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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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4일 화요일

노트북에서 갑자기 블루투스 장치가 사라졌을 때

필자는 블루투스(bluetooth)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트북으로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 자잘한 파일을 주고받을 때 가끔 사용한다. 그런데 이번에 윈도우 8.1과 윈도우 7 사이를 방황하다 보니 어느샌가 블루투스 기능이 없어졌다. 아예 장치관리자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드라이버 설치 유/무의 문제가 아니었다. 드라이버 문제라면 장치관리자에 노란 느낌표라도 뜨지만, 이것은 아예 블루투스 모듈이 노트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잠시 SSD의 잃어버린 파티션 복구에 정신 줄을 놓고 있다가 겨우 그 해답을 찾았다 싶더니 줄줄이 알사탕처럼 이번에는 블루투스 문제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윈도우 설치는 완료되었고 윈도우 업데이트 및 설정과 각종 드라이버와 프로그램 설치까지 99% 완료된 상태였다. 블루투스 때문에 다시 윈도우를 설치할 생각을 하니 정말로 머릿속이 컴컴해지며 현기증까지 일어났다.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헤매며 운이 좋게도 해결법을 찾긴 찾았는데,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해결방법이 또 필자는 당황하게 하였다. 바로 노트북마다 따로 설정된 기능키, Asus 공식 설명서에는 [컬러 핫키]라고 명명된 단축키([Fn]+F2)로 간단하게 블루투스 기능을 켜면 되는 것 이었다. 그런데 다시 Fn+F2를 눌러도 블루투스 기능은 꺼지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누가 블루투스 기능을 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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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1일 일요일

[책 리뷰] 고전 무협 소설의 진국 ~ 소오강호(笑傲江湖, 김용)

The Smiling, Proud Wanderer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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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무협 소설의 진국

원제: 笑傲江湖 by 金庸
“험한 파도에 웃음을 싣고, 물결 따라 덧없이 살아온 삶, 한 잔 술에 웃음을 담아, 모든 은원 깨끗이 잊고 살리라, 산천초목도 따라 웃누나,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부질없어라, 소슬바람에 미소 지으며, 모든 근심 잊고 살리라, 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것, 욕심 없이 어우러져 웃고 살리라.” - 영화 「소오강호(1990)」 중에서 -

오래간만에 다시 찾은 명작

가 한두 권으로 끝나지 않는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전혀 지루함은 느끼지 않고 끝까지 재미나게 읽었던 최초의 작품은 아마도 김용{金庸)의 『영웅문(英雄門)』 아니면 『소오강호(笑傲江湖)』였을 것이다. 6편씩 3부작으로 총 18권으로 구성된 『영웅문』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 누군가가 가져온 것을 수업 시간에 몰래 돌려봤었고 『소오강호(The Smiling, Proud Wanderer)』는 8권 전부 구매해서 본 것인데, 오랜 세월 이사를 몇 번 거치면서 흔적없이 사라졌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협 소설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쉽고 빠른 읽기와 부담없는 이야기, 그리고 경쾌한 재미다. 그중에서도 김용 소설의 흡입력은 가히 마약과 다름없어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일단 앞의 몇 페이지를 읽고 나면 그 뒤는 도저히 안 보고는 못 배길 정도다. 가벼운 맨손체조로 졸음과 피로를 쫓듯 고전이나 교양 도서가 몰고 온 독서의 피로도 풀고 기분도 전환할 겸 『소오강호』를 다시 보게 되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주인공이나 기타 주요등장인물의 이름 정도만 기억해낼 수 있었고, 작품의 줄거리는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정말 오랜만에 무협 소설의 재미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뻔한 영웅담? No! No!

8권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흐름은 화산파의 첫째 제자이자 대사형인 영호충(令狐沖)이 실전된 독고구검(獨孤九劍)이라는 최고의 검술을 익혀 무림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만 듣고 얼핏 생각하면 뻔한 영웅담 같은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중원의 광활한 대륙 위에서 펼쳐지는 영웅의 대서사시는 짜임새 있는 작고 알찬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완성된 거대하고 드높은 이야기 파도를 이루어 삽시간에 독자를 피비린내나는 혈투와 의협심이 공존하는 중원의 강호로 휩쓸어버린다. 무협 소설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김용의 명성에 걸맞게 작품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종일관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과히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강력한 마력과도 같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웬만한 추리나 범죄 소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 서로 간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 그리고 그 음모와 계략을 튼튼하게 뒷받침해주는 개연성 있는 구성, 여타 무협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무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명쾌한 해설, 여기에 광풍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호의 치열한 혈투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을 주는 주인공 영호충을 둘러싼 악영산, 의림, 임영영의 가슴 아프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까지 있으니, 아마도 김용의 소설을 읽고 나면 다른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이 얼마나 엉성하고 조잡한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편의 작품에 인간의 생(生)과 사(死), 영예와 치욕, 복과 화근, 성공과 패배, 인과응보, 희로애락(喜怒哀樂) 등 인생의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 분량에 걸맞은 장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렇게 이야기가 알찬 만큼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 역시 개성이 뚜렷한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말대가리 같은 외모에 지능 역시 외모만큼이나 떨어지면서 입만 살아있는 도곡육선(挑谷六仙)이라는 괴상망측한 인물을 등장시켜 지나친 몰입이 가져올 수 있는 나른한 피로를 한방에 풀어주는 기괴한 웃음을 전해준다.

작품 속 중요인물 소개

기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몇몇 중요 인물들과 더불어 주인공 영호충에 대해 살펴보자.

부처님 같은 넓은 도량과 깊은 무공을 지녔지만, 세상일에는 아이처럼 순진한 소림사 방장 방증대사는 문무와 덕을 겸비한 무당파 장문인 충허도장과 초라하고 처량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돌아다니며 기괴한 행적을 그리는 형산파 장문인 막대선생과 함께 영호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몇 안 되는 강호 협객 중 하나이다. 방증대사는 일월신교(日月神敎) 임교주의 외동딸 임영영이 부상당해 기절한 영호충을 소림사로 데려오자 영호충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비급이자 소림사 최고의 무공인 역근경(易筋經)을 약속대로 전수해 주면서도 소림사 사람을 네 명이나 죽인 임영영을 적대감 없이 손님으로 정중하게 맞아들인, 보통사람들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넓은 아량과 자비를 가진 고승이다. 그는 충허도장과 함께 영호충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해주며 이들 세 사람과 함께 강호의 피비린내 나는 최후의 혈전을 막는 데 한몫한다. 막대선생은 비록 영호충과 행동을 함께하지는 않지만 몇몇 중요한 장면에서 영호충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거나, 영호충이 마교의 인물들을 친구로 사귀다 화산파에서 쫓겨나면서 정파의 눈 밖에 났을 때 영호충의 의협심과 의리만은 정파와 사파를 초월한 진정한 영웅호걸의 강직한 마음임을 알아주는, 그리고 훗날 영호충과 임영영이 결혼식을 올릴 때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지라도 자신 만은 참석해서 국수를 먹어줄 거라는 약속을 은은한 호금 연주로 지킨 대장부이다.

음흉하고 꾀가 많은 숭산파 장문인 좌냉선은 항산파, 숭산파, 화산파, 태산파, 형산파 즉, 오악검파(五嶽劍派)를 하나로 합병하고 자신은 그 오악파의 장문이 되어 무림에 우뚝 서고자 하는 야심에 찬 인물이다. 그가 오랜 세월을 두고 주도면밀하게 계산하고 꾸며온 음모는 겉으로는 군자처럼 행동하는 위엄 있고 근엄한 가면 뒤에 그 누구보다도 음흉한 본모습을 숨겨온 화산파 장문인이자 영호충의 은사이며 사부인 악불군의 치밀한 계획과 맞부딪치게 된다. 이 밖의 오악검파 장문인에는 마수의 사악한 계략에 넘어가는 바람에 소림사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항산파 장문인 정한사태와 자신의 급하고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태산파 장문인 천문진인이 있다. 비록 장문인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명성과 무공을 지닌 화산파에서 유일하게 영호충의 진심을 알아주고 끝까지 믿어주는 여장부이자 악불군의 부인인 영중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청성파 여창해에게 몰살당한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고 화산파에 입문한 귀공자 스타일의 임평지가 있다. 그는 무공은 보잘것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자신의 사부 악불군 못지않은 철면피에 사악한 촉수를 가진 흉측한 괴수이다.

이상이 정교(正敎)의 인물이라면, 이와 대립하는 마교(魔敎)의 인물로는 동방불패(東方不敗)의 계략에 넘어가 교주 자리에서 쫓겨나 항주 서호의 지하감옥에 갇힌, 계산적이며 포악한 성격을 가진 전(前) 일월신교 교주 임아행이 있다. 그는 얼떨결에 자신의 흡성대법(吸星大法)을 익힌 영호충을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고통스럽고 위험한 흡성대법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비법을 미끼로 일월신교에 가입할 것을 강요한다. 임아행의 부하인 상문천은 위기에 빠진 자신의 목숨을 정사를 구별하지 않고 구해준 영호충과 일찌감치 의기투합한 인물로서 끝까지 영호충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또한, 마교의 걸출한 인물이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강호의 인물 중 최고의 무공을 지닌 동방불패가 있다. 그는 임아행을 일월신교에서 쫓아내 서호의 지하감옥에 가두고 규화보전(葵花寶典)을 익혀 최고의 무공을 지니게 되지만, 양련정이라는 건장한 사나이를 총애한 나머지 그에게 전권을 휘두르게 하여 교단의 물을 흐려놓고 결국에는 앙련정에 대한 애정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최고의 무공을 지난 고수이지만 사사로운 감정 앞에서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동방불패를 보면, 보통 악당이 죽을 때 느끼게 되는 쾌감이나 기쁨보다는 진정 인생의 무상함 앞에서는 누구라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짠한 애수를 느끼게 해준다. 이밖에 일월신교 영향 아래 있는 노두자, 조천추, 계무시 등이 있다. 이들은 비록 정교의 인물은 아니지만 한번 맺은 신의(信義)는 목숨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는 사내대장부들이다.

다정다감한 남자 영호충

자, 이제 작품의 주인공이자 남자라면 한 번쯤 꿈꾸게 되는 대장부이고 여자라면 한 번쯤 품에 안기고 싶은 다정다감한 남자인 영호충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고아로서 어렸을 때 악불군 부부 밑에서 키워졌으며, 부지런히 무공을 연마한 덕분에 화사판의 대사형이 된다. 의(義)를 중시하는 영호충에게는 이 두 사람이 키워준 은혜는 평생토록 저버릴 수 없는 절대적인 의무였고, 어떻게 보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이러한 그의 충직함은 마지막까지도 독자의 마음을 꽉 움켜쥐고 놔주지 않는 답답함을 주기도 하지만, 어찌하리오. 그의 천성이 착하고 의로운 것을.

또한, 그는 영리하고 총명해서 무적의 검법인 무초승유초(無招勝有招)의 독고구검을 이른 시기에 깨우치지만, 결코 떠벌리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술을 좋아하는 호탕함 때문에 마교 사람이라도 자신과 뜻이 맞는 인물이라면 서슴없이 친구로 받아들인다. 정파 사파를 가라지 않고 의리를 지키려는 영호충은 결국 화산파에서 추출 당하면서 정교에게 배척당하는, 정파에 속한 강호인으로서는 결코 맛보고 싶지 않은 치욕을 겪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평지 가문의 벽사검보(辟邪劍譜)와 화산파의 육사제를 죽인 것도 모자라 화산파 비급인 자하(紫霞)비급을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까지 덮어쓰게 된다.

이런 와중에 악불군 부부의 외동딸이자 화산 옥녀봉에서 같이 자란 영호충의 잊지 못할 첫사랑인 악영산까지도 그를 의심하다 임평지에게 시집을 가버리자 영호충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쓰라린 상처를 받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곁에는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항산파의 어린 비구니 의림과 괄괄한 임아행의 딸 임영영이 있어 영호충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준다.

색마 전뱅광에게 욕을 당할 뻔한 위기에서 중상을 당하면서까지도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영호충에 대한 은혜 때문에 평생 영호충을 사모하게 되는 의림은 속으로 파고드는 영호충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못 이겨 고개 숙인 한 떨기 가련한 꽃처럼 시들어 간다. 마음이 따뜻한 독자라면 그녀의 순결하고 가련한 사랑에 마음 한가득 애틋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총명하고 예쁘지만, 손을 쓸 때는 매섭기 그지없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강한 임영영은 노두자, 조천추, 계무시 등을 포함한 일월신교 영향 아래 있는 많은 영웅호걸의 우러름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호탕한 영호충 앞에서만은 다른 처녀와 다름없는 부끄러움 타는 소녀일 뿐이다.

인간성은 정파와 사파를 구분하지 않는다!

렇다면 이렇게 자유분방한 영호충이 보는 정파와 사파는 어떠한가. 상문천은 영호충에게 입교를 권유하며 이런 말을 한다.

“동생 그날 동방불패가 많은 사람을 보내 내 뒤를 쫓을 때 그 수단의 악독함이란 자네도 친히 보아서 알 것이네. 만약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그 정자에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네. 자네의 심중에는 정파와 마교의 구분이 있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수백 사람이 자네와 나를 포위해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거기에 무슨 정파고 마교가 있겠는가? 사실 모든 일이란 사람이 만든 것이네. 정파 중에는 좋은 사람만 있고 간사하고 악독한 사람이 없으라는 법이 있는가? 마교 중에는 좋은 사람은 틀림없이 적지 않으나 우리 세 사람이 대권을 장악한 다음 잘 정리를 한다면 그 잔악 무도한 패류들을 모두 깨끗이 쓸어 버리면 되는 것일세. 그러면 이 강호에 호걸지사들은 모두 반겨주지 않겠는가?”

좌냉선과 그의 수하들이 보여준 악랄함과 영호충의 사부이자 군자로 칭송을 받아왔던 악불군이 보여준 위선, 그리고 수십 년 전 화산에서 오악검파의 고수들이 무공 실력만으로는 상대가 안 되자 비열한 계략을 써 마교의 십장로를 사과애 동굴에 가둔 일들을 알게 되면서 비록 정파의 인물일지라도 잔악함과 비열함은 마교를 능가할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영호충은 깨닫게 된다. 현대에 와서도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신의 가르침대로 선행을 쌓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아무튼, 인간의 위선과 가식, 그리고 탐욕은 고금을 아울러 변치 않는 불변의 속성이다.

젊은 영웅 영호충은 자유분방하게 정파 사파 구분없이 자기 뜻대로 의로운 친구들을 사귀지만, 끝까지 그의 마음속을 괴롭히며 그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바로 악불군 부부에 대한 뿌리 깊은 은혜다. 훗날 정한사태의 유언을 받들어 항산파의 장문인 자격으로 숭산 대회에 참가하는 영호충은 제자였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항산파의 다른 제자들의 체면을 무시한 채 악불군 앞에 넙죽 절하는 경거망동은 모질지 못한 그의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의 무공은 손에 검을 들었을 때만 무적이니 이 또한 그의 또 다른 약한 모습이다. 영웅이라고 해서 만사에 천하무적일 수는 없는 것처럼, 이렇게 장단점이 적절하게 조화된 인물이야말로 생생하게 살아서 독자의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달콤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지 않겠는가.

작품의 제목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대해

오강호는 형산파의 유정풍과 일월신교의 곡장로가 의기투합하여 작곡하고 또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칠현금과 퉁소의 합주곡 이름으로, 『소오강호』를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이 유정풍과 곡장로가 연주하는 소오강호라는 곡(曲)에 그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형산파의 명망 있는 무림인인 유정풍은 금분세수(金盆洗手) 의식을 통해 강호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오악검파의 맹주인 좌냉선의 명을 받들고 온 그의 제자들은 유정풍이 마교의 곡장로와 왕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정풍을 배반자로 낙인찍은 것도 모자라 그의 가족을 금분세수에 참석한 전국에서 모인 군중이 보는 앞에서 참혹하게 몰살한다. 두 사람은 정파 사파의 도리를 떠나 오로지 음률 하나만으로 의기투합한 막연한 사이였고, 그러한 만남은 강호의 일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었으나, 정파와 마교는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과 아집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대다수 무림인은 그를 정파의 배반자로 생각했다.

사랑하던 가족과 아끼던 제자들의 시체들이 즐비한 집을 곡장로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유정풍은 형산성 밖 황량한 들판으로 도망쳐 영호충이 듣는 앞에서 곡장로와 함께 마지막으로 소오강호를 합주하고는 영호충에게 악보를 맡긴다. 이승에서 못다한 두 사람의 고결한 우정은 두 사람이 함께 목숨을 끝맺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으로 마무리된다. 의리 때문에 자신의 가족과 제자를 희생한 유정풍의 단호한 결심을 본 독자 중에서는 유정풍이 곡장로에 대한 의리가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우선시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이나 그것을 파는 장사꾼이나 정직함과 신의보다는 고객의 심리나 약점을 이용하거나 때론 속이기도 하면서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술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로 속이고 속여 먹는 요즘 세상에 사는 우리가 어찌 강호의 진정한 의리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 두 사람이 마지막 남은 내력을 발산하여 합주한 소오강호는 갑자기 높아졌다가 갑자기 낮아지는 등 복잡하고 변화가 많아 듣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동요시키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구슬픈 마음에 눈물을 흘리게도 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절한 곡이다.

곡장로는 죽기 전 영호충에게 악보를 맡기면서 다음과 같이 소오강호 내력에 대해 설명한다.

“나와 유 형제는 음률에 깊이 빠지고 말았네. 그리하여 수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공을 들여서는 '소오강호'라는 한 곡을 지어 내었는데, 이 곡의 기이함은 천고에 없었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네. 금후 이 세상에 곡양과 같은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유정풍이라는 사람이 있을 수 없을 것이며, 유정풍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곡양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네. 설사 곡양과 유정풍과 같은 인물이 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동시에 태어나서 서로 만나게 되어 사귀게 되리라고는 볼 수 없네. 즉 음률에 정통하고 내공에 정통한 두 사람의 뜻이 맞고 성격이 비슷하여 함께 이런 곡을 지어낸다는 것은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일세. 이 곡이 단절되게 된다면 나와 유형제는 구천지하에서도 길게 탄식을 불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교파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던 두 사람의 뒤를 이어 그들이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화려하게 펼쳐보이는 인물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영호충과 임영영이다. 이 두 사람 역시 소오강호를 작곡한 유정풍과 곡장로처럼 서로 다른 교파의 인물이지만 주변의 끊임없는 간섭과 험난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게 되면서 작품 마지막에는 유정풍과 곡장로가 환생이라고 한 것처럼 함께 소오강호를 연주하게 된다.

작품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연주되는 소오강호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영호충은 작품 마지막에 임영영과 함께 소오강호를 연주하고는 유정풍과 곡장로가 합주했을 때를 생각하며 두 사람이 이 곡을 지은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로 정파와 사파가 그동안 피로써 맺힌 원한을 풀고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는 것을 …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이루지 못한 간절한 소망은 영호충과 임영영의 합주로 승화되면서, 이로써 오랜 갈등과 원한 관계로 피비린내가 멈추지 않았던 강호에는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온다. 아쉽게도 글로 연주되는 곡이라 금과 퉁소의 어우러짐과 선율의 아름다움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소오강호』의 주제곡처럼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곡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가사만큼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험한 파도에 웃음을 싣고, 물결 따라 덧없이 살아온 삶, 한 잔 술에 웃음을 담아, 모든 은원 깨끗이 잊고 살리라, 산천초목도 따라 웃누나,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부질없어라, 소슬바람에 미소 지으며, 모든 근심 잊고 살리라, 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것, 욕심 없이 어우러져 웃고 살리라.”

정말 인생의 무상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진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남녀노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이 이러한 이치대로 돌아갔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마치면서...

근에는 귀찮기도 하고 글 실력도 터무니없고 해서 독서 후기를 되도록 간략하게 작성해 왔으나, 오래간만에 독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와 마음속 가득한 감동 때문에 작품을 읽으며 가슴 속에 쌓아두었던 소감의 말들을 나도 모르게 주절주절 횡설수설 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실속 없이 지루하기만 한 긴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무협지라고 하면 삼류소설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왔다. 그런 무협지조차 별로 읽지 않는 사람들이 한 말이기에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 읽었던 『소오강호』의 느낌과 기타 이러저러한 책들을 수백 권 이상 읽고 작금에 와서 다시 본 『소오강호』의 느낌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을 때와 성장하여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이해력이나 기타 삶에 대한 경험에서 오는 차이에 따라 감흥이 틀리듯, 인제야 『소오강호』에 담긴 그윽한 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용의 해박한 지식, 간결하고 조촐하지만 마법처럼 흡입력 강한 문장으로 전개되는 논리정연하고 치밀한 김용의 이야기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쯤은 읽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고전이다.

마지막으로 무협지에 묘사되는 피비린내나던 강호 세계가 현대에는 사라졌을까. 옛날에는 검이나 장법 등으로 무술 실력을 겨루는 ‘무공’이 돈을 버는 능력으로서의 ‘무공’으로 바뀌었을지 망정 우리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돈 비린내 나는 현대판 강호, 고결한 의리와 정의로운 협행은 사라지고 오로지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인정사정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사는 것은 아닐까.

이 리뷰는 2014년 08월 31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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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6일 수요일

ABBYY FineReader PDF 저장 옵션 중 [이미지 설정 ('무손실'과 '손실')]에 대하여

이번에는 ABBYY FineReader 11에서 PDF로 저장할 때 파일 크기를 줄이는 여러 방법의 하나인 [이미지 설정]의 [품질]에서 손실 압축 품질(%)에 따른 파일 크기와 이 PDF 파일을 넥서스 7(2013)에서 ezPDF Reader로 열었을 때의 로딩 시간(수동 측정, 총 세 번씩 측정해서 가장 작은 값을 사용)을 살펴보자. (스캔한 원본 이미지 TIFF 파일 크기는 939k)

우선 파일 크기를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품질 손실이 허용되지 않음](무손실) 설정보다 [품질 손실이 허용됨]에서 품질 100%로 설정했을 때의 파일 크기가 제일 크다. 그리고 품질이 낮아질수록 파일 크기도 작아지고 로딩 시간도 짧아진다. 그래서 품질이 40%~20% 사이에서 600DPI 무손실 파일의 절반 정도 크기로 도달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파일 크기 면에서는 역시 MRC(Mixed Raster Content)가 제일 작고 로딩 속도는 300DPI 무손실이 가장 빠르다. 그다음으로는 600DPI 무손실이 빠르다. 로딩 속도는 무손실 즉, 무압축을 적용한 PDF가 압축 해제애 따른 CPU 리소스를 적게 사용하는 만큼 로딩 속도도 빠른 것 같다.

그렇다면, 원본 보존을 위한 600DPI 무손실을 제외하고 휴대용 기기를 위한 가장 최적의 설정은 어떤 것일까.

아래 사진은 위 테스트에 사용된 각각의 PDF 파일들을 윈도우의 PDF-XChange Viewer로 불러들인 다음 순서대로 300%, 1,200%, 3,200% 확대한 것을 캡쳐해서 저장한 화면이다(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 보기 가능).

3,200% 확대한 부분을 보면 품질 60%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품질 40%부터 노이즈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해서 품질 20%부터는 눈에 거슬릴 정도로 많아진다. 그래도 품질 20%로 저장한 PDF 가독성이 300DPI 무손실 PDF보다 나아 보인다. 그러므로 휴대기기에서의 PDF 로딩 속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환경이라면(대부분의 안드로이드 PDF 리더는 다음 페이지를 미리 렌더링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씩 순서대로 읽는다면 로딩 속도는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300DPI 무손실보다는 600DPI 품질 20%가 가독성도 우수하고 파일 크기도 작다. 그러나 내가 넥서스에서 실제로 확대해서 봤을 때 품질 20%보다는 최소 품질 40% 이상을 권장한다. PDF 글자 획 주변에 노이즈가 적을 수록, 가독성이 높을수록 태블릿 등으로 장시간 책을 읽을 때 눈의 피로가 덜한 것 같기 때문이다.

고로 가독성과 파일 크기 둘 다 고려한 최적의 설정은 품질 40%~60% 정도가 될 것 같다 . 품질 60%를 넘어서면 위 그래프에서 보듯 파일 크기의 증가율이 높다. 그리고 좀 더 작은 파일 크기에 신경을 쓴다면 품질 20~30%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 리뷰는 2014년 7월 16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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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화요일

ABBYY FineReader PDF 저장 옵션 중 [저장 모드]에 대하여

ABBYY FineReader에서 인식한 문서를 PDF로 저장할 때 사용자는 [저장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저장 모드]에 따라 실제로 PDF의 파일 크기와 뷰어를 통해 볼 때 가독성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난다.

1. 보통 사용하는 모드는 기본 값으로 설정된 [페이지 이미지 밑에 텍스트]

[페이지 이미지 밑에 텍스트](Text under the page image) [저장 모드]는 ABBYY FineReader 메인 인터페이스 화면의 왼쪽에 자리한 이미지 레이어(포토샵에서 활용되는 'layer' 개념과 비슷하다)가 PDF 문서 가장 위로 오고, 그 밑에 OCR로 인식된 텍스트 레이어가 위치하게 된다. 그래서 PDF 뷰어를 통해 보게 되는 화면은 이미지 형태의 글자이지만, 드래그 기능으로 텍스트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 밑에 있는 텍스트 레이어가 숨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위의 스샷처럼 OCR 미인식된 빨간 부분은 PDF 뷰어에서 이미지 형태로 보이기는 하지만 드래그로 텍스트 선택은 할 수 없다.

2. [페이지 이미지 위에 텍스트(Text over page image)]

ABBYY FineReader가 인식한 텍스트 레이어를 최상위층에 올림으로써 (이미지 레이어는 그 아래) txt, doc 등의 문서를 PDF로 저장한 것과 같은 가독성을 보여주는 [저장 모드]다. 그러나 OCR 작업 결과물에서 띄어쓰기 오류나 오탈자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그대로 보여주는 단점이 있다. 미인식된(빨간 네모) 부분은 포토샵 레이어 마스크처럼 작동하여 이미지 레이어에 있는 이미지로 대체된다. (스샷만으로는 잘 확인할 수 없지만) 원본으로 저장했을 때는 미인식된 부분도 txt만큼이나 훌륭한 가독성을 보여주지만, MRC로 압축해서 저장했을 때는 미인식된 부분이 눈에 띄게 티가 난다.

3. [페이지 이미지만(Page image only)]

ABBYY FineReader 메인 인터페이스 화면 왼쪽에 보이는 이미지 레이어만 PDF로 저장된다(이 설정을 선호한다면 굳이 시간을 들여 OCR을 할 필요가 없고, 마찬가지로 ABBYY FineReader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OCR된 텍스트는 빠지기 때문에 당연히 PDF 뷰어에서 드래그로 텍스트를 선택할 수 없고, 본문 검색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OCR의 장점을 모두 버리는 [저장 모드]다(2017년 11월 14일 추가: 그래서 그런지 Abbyy Finereader 14에서는 이 옵션이 아예 빠졌다. 본문 마지막 스샷 확인).

4. [텍스트와 그림만(Text and pictures only)]

ABBYY FineReader 메인 인터페이스 화면 우측의 OCR된 텍스트 레이어와 왼쪽의 이미지 레이어 부분에서 [영역 유형]이 그림 영역(문서 본문에 삽입된 도표, 삽화, 그래프 등으로 반투명한 빨간색으로 지정된 영역)으로 설정된 부분만 PDF로 저장된다. 그래서 위 네 가지 설정 중 파일 크기가 가장 작다. OCR된 텍스트 레이어가 PDF 뷰어에서 보이기 때문에 가독성은 [페이지 이미지 위에 텍스트]와 같으나 대신 이미지 레이어 부분이 빠졌기 때문에 위 스샷의 빨간 사각형으로 표시한 부분처럼 인식이 안 된 부분은 PDF 뷰어에서 아예 볼 수가 없게 된다.

아래 그림은 스캔한 이미지 중 한 페이지 분량을 위의 네 가지 설정으로 각각 저장한 다음 PDF의 파일 크기를 비교한 그래프이다.

[텍스트 및 그림만]으로 저장한 PDF의 파일 크기가 가장 작고, 그다음으로는 [페이지 이미지 위에 텍스트]이다. [페이지 이미지 위에 텍스트] 설정의 파일 크기가 이미지가 포함됨에도 뒤에 따르는 두 파일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은 OCR 인식된 부분은 텍스트 레이어로 저장하면서 동시에 인식된 텍스트 이미지는 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은 이미지로 대체하기 때문에 [텍스트 및 그림만]보다는 용량이 크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PDF 어플 중에 ezPDF Reader는 아래 스샷처럼 OCR된 PDF 문서에서 텍스트 레이어만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텍스트 리플로우(Text Reflow)]인데, 이 기능으로 문서를 보면 일반 문서(txt, doc) 등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매우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OCR 후 텍스트 오류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띄어쓰기 오류, 오탈자, 미인식된 글자 생략 등의 단점도 있다.

이 리뷰는 2014년 7월 15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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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2일 토요일

ABBYY FineReader 12, 14 한글 문서 [이미지 전처리] 문제

ABBYY FineReader 12 평가판은 [ABBYY FineReader 12 Professional Edition Try]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설치 후 30일간 사용 / 최대 100페이지까지 변환, 한번에 3 페이지만 파일 저장 및 내보내기 제한 등의 기능 제한이 있다.

아무튼, ABBYY FineReader 12를 시험 삼아 사용하다 한글 문서 이미지에 한하여 [이미지 전처리] 기능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선 위 사진처럼 [텍스트 라인 직선화]에 체크하고 스캔한 한글 문서 이미지를 열면, 아래 사진처럼 문서가 심하게 일그러진다. 테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종이책을 스캔해서 전자책(PDF) 만들기 ~ 2. Scan Tailor를 이용한 다듬기 작업 #1」 예제에 사용되어 Scan Tailor와 포토샵 보정을 마친 깔끔한 이미지이다.

하지만, 스캔한 영문 문서 이미지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은 없었다.

또한, [이미지 전처리] 기능 중의 [맞붙은 페이지 분할]과 [페이지 방향 검색]은 제대로 작동하나 Scan Tailor와 포토샵 작업을 거치지 않은 스캔한 한글 문서 이미지 원본(아래 사진)을 [이미지 전처리]는 기본값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테스트해봤다.


위 동영상에서 보듯 [텍스트 라인 직선화] 설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이미지 전처리]를 거친 문서는 심하게 일그러졌다. 역시 이번에도 스캔한 영문 문서 이미지는 아무 문제 없이 페이지가 잘 분리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스캔한 한글 문서 이미지 전체에 걸친 문제인지, 아니면 스캐너 특성을 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의 두 테스트를 ABBYY FineReader 11에서 했을 땐 아무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2017년 11월 15일 추가: 바로 위 스샷에서 보듯 [텍스트 라인 직선화] 문제는 Abbyy FineReader 14 정품에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권장/기본 설정으로 이미지 전처리를 진행하면 텍스트 기울기도 어느 정도 바르게 맞춰지고 페이지 분리도 깔끔하게 재단된다. (ABBYY FineReader 14Corporate 시험판 다운로드)

이 리뷰는 2014년 7월 12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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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1일 금요일

종이책을 스캔해서 전자책(PDF) 만들기 - 7. 자작 PDF를 태블릿에서 봤을 때 가독성 및 로딩 속도 비교

종이책을 스캔해서 전자책(PDF) 만들기 ~ 1. 스캔」을 시작으로 종이책 스캔, 스캔 후 이미지 처리와 보정, OCR 작업 및 PDF 출력 등 자작 전자책(PDF)에 대한 별볼일없는 글들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이렇게 해서 완성한, 그리고 다양한 저장 설정으로 출력한 PDF 파일을 태블릿(넥서스 7 2013)에서 ezPDF Reader로 열었을 때의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저장하여 비교해 보았다. 하나는 넥서스 화면 크기에 자동으로 맞추어 356% 확대된 화면의 스크린샷이고 또 다른 하나는 ezPDF Reader에서 수동으로 1,200% 확대한 화면이다. 이 스크린샷들을 윈도우로 옮겨 XnView에서 100% 확대했다. 그러나 스크린샷이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또한, 앞의 5개의 PDF 결과물에 ABBYY FineReader 12의 새 PDF 저장 설정인 [ABBYY 정밀 스캔을 적용하여 이미지에서 문자를 부드럽게 처리](기존의 MRC에서 좀 더 발전한 버전)를 적용한 PDF를 하나 더 추가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설정으로 저장한 PDF는 Acrobat의 [ClearScan]의 결과물과 매우 흡사했다. 참고로 MRC는 'Mixed Raster Content' 약자며 Abbyy뿐만 아니라 다른 OCR 프로그램인 OmniPage Ultimate, Readiris에서도 사용되는 범용적인 압축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파일크기와 로딩시간을 비교했다.

그동안 나는 인터넷에서 300DPI와 600DPI가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을 곧이듣고 넥서스에서 [ABBYY FineReader 11 무손실 300DPI]로 저장한 PDF로 독서를 했는데, 이번 비교를 통해 장시간 볼 때는 [ABBYY FineReader 11 무손실 600DPI]가 눈에 부담이 좀 더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뜻 봐도 미세하게 600DPI 쪽이 가독성이 좋다.

[Acrobat XL 무손실 PDF]는 [ABBYY FineReader 11 무손실 300DPI]와 비교했을 때 파일크기에 비해 가독성이 뛰어났다. 그러나 로딩 속도가 두 번째로 더딘 것이 흠이다.

[Acrobat XL ClearScan]은 약간 부자유스러운 글자의 획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가독성에 약간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여섯 개의 예제 파일 중에서 가장 빠른 로딩 속도를 보여주었다.

[ABBYY FineReader 11 MRC]은 예제 파일 중에서 파일크기는 제일 작음에도 그런대로 괜찮은 가독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ABBYY FineReader 12 MRC+정밀스캔]을 살펴보면, 가독성은 둘째 치고 로딩 속도가 정말 문제다. 한 페이지를 로딩하는데 무려 10초가 넘게 걸렸다(속도 측정은 수동으로 스톱워치 어플로 측정했고 세 번씩 측정해서 가장 빠른 값을 사용했다). 넥서스 7(2013)의 성능이 평균은 간다고 봤을 때(이 글을 작성한 2014년 기준으로는), 이 느려터진 로딩 속도는 태블릿 등에서 사용할 때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PDF 저장 설정에 따른 가독성 차이는 태블릿(또는 스마트폰)의 액정 크기가 클수록, 해상도가 높을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 야누스 스마트폰에서 ABBYY FineReader 11에서 MRC로 저장한 PDF를 볼 때 넥서스 7에서와 만큼 가독성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 리뷰는 2014년 7월 11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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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3일 목요일

종이책을 스캔해서 전자책(PDF) 만들기 ~ 5. ABBYY FineReader 11을 이용한 OCR 및 PDF 만들기

지난 번 「종이책을 스캔해서 전자책(PDF) 만들기 ~ 4. OCR과 가독성을 위한 포토샵 보정 작업」에서 생성한 출력물을 가지고 OCR 및 PDF를 만드느 시간이다. OCR(문서인식) 프로그램은 Adobe Acrobat XL, OmniPage 등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저것 한 번씩 사용해 본 결과 가장 우수한 것은 ABBYY FineReader 11이었다(이 글을 옮기는 2017년 11월 12일 현재에는 ABBYY FineReader 14 버전을 사용 중). 무엇보다 한글 인식률이 좋지만, 인식 후 사용자가 프로그램이 인식한 내용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수정할 수 있으며 인식 결과물을 다양한 문서 포맷(docx, doc, rtf, odt, pdf, htm, txt, xlsx, xls, pptx, csv, fb2, epub, djvu 출력 지원)으로 출력할 수 있다.

아래 스샷은 ABBYY FineReader 11의 메인 화면

앞에서 최종적으로 포토샵 보정까지 끝난 파일들을 불러오기 전에 일단 메뉴의 [도구] - [설정]을 잠깐 살펴보자.

[설정]의 첫 번째 탭은 [문서] 설정이다.

인식에 사용할 언어를 편집할 수 있으며 한글판으로 설치되었다면 기본적으로 [한국어 및 영어]가 선택되어 있다. 또한, 이 [한국어]는 한자도 인식한다. 스캔한 문서에 한글, 한자 및 영어 외에 다른 언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언어 편집]을 통해 추가해줘야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다.

[설정]의 두 번째 탭은 [스캔/열기] 설정이다.

[획득한 페이지 이미지 자동 인식]은 이미지 파일을 불러올 때 [이미지 전처리] 설정에 선택된 작업들을 한 후 이미지에 포함된 그림, 글자, 표 등을 분석하고 인식작업까지 한다.

[획득한 페이지 이미지 자동 분석]은 이미지 파일을 불러올 때 [이미지 전처리] 설정에 선택된 작업들을 한 후 이미지에 포함된 그림, 글자, 표 등을 분석하지만, 인식작업은 하지 않는다.

[획득한 페이지 이미지 자동 인식 및 분석 안 함]은 이미지 파일을 불러올 때 [이미지 전처리] 설정에 선택된 작업들만 하고 분석 및 인식은 하지 않는다.


[이미지 전처리] 설정은 ABBYY FineReader에서 바로 스캔해 문서로 인식할 때 유용한 설정이지만, Scan Tailor와 포토샵 보정을 마친 이미지에는 굳이 필요가 없는 설정 이기도 하다.

[이미지 전처리 사용]은 노이즈 제거, 기울어짐 보정, 텍스트 라인 바르게 및 부등변 사각형태 일그러짐 보정과 같은 작업을 자동으로 한다.

[페이지 방향 검색]은 Scan Tailor의 [Fix Orientation]처럼 페이지의 올바른 방향을 자동으로 잡아준다.

[맞붙은 페이지 분할]은 Scan Tailor의 [Split Pages]처럼 페이지를 자동으로 분할한다.


[설정]의 세 번째 탭은 [인식] 설정이다.

[인식 모드]는 [정밀 인식]을 사용해야 인식률이 높다.

[훈련]에서 패턴 설정은 한글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일은 없다.

이제 메인 화면의 [이미지/PDF 열기]로 포토샵 보정을 마친 이미지 파일들을 불러온다. Ctrl+A를 누르면 모든 파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ABBYY FineReader가 이미지를 불러들이면서 분석 및 인식 작업까지 진행하게 된다.

ABBYY FineReader는 다중 프로세서를 지원하기 때문에 CPU가 많을수록 인식 시간은 단축된다. 필자의 AMD 트리니티 듀얼 코어 노트북으로 400페이지 정도를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조금 못 미친다. 또한, 인식에 사용할 언어를 많이 추가할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다.

인식이 완료되면 일단 메뉴의 [파일] - [FineReader 문서 저장]을 통해 저장해둔다. 이렇게 한 번 저장이 되면 사용자가 수정할 때마다 자동으로 저장되니 따로 나중에 저장할 필요는 없다. 일반 하드디스크라면 조금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인식된 페이지들을 살펴보면 빨간색은 그림 영역으로 , 녹색은 텍스트 영역으로, 파란색은 표 영역으로 인식 된 것이다. 표나 글자로 인식된 부분과는 달리 그림으로 인식된 부분은 그냥 일반 이미지 파일로 PDF에 저장된다. 이러한 부분은 OCR의 장점인 텍스트 선택이 안 된다. 영역 설정은 사용자 임의 선택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ABBYY FineReader가 분석 및 인식 작업을 통해 알아서 잘 잡아준다.

그냥 이 상태에서 [저장]을 통해 PDF 문서로 만들어도 되지만, 나는 Scan Tailor에서 했던 것처럼 키보드의 [Page Down]을 이용해 빠르게 흩어내려 가면서 아래 사진처럼 미흡한 부분을 수정한다.

아래 사진은 글자 영역을 그림(빨간색) 영역으로 잘못 인식한 경우이다. 이럴 때에는 드래그 앤 드롭으로 글자 부분을 넉넉하게 선택한 다음 Ctrl+2를 눌러 영역을 텍스트로 지정하고(Ctrl+3은 그림, Ctrl+4는 표) Ctrl+Shift+B를 눌러 다시 인식해준다.

메인 화면의 우측에 보이는 글자들은 ABBYY FineReader가 이미지를 문자로 인식한 내용이다. 한글 인식률은 어림짐작 92%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600DPI 스캔 후 포토샵으로 가독성 보정한 이미지), 띄어 씌기나 오타 등의 인식 오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로 들면 '사실'이라는 단어를 '시실'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엔 Ctrl+H로 [바꾸기] 창을 불러온 다음 '시실'을 '사실'로 전부 바꿔주면 된다. 또는, ABBYY FineReader의 [검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잘못된 글자와 띄어쓰기 오류들을 일일이 다 수정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니 취향과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작업을 하면 된다. 사용자의 손이 많이 간 PDF는 오디오북으로 활용하면서 들을 때 더 정확한 듣기가 가능하나, 한글 듣기 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수정 없이 기본 상태로 저장된 PDF라도 책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음성 듣기는 가능할 정도로 ABBYY FineReader의 인식률은 훌륭하다. 만약 원본과 토씨, 띄어쓰기 하나 틀리지 않게 완벽하게 수정한다면 TXT, DOC 등으로 저장해(인쇄하기 전 원고나 다름없는) 인터넷 서점에서 파는 eBook을 능가하는 고품질, 고활용의 전자책도 가능하다.

제 최종적인 PDF 출력이 남았다

주 도구 모음에 있는 [PDF 저장]을 클릭한 다음 [설정]으로 들어간다. ([저장 모드]에 대한 설명은 「ABBYY FineReader PDF 저장 옵션 중 [저장 모드]에 대하여」를, [이미지 설정]의 [품질]에 대해서는 「ABBYY FineReader PDF 저장 옵션 중 [이미지 설정 ('무손실'과 '손실')]에 대하여」를 참고)

일단 [Mixed Raster Content 사용]을 체크해제하고 [이미지 설정]에서 [사용자 지정]으로 들어간다.

원본 보존용(원본 이미지 보관을 위해 꼭 이 방법이 아니라 Scan Tailor 작업만 완료한 이미지나 포토샵 보정을 마친 이미지만 따로 보관해도 된다)으로 만들 PDF를 위해 [해상도]는 [원본]을 선택하고 [색상 조정]이나 [품질] 역시 아래 사진처럼 설정한다. 작업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여기 설정들을 조절해서 적당한 크기의 PDF 파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품질]에서 이미지 압축을 사용하면 태블릿 등에서 PDF를 불러와 페이지를 넘길 때 압축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조금 딜레이가 있다.

설정을 완료하면 [저장]을 통해 PDF 파일을 만든다.

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300DPI PDF를 만든다. 파일 이름은 적당히 정해주면 된다. 필자는 '책이름(300).pdf 이런 식으로 이름을 만든다. 보통 300DPI PDF는 원본 600DPI의 절반 정도 크기가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저용량' PDF 문서를 만들 차례다. 필요 없으면 안 만들어도 상관없다. 필자는 앞의 300DPI와 600DPI PDF 문서들을 부족한 하드 용량에 다 보관할 수가 없어 따로 '저용량' PDF를 만들어 빠르게 본문을 흩어볼 일이 있을 때 사용한다. [사용자 지정]에서 [해상도] 등은 위의 원본 보존용처럼 설정한 다음 [저장] 설정에서 아래 사진처럼 [Mixed Raster Content 사용]을 체크한다. 아마도 이 설정은 인식된 글자들을 아마도 벡터 이미지로 바꿔 용량을 줄이는 고압축 방법인 것 같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만든 416페이지 PDF 책의 용량을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원본 보존용으로 600DPI 무압축 설정으로 저장한 PDF 파일은 405M, 300DPI PDF 파일은 180M, 그리고 [Mixed Raster Content 사용]을 이용한 PDF 파일을 14.9M, Acrobat [ClearScan]으로 만든 PDF 파일은 66.3M이다. 그리고 포토샵 보정을 마친 416개 이미지 파일의 총용량은 455M이다.

획기적으로 PDF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Adobe Acrobat의 [ClearScan] OCR 인식이 있으나 한글 및 한자 인식률이 ABBYY FineReader에 비해 떨어지고 오랫동안 사용한 ABBYY FineReader에 익숙해서 ABBYY FineReader를 사용한다. 그러나 PDF 편집은 ABBYY FineReader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Acrobat 등을 사용하면 된다. OCR 작업은 취향에 따라 Acrobat을 사용해도 무방하나, Acrobat은 OCR 작업할 때 아직 다중 프로세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제 남은 것은 완성된 PDF 파일을 Acrobat 같은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보안설정이나 [책갈피] 등을 추가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즐겁고 편안한 독서를 위한 지루한 모든 과정은 끝났다. 만약을 위해 클라우드 등에 백업하는 것을 잊지 말고 이제 기꺼운 마음으로 전자책을 펼치자.

이 리뷰는 2014년 7월 3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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